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상을 보자. (링크)


(1) 양현종의 5회 강판을 예상했는데 이는 적중했다. 단 양현종의 흔들림이 아니라 김민식의 대형사고로 인해... 양현종의 투구는 과연 에이스다웠다. 1-2회에는 거의 변화구를 던지지 않으며 몸쪽 공을 깊게 꽂으며 넥센 타자들을 요리했고, 3회부터는 변화구를 곁들이면서 타자들을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4회 어느 정도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지만 5회의 빅이닝이 아니었더라면  6회 아니면 7회까지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시 단기전은 수비가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2) 브리검 또한 공이 좋았지만 KIA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공을 오래 보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굳이 김선빈 정도 되는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서 좀 의문. 강공으로 갔어도 충분히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김선빈이 맞은 사구 하나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했다. (김선빈의 부상은 부은 정도라는데,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다.)


(3) 얼마 전 NLCS 1차전에서 그랜달이 첩자 노릇을 하며 경기를 혼자 말아먹었듯, 오늘은 5회말 김민식이 그런 역할을 했다. 타격방해야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정후 타석에서 인필드플라이 타구가 파울라인 밖으로 나갈 때까지 방치한 것 그리고 서건창 타석 초구의 폭투를 못 막은 것은 포수로서 명백한 실격이다. 황윤호 역시 서건창 타석에서 송구를 날리고 샌즈의 타구를 잡지 못하는 등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워낙 강한 타구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보지만, 본인에게는 부담이 많이 됐을 것이다.) 이전까지 김주찬이 좋은 수비를 두 건 해내며 분위기에서 우세에 있었던 KIA였으나, 주연 김민식 조연 황윤호의 수비가 어우러지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4) 오늘 7회 최형우의 타구를 잡아낸 이정후의 집중력있는 수비는 참으로 훌륭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라면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 많았는데, (안타는 비록 하나뿐이었으나) 타석에서 계속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최소 2루타가 될 수 있는 큰 공을 막아내 실점을 없앴다. 정말 피는 못 속이는 걸까? 이 외에도 7회말 김하성의 2루타, 그 뒤를 잇는 임병욱의 3루타 등은 젊은 선수들이 일을 한번 내겠다는 기대감이 들게 했다.


(5) 3번 샌즈와 4번 박병호의 타격감이 대비되어 아쉽다. 샌즈는 김윤동의 몸쪽 초구를 바로 넘기는 투런홈런을 치는 등 정규시즌 막판의 불붙은 모습이 그대로 이어졌으나, 박병호는 오늘 경기 내내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야수 최고참이자 4번 타자라는 본인의 위치가 부담스러운 걸까? 홈런이 아니더라도 10월의 타격감만 유지해준다면 다른 선수들이 해결해줄 수 있을 텐데....


(6) 김민성은 남겠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더라. 본인이 FA라는 자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7) 데일리 MVP로는 샌즈가 뽑혔지만, 개인적으로는 김재현을 꼽고 싶다. 양현종에게서 첫 출루를 만든 선수도 김재현이요, 5회말 무사 1,2루에서 페이크번트앤슬래시 작전을 잘 수행해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만든 선수도 김재현이다.


(8) 물론 떨어진 탈삼진률을 감안했을 때 한현희가 불펜에서 잘 던지리라는 헛된 망상을 품지는 않았다만, 포스트시즌 첫 등판부터 시원하게 초구 2루타를 맞을 줄은 몰랐다. 이보근과 김상수가 죽어라 굴러야지 별 수 있겠나.


(9) 오늘 페이크번트앤슬래시와 한현희의 빠른 교체는 좋았다. 장정석 감독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와 같은 용병술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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