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Baseball]은 한 주간의 넥센 야구 이야기를 해보고, 간단하게 다른 팀의 경기나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하는 코너다. 닉네임과 [Weekly Baseball]을 활용하여 지어본 이름이다.


(게재되어있는 사진은 전부 넥센 히어로즈 구단 사이트가 출처임을 밝힌다.)




0424~0426

넥센 vs LG (잠실)

2:8 패 / 1:2 패 / 이길 수 있을까?

1차전 최원태 / 손주영

2차전 브리검 / 차우찬

3차전 신재영 / 소사



0427~0429

SK vs 넥센 (고척)

예상 로테이션

1차전 김광현 / 한현희

2차전 박종훈 / 로저스

3차전 문승원 / 최원태



시리즈 감상


(1) 1-2차전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지만 무기력하게 2승을 꽁으로 류중일의 손에 넘겨주었다. 지금은 분노의 음주를 하지 않아서 그냥 평이한 투로 쓰는데 2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온 심정으로는 다 죽여버리고 싶


(2) 으니까 다시 예쁘고 곱게 가봅니다. 첫 날은 일단 김태완이 문제였군요. 3회초 1사 1,2루에서 초구 타격 5-4-3 병살타로 맥을 끊은 다음, 바로 3회말 포구 실책으로 선두타자 오지환을 2루에 들여보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다행히 오지환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만, 기껏 1루수로 내보냈는데 그런 공 하나 못 잡아주면 문제가 있죠. 5회초에도 초구를 건드려 6-4-3 병살타를 만들었죠? 4회 박동원의 병살까지 합하면 3이닝 연속 병살이군요. 이래놓고 이기는 걸 바란다? 도둑놈이죠.


3회의 병살은 약간 이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치기 좋은 공이 들어왔고, 공격적인 성향인 타자니까 병살을 감수하고서라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게 할 일이죠. 그런데 5회는... 바로 이전 타자에게 폭투를 던지고, 3볼에 몰리니까 자동 고의사구로 승부를 피한 투수의 초구에 곧장 휘두르다니 정말 기적의 타격전략입니다. 차라리 대타로 장영석을 내는 게 나았죠.


며칠 전에 한화전에만 강한 타자라는 표현이 억울하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올해 한화 상대 20타수 7안타 (.350) 1홈런, 나머지 31타수 4안타 (.129)... 작년에는 한화 상대 26타수 10안타 (.385), 나머지 상대 64타수 18안타 (.281)... 팩트를 가지고 말을 하는데 억울할 게 뭐 있습니까. 억울하면 결과물이라도 잘 내야죠. 1-3루 수비가 되는 것도 아니야, 외야 수비를 잘하는 것도 아니야,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야... 장영석, 심지어 허정협이랑 놓고 봐도 비교우위가 거의 없는데 김태완 타석 때마다 분개하는 여론이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않나요. 분위기 잡고 감독님 생일케이크도 챙겨드리고 노력하시는 것 알겠습니다만.


(3) 아까 3이닝 연속 병살을 치고 이기는 걸 바라면 도둑놈이랬죠? 하지만 저는 도둑놈이 되어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최원태가 이렇게 잘 던졌는데 어떻게 승리를 안 바랄 수가 있겠어요. 물론 7회에 최원태를 내린 선택은 괜찮았습니다. 이전 두 타석에서 박용택과 김현수는 모두 볼넷과 안타로 출루했단 말이죠. 1사 1,2루에 박용택과 김현수라... 앞선 두 타석에서 범타를 만들었다면 몰라도, 어떻게든 한 점은 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었죠.


박용택이 김성민의 체인지업을 기가 막히게 걷어올려서 2루타를 뽑을 때도 이해하려 했습니다. 자세가 무너지면서 우익선상 안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는데 이런 건 박용택이나 되니까 하는 거지 아무나 할 수 없죠. 음... 그런데 화요일 경기 2점 열세에 불펜에 조덕길이 몸을 푸는 순간 분노가 극에 달하더군요. 그리고 김성민이 김현수마저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좌타 라인을 잡는 데 실패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투수를 바꿨어야 했습니다. 이보근이든 김상수든. 사실 더 이전에 바꿨어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작년 이보근은 (사실 커리어 내내 대체로 그랬습니다만) 좌타의 천적이었고 (우타 상대 .341 .378 .558 / 좌타 상대 .200 .271 .280) LG전에 약한 편이긴 했지만 어쨌든 작년 다섯 경기 중 세 경기는 무실점으로 막았거든요. 실제로 2차전에서 오지환-박용택-김현수-채은성을 1땅-삼진-2땅-삼진으로 잡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 느려터진 투수교체는 곧장 부메랑이 되어 날아옵니다. 채은성의 멋진 3점 홈런으로요.


(4) 장정석 감독은 7회초 선두타자 박동원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이정후에게 번트를 대게 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물론 데이터를 보면 아예 이해가 안 되는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저 정도로 좋은 1번 타자에게 왜 번트를 지시하냐는 일개 팬의 불평에 불과하죠. 이정후는 작년 진해수 상대로 7타수 무안타였으니까요. 다음 타석은 이 날 3타수 무안타 중이긴 했으나 전 경기 한화전에서 멀티히트(그리고 홈런)를 기록한 고종욱과, 역시 멀티히트+홈런을 만든 김하성이 버티고 있기도 했구요. 좋아요. 번트까진 그렇다 치는데, 박동원을 굳이 루상에 세워둘 필요가 있었을지는...? 대주자로 박정음도 있잖아요.


(5) 손주영은 이날 구속이 141, 평균 130 중후반대에서 형성됐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더를 우타자 몸쪽에 찌르는 공격적인 피칭을 자주 선보였습니다. 2회 38구를 던지게 했으면서도 끝내 끌어내리지 못한 것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2회 김혜성 타석부터 확연히 제구가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이런 땜빵선발이 나왔을 때 잡아먹어야 강팀으로 가는 건데, 4.1이닝 1실점... 히어로즈는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여담이지만, 191이라는 큰 키와 작년 괜찮았던 퓨처스 성적 등을 보고 제가 밀고 있긴 한데, 구속이 참 안타깝습니다. 한 3km만 더 나오면 좋을 텐데요. 영점이 잡히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만, 싸울 줄 아는 투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LG전 사진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25일 경기 최고의 역적...)



(6) 2차전입니다. 차우찬은 수요일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7점대를 찍고 있었습니다. 메롱한 상태일 때 두들겨줘야 했는데, 우리는 열심히 조공만 하기 바빴죠. 5회까지 내야플라이만 4개...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6회초 장영석의 삼진? 2-0 카운트에서 안쪽 들어오는 슬라이더 하나 보고, 하나는 파울 홈런 만들더니 폭삼... 장영석 방망이도 돌고, 보는 팬의 심정도 돌죠. 한가운데 변화구를 왜 지켜보고 있나, 친 건 왜 하필 파울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5회초 고종욱의 병살타? 바깥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몸쪽으로 들어온 반대투구였고, 당겨서 라인선상 장타를 만들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하필 3-6 병살타라니 결과가 나빴죠. 구장에선 되게 열받는 장면이었는데, 다시 보니 자기 성향대로 타격한 거 같습니다. 그래도 병살이 나오면 짜증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7) 7회는 이 날의 확실한 승부처였습니다. 김지용은 그 동안 낸 성적에 비해 밸런스가 그리 좋진 않아보인다... 는 게 제 느낌이었습니다. 이택근 대주자로 박정음을 안 냈다면? 하는 건 결과론이죠. 우리는 누구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합니다. 김혜성은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 되었던 적시타를 친 타자였고, 포수 김재현 타석엔 상식적으로 대타가 나와야 할 상황이었으니 승부를 걸어볼 만 했죠. 하지만 무난하게 후속타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임병욱의 삼진은 이제 안 나왔으면 하는 모습이었는데 딱 나와버렸죠. 몸쪽 하이패스트볼 두 개 이후 떨어지는 슬라이더, 그리고 모두 헛스윙.


(8) 임병욱을 그대로 수비에 넣고, 2번 고종욱을 박동원과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경기 내내 수비도 못했는데 번트도 못 대는 8회초의 고종욱을 보느니, 헛스윙 세 번 하는 박동원을 보는 게 낫지 않았으려나요. 진해수는 초구를 곧장 이정후의 등짝에 꽂았고, 이동현도 초구 133km (아마 커터였겠죠) 공을 가운데에 넣었는데 공략을 못한 점 또한 아쉽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대 필승조를 공략 못하는 상위타선이면 앞으로 시즌을 치러나갈 때 애로사항이 많아요.


(9) 7회에 오주원이 올라오더군요. 1차전 상대 왼손 중심타자 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김성민이 올라왔었죠. 시즌 초반에는 확실히 오주원이 LOOGY였고 김성민은 추격조에 더 가까웠는데, 이 구도를 바꾸는 걸 보면 오주원이 좌완이면서도 좌타에 약한 역스플릿 투수라는 걸 감안하는 건지 아니면 김성민의 공이 현장에서 볼 때는 더 좋아보여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10) 9회 선두타자 장영석이 커브를 받아쳐서 2루타를 만들었고, 김민성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까지 뛰는 혼신의 주루플레이를 보였으나 (엠팍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아웃이 맞는 듯 하더군요) 끝내 동점엔 실패했습니다. 3안타를 친 7번 이택근의 순서에 대주자로 들어왔던 박정음. 초구 144를 그대로 지켜본 후 4구 타격으로 내야 파울플라이 아웃. 아까 말한 '선택의 순간'과 그 기회비용, 그리고 이 선수가 왜 레귤러가 아닌지를 모두 보여주는 상징적인 타석이었습니다.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 치고 죽은 김혜성은 차라리 낫더군요. 타구질은 괜찮았습니다. 김혜성 짬밥에 상대팀 마무리를 상대로 공을 보면서 질질 끌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박정음도 차라리 초구를 휘둘렀으면 나았을 걸요. 사족으로, 박정음 타석 때 공이 빠지긴 했지만 장영석의 주력에 홈 도전은 좀 무리였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11) 고종욱-김하성 두 선수의 멋진 수비가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고종욱은 좌측으로 공이 갈 때마다 엉성한 풋워크와 펜스플레이를 선보였고, 김하성은 3회말 오지환 타석 콜플레이 미스-6회말 김현수 타석 송구 실책-7회말 이형종 타석 때의 미숙한 타구 사후 처리까지 기가 막히는 수비력을 자랑했습니다. 상무 피닉스의 주전 유격수로 손색이 없겠더군요. 앞의 두 플레이는 실점의 빌미가 되었으니 말할 가치도 없고, 마지막 플레이도 제대로 잡아서 던졌으면 김용의를 3루에서 잡아 이닝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발이 빠른 선수지만 3루까지 가는 건 좀 오버였죠.


김하성이 데뷔한 이래로 이렇게 경기 하나를 혼자 폭파시키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한 경기쯤은 이럴 수도 있긴 한데, 전날 경기의 패배와 선발의 연속 호투와 저의 직관 등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분이 안 풀리는 하루였어요. 공격도 둘이 합쳐 7타수 무안타... 곱씹을수록 대단합니다. 그나저나, 이러면 선발투수 9연속 퀄리티스타트인가요?


(12) 이제 3차전은 신재영과 소사가 맞붙겠군요. 5경기 7.66, 피안타율 .340의 신재영과 5경기 1.06, 피안타율 .198의 소사의 대결이라... 전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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