관련 이미지



 언니가 돌아왔다. 신영언니. 신영언니. 송신영. 세 글자 하나하나 또박또박 읊고 불러본다. 송. 신. 영. 떠나보낼 때 얼마나 가슴아파했고, 다시 돌아올 때 얼마나 뛸 듯이 기뻐했던 이름이던가. 비록 현역은 아니지만, 예전 NC와의 트레이드로 넥센에 돌아왔듯이 다시 한번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이전만큼의 감동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벅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히어로즈 팬에게만 송신영이 특별한 인물일까? 아니다. 송신영은 한국야구사에서도 매우 특별한 인물이다. 2차 지명이 12라운드까지로 제한된 1997년 이후, 송신영보다 늦게 지명되었으면서도 더 많은 WAR을 쌓은 선수는 장원삼이 유일하다. (송신영 1999년 2차 11라운드 전체 88순위, 장원삼 2002년 2차 11라운드 전체 90순위) 그나마 장원삼은 고졸 지명 이후 대학에서 급성장한 케이스라지만, 송신영은 대졸 11라운더로 프로에 입단한 투수다. 지명 당시에도 아무 기대치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국 송신영은 살아남았다. 2001년 이래로 현대-히어로즈에서 10년간 연평균 84이닝을 소화했다. 2011년에는 임시 마무리를 맡아 시즌 초반 가장 빛나는 투구를 했고, LG로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FA와 신생팀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한화와 NC를 돌았다가, 트레이드로 돌아온 넥센에서 셋업을 맡아 든든하게 뒤를 지켰다. 2015년에는 잠시 선발 투수로 나서며 7승을 거뒀다. 통산 709경기, 60승 51패 77홀드 47세이브 4.25. '특급' 이나 'A급' 을 줄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B++ 정도는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숫자들이다. 1,2라운더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이지 못하면 몇 년 안에 사라지기 십상인 무정한 프로의 세계에, 11라운더로서 709번이나 마운드에 오른 것은 정말 놀랍지 않은. (통산 9위, 현역 4위 기록)


 송신영이 다음 시즌부터 맡게 될 보직은 퓨처스 투수코치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지금 넥센의 투수코치인 마정길(1998년 한화 10라운드, 74순위)도, 박승민 (1996년 현대 9라운드, 67순위)도 높은 순위에서 지명받지는 못했지만 결국 프로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한 투수들이다. 세 명이 조금 더 많은 '생존자' 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 조금은 걸어봐도 좋을지. 류영수 코치가 2012년 9라운드 79순위로 지명받은 김동준을 방출 직전의 투수에서 1군 투수로 만들었듯이, 그리고 그 김동준이 올해 북부리그 다승왕을 차지하고 복귀했듯이. 그렇게 한 명 두 명 조금 더 건져낼 수 있으리라 믿어봐도 좋을지. 세 사람, 잘 부탁드린다.

Posted by 김에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