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Baseball]은 한 주간의 넥센 야구 이야기를 해보고, 간단하게 다른 팀의 경기나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하는 코너입니다. 닉네임과 [Weekly Baseball]을 활용하여 지어본 이름입니다.
(게재되어있는 사진은 전부 넥센 히어로즈 구단 사이트가 출처임을 밝힙니다.)
0410~0412
넥센 vs 롯데 (울산)
3:4 패 / 0:12 패 / 지겠죠 아마?
1차전 한현희 / 김원중
2차전 로저스 / 송승준
3차전 최원태 / 듀브론트
시리즈 감상
(1) 화가 너무 나고 술이 다 깨지 않았으니 경어체로 글을 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겠지요.
(2)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1차전 한현희의 구위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8안타 2볼넷에 홈런 두 개가 나왔는데도 3실점으로 틀어막은 게 용할 지경이었죠.
(3) 그간 넥센의 불펜 운용입니다. 대체로 조상우 - 김상수 - 이보근 - 오주원 - 김성민 - 김선기 - 기타 등등으로 불펜 서열이 나뉘어있었죠. 물론 30일 경기 같이 마무리를 9회말에 쓰기 아까워서 김선기를 먼저 내보낸 경기도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김상수, 이보근까진 셋업이고 오주원이 원포인트 겸 전천후, 김성민-김선기가 추격조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틀이 처음 깨지는 게 8일 KIA전 김성민을 좌타자인 최형우 상대 원포인트로 내보낸 것입니다. 물론 실패해서 역전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긴 했습니다만, 전날 오주원이 이미 등판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크게 비난하기는 어려운 선택입니다. 오히려 승리조 상황에서 김성민을 써볼 기회였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주원 롤을 김성민이 맡아줘야 하기도 하고요.
10일 롯데전에서 김성민은 6회말 2:3 투아웃 상황에 등판합니다. (이미지엔 6회말에 바로 등판한 것처럼 되어있는데, 오류입니다) 그리고 7회말 채태인이 3루수 김지수의 실책으로 2루에 들어가자, 롯데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김선기가 나왔죠.
웃기는 일입니다. 김선기도 장차 필승조가 될 만한 자원이긴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직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범한 신인 투수에 불과하죠. 그런 투수에게 7회 동점 무사 2루를 맡긴다는 발상은, 4월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운운하던 감독이 하면 안 되는 일이죠. 타격감이 안 좋은 이대호를 상대로 아웃을 하나 잡았습니다만, 결국 번즈에게 계속 가운데 직구를 꽂아넣다가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아무리 타자의 타격감이 안 좋아도 가운데에만 공을 던지면 결국 다 칩니다. 프로니까요.
7회말은 이보근에게 맡기는 게 맞았을 겁니다. 아니면 김성민을 더 써봐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작년 김성민의 스플릿은 우타 상대 .290 / .381 / .478, 좌타 상대 .315 / .386 / .444였습니다. 좌타 상대로 특별히 강점이 있는 투수는 아니었죠. 올해는 우타 상대 .200 / .333 / .300, 좌타 상대 .273 / .304 / .409입니다. 물론 우타 상대로 2볼넷 1삼진, 좌타 상대로 1볼넷 7삼진으로 좌타에게 삼진을 잡는 데 더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4) 어제 경기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김하성이 구승민에게 7회 2사에 첫 안타를 뽑아내기 전까지 송승준-진명호-오현택에게 퍼펙트로 막혔습니다. 물론 진명호가 양상문의 양아들이던 시절의 제구 막장이 아니었다는 것은 계산 외였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선발이 1.1이닝 조기강판된 경기에서 급하게 올라온 투수를 상대로 3.2이닝 6K 퍼펙트를 당했다는 건 팀의 전반적 경기력을 넘어서 태업이 의심스러운 지경이죠. 씨발 이건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5) 여담입니다만, 진명호는 스플리터 낙차도 좋고 대부분의 공이 존에 잘 들어가더군요. 어느 새벽에 진명호 좀 트레이드로 낚아올 수 없냐 했던 게 생각나는데, 아깝습니다. 아니면 2차 드래프트에서 유원상-전유수급 우완 베테랑이나 허도환 같은 백업 포수라도 좀 주웠으면 했는데, 결국 모두 풀렸고 우린 아무 것도 안해서 이 재앙을 맞고 있죠. 정말 구단에 3억조차 없는 건지. 횡령 좀 작작하시지 그랬습니까 구단주님.
(6) 4회 선두타자 손아섭이 비디오 판독으로 발에 사구를 맞고 나가면서, 그리고 약간의 언쟁을 거치면서 로저스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고종욱의 실책 때문에 추가로 점수를 줬지만, 그래도 그 이닝까지는 구위는 살아있었죠. 탄착군도 대체로 일정했고요. 그러나 5회 채태인의 운 좋은 좌익수 왼쪽 2루타 (배트가 밀린 게 명백한데, 하필 파울이 아니라 선 안쪽에 떨어져버렸죠) 이후 로저스는 그 장점마저 잃습니다. 교체될 때까지 코치들이 한번 올라가보지도 않더군요. 심지어 손에 출혈이 있었던 모양인데, (혀갤 출처, 링크) 이 정도면 방치를 넘어서 직무 유기죠 거의.
밴헤켄 재계약 안하고 150만 불 들여서 데려온 투수입니다. 불만 가진 팬들이 많겠지만, 현재 넥센 투수진에서 커브 세 개 연속으로 던져서 로하스 헛스윙 삼진 잡을 수 있는 투수는 로저스밖에 없죠. 엠팍 보니까 구속이 떨어진 점을 지적하는 한화 팬들이 많던데, 저는 로저스의 떨어진 구속은 나이와 수술 여파 외에도 투심 구사의 영향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스탯티즈를 보니 2015년엔 직구/싱커 비율이 각각 52.7% / 0.6%였는데, '16년과 올해는 37.9% / 5.3% 그리고 34.6% / 18.9%로 싱커 비율이 크게 늘었더군요. 만 33세 시즌을 보내는 투수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랄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149 던질 정도면 한화가 버렸겠나요. 다 리스크 각오하고 쓰는 거고, 로저스는 그 점에서 꽤나 긁어볼 만한 복권이었습니다. 이 문단의 결론이 뭐냐구요? 그러니까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별로 조용한 성격 아닌 거 다 알고 데려왔고, 비싼 용병 에이스신데, 아껴서 써야죠! 제발!!! 마운드에서 성질 좀 죽이라고 경기 도중에 말해줄, 그리고 손에 피 나는 거 확인해줄 포수나 코치도 없으면 왜 데려왔습니까.
(7) 위에 지적한 거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인데, 어제 이영준의 볼 배합이 굉장히 답답하더군요. 대체 왜 좌완이 좌타자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집니까. 구위가 김광현급인 것도 아니고, 제구가 유희관급인 것도 아닌 투수가? 그렇게 던지면 당연히 가운데로 몰려서 처맞죠. 오늘 에인절스-레인저스 경기 보니까, 레인저스 선발인 맷 무어가 오타니 상대로 몸쪽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다음 바깥쪽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만들던데,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 없으면 그냥 평범하게 가야죠.
(8) 김선기는 그 동안 대체로 변화구는 존 비슷하게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만, 직구 제구가 안됐습니다. 1차전을 보니 변화구 제구마저도 안되더군요. 갑자기 제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보다는, 박빙 상황이라 긴장했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겠지요. 일단은 2군에 보내서 빠른 공을 존 안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그냥 계속 대패조로 쓰는 게 맞습니다. 지금 상대 중심타선을 감당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니까요.
(9) 오늘 나온 기사를 보니, 장정석 감독은 KIA 3연전이 리그에서 가장 강한 선발 셋을 만나서 꼬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명백히 매번 망한 타이밍의 투수교체와 부적절한 작전을 일삼은 감독이 말아먹어서 스윕당한 시리즈였죠. 그 시리즈는 위닝을 딸 수 있었습니다. 최소 스윕은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구요.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리그에서 가장 강한 선발 넷 만나서 4연패 당해도 그렇게 인터뷰하고 말 겁니까.
(10) 오늘 선발은 듀브론트입니다. 한국 와서 던진 세 경기 내내 제구도 안 되고, 주자만 올려놓으면 흔들려서 크게 털리는 게 증명된 투수죠. 지금 성적으로는 제일 먼저 짐을 쌀 확률이 높구요. 하지만 상대가 넥센이니, 아마 오늘은 첫 승을 신고해서 잠시 롯데 팬들을 설레게 하면서 생명연장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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