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전 리뷰
(1) 1차전, 천우신조의 1승
1차전은 내내 한화에게 밀리는 형국이었다. 1회 두 개의 안타가 나오면서 기세를 뺏길 뻔 했지만 이용규의 도루자와 호잉의 무리한 주루로 간신히 삼자범퇴와 같은 효과를 봤고, 7회와 8회는 벼랑 끝까지 몰릴 뻔 했다. 김혜성도 두 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초짜의 티를 벗지 못했다. (링크1) (링크2) 이날 넥센의 실책은 총 4개에 달했다. (김혜성 2개, 김민성 2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가 넥센을 구했다. 7회 2사 2루, 하주석 타석에 양성우의 홈 주루를 막아낸 것은 박병호의 좋은 수비였고 (링크) 8회 정근우의 적시타가 될 타구를 내야안타로 막아내 역전을 막는 단초를 제공한 것도 김하성의 수비였다. (링크) 8회 최재훈의 장타를 지워버린 이정후와 (링크) 8회말 2사 만루 호잉 타석에서 바운드된 2구를 백핸드로 잡은 김재현도 승리의 공신이다. (4시간 4분 33초, 링크) 수비 불안에도 불구하고 6회 1사까지 투구한 해커와 투런홈런을 친 박병호, 대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내 끝내 한 점 승부를 승리로 이끈 송성문의 공 또한 크다.
반면 7회 연속 안타를 허용한 이보근, 8회 선두타자부터 안타를 내준 오주원, 경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내내 반대투구로 일관한 김상수의 불펜진은 불안했다. 한화 좌타자들이 해커와 김상수의 몸쪽 높은 공을 건드리며 아웃되면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고, 이용규의 8회 초구 인필드플라이나 김태균의 5회 2사 만루 헛스윙삼진 같은 플레이가 나오면서 살아나긴 했지만...
(2) 2차전, 멱살잡고 끌고 간 임병욱과 안우진
(비록 지금은 스물둘도 0번도 아니지만...)
당연히 임병욱의 연타석 스리런이 없었다면 이 경기는 이길 수 없었다. (링크) 정규시즌엔 큰 영향을 안 끼쳐도 가을야구 한 경기를 잡는 데는 선수 하나가 미치는 게 무엇보다 도움되는 법. 안우진 또한 3.1이닝 동안 2안타 5K라는 뛰어난 투구를 펼치며 고민의 영역이었던 4회부터 7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타선은 우타자 바깥쪽 존이 후했던 게 원인인지 샘슨에게 경기 개시 후 5타자 연속 삼진을 허용하며 힘든 싸움을 해나갔다. 4회부터 2루수 정은원의 실책과 김하성의 2루타, 임병욱의 석점 홈런이 겹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나 했지만, 이용규의 2타점 적시타와 런다운 플레이 도중 정근우의 홈스틸로 (링크) (편의상 홈스틸로 적었으나 실제로는 이중도루 실패시 홈인으로 기록됨) 도로 역전을 내주었다.
이후 박병호와 김하성의 연속 볼넷으로 차려진 밥상을 임병욱이 스리런으로 다시 소화시키며 앞서갔고, 안우진이 7회까지 호투를 이어가는 가운데 2사 이후 김민성과 송성문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3루 찬스에서 김재현이 적시타 한 방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직접 본 경기라 더 할 말이 많은데, 몇 가지 적어보자면 안우진이라는 변수가 굉장히 좋은 쪽으로 작용했고 따라서 한화가 자랑하는 불펜이 별로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만일 추가점을 내주어 동점이나 역전으로 경기가 비등한 가운데 불펜싸움을 해야했다면 경기를 잡기 쉽지 않았다.
이 경기 제일의 승부처는 5회초였는데, 이 순간 안영명-박상원을 택한 한용덕의 투수교체는 0점짜리였다. 이 순간은 바로 송은범이 올라왔어야 했다. 땅볼타구 유도에 능한 송은범이라면 크게 한 방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며, 중간 이닝을 처리하고 역전하는 점수를 뽑아 9-1-2번을 김범수로, 나머지 이닝을 박상원-이태양-정우람으로 끝내는 불펜운용이 가능했다. 물론 이태양도 넥센 하위타선에게 공략당한 점을 감안하면 미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주효상과 김재현이 합계 2타수 2안타 1볼넷을 합작한 부분도 좋았다. 김재현의 적시타는 말할 것도 없고 주효상 또한 3회 볼넷, 4회 안타를 뽑아낸 데 이어 좋은 블로킹을 선보였다. 직접 득점에 기여한 건 많지 않지만 송성문-김재현의 8-9번이 끈끈하다는 건 앞으로도 기대되는 요소다. 김상수 역시 이정후의 도움이 있었다만, 9회말을 2K 퍼펙트로 처리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반대로 걱정이 되는 요인도 여러 가지였는데, 우선 한현희. 3이닝 동안 4안타 4볼넷 2사구를 내주는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이날 최고 구속이 149까지 나오는 걸 보았는데, 전반적으로 시즌 때보다 찍히는 구속이 높아 열심히 던지고 있다는 건 눈에 보였으나 결과가 심히 좋지 못했다.
직관 시에는 잘 몰랐으나, 경기를 다시 돌려보니 한현희가 본격적으로 공략당하기 시작한 건 2회 정은원 타석부터였던 듯 하다. 2-2 카운트에서 바깥쪽 직구를 잡아당겨 2사 1,3루가 만들어졌고, 이후 정근우-이용규-호잉과의 파울 싸움 속에서 결국 한현희는 무너지게 되었다. 정은원-정근우-이용규를 상대하면서 너무 바깥쪽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물론 호잉 타석에서 그랬듯이 한현희와 같은 사이드암 투수가 좌타자 몸쪽에 공을 던지면 그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향하고, 장타 허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화면으로 본 한현희 패스트볼의 움직임은 정말 좋았다. 따라서 위험성을 각오하더라도 신인인 정은원 타석에서 더 많은 몸쪽 승부를 펼쳤어야 한다. 투구 전략의 실패인 셈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공이 좋았지만 투구 전략이 실패했다는 점은 그걸 바꾸면 다음 경기에 어떻게라도 써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차라리 저 정도 공을 불펜에서 던져준다면, 경기 추이에 따라 다음 번에 한현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정후-서건창의 테이블세터진이 18타수 1안타로 부진한 것도 아쉽다. 만일 3차전에도 이렇다면, 4차전이 되었든 플레이오프 1차전이 되었든 그 다음 경기에는 타순을 조정해보는 방안도 고려해야겠다. 이정후의 부상이 심하지 않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3차전 프리뷰
(1) 에이스 브리검이 등판하는 만큼 반드시 잡고 가야 할 경기다. 이번 경기를 잡으면 4일을 쉬고 문학으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브리검을 바로 플레이오프 1차전에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4차전으로 넘어가면 우리도 신인급이 선발로 나서는 만큼 쉽게 이기기 곤란해진다. 무엇보다도, 2013년의 기억을 다시 재현하면 안된다.
(2) 상대 선발 장민재는 평속 139 정도의 공을 던지는 투수라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다양한 구종을 필두로 수싸움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쪽에 가깝다. 또한 주자를 쌓아놓으면 흔들린다. (올 시즌 주자없을 때 .250 / .649, 주자있을 때 .274 / .872) 좌우를 크게 타지 않는다는 건 이 선수의 강점이다. (우타 상대 .255 / .731, 좌타 상대 .267 / .765) 무리해서 치기보다는 일단 어떻게든 출루한다는 생각으로 주자를 쌓다 보면 분명히 기회가 오리라 본다.
(3) 이정후가 빠지는 좌익수 자리에 누굴 쓸지가 문제다. 그나마 후보 셋 중에서는 김규민이 제일 낫겠지만... 고종욱은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9경기 동안 35타수 13안타(.371)로 좋은 성적을 낸 전적이 있다. 거기다가 홈에서 강했던 타자라 (.326) 고종욱이 선발로 나와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규민이 특별히 홈에서 약하지도 않지만... (.338) 발야구를 기대해본다면 김혜성을 다시 선발 2루수로 내세우는 방법도 괜찮겠다. 2루 김혜성 3루 송성문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그건 아주 과감한 수니 장정석이 거기까지 나가진 않으리라.
(4) 타순을 정하기가 어렵다. 만일 고종욱이 나온다면 당연히 1번을 시키진 않을 테고, 90타석 가량 1번으로 나왔던 김규민이 선발이라면 그래도 좀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타격감이 좋은 김하성-임병욱을 과감하게 1번과 5번으로 배치하는 수도 괜찮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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