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에 대하여
(1) 3,4차전 이야기
3차전은 타선의 집중력도 아쉬웠지만, 딱 두 가지 장면만 없었어도 이기지 않았을까 싶다. 첫째로, 9회 김태균에게 곧바로 초구 직구를 꽂은 이보근. 김태균처럼 경험많은 타자가 시리즈 내내 감을 못 찾아서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너무 정직했다. 둘째로, 6회말 김규민 대타 고종욱. 이것만큼 무의미한 교체가 있었을까? 오주원을 9회까지 올린 것도 좋진 못했다만 어쨌든 하위타선 상대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패스. 브리검의 6회 호잉 상대 피홈런은 너무 빨리 잡으려고 한 게 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과론이지만.
4차전은 경기 초반 이승호가 만루 위기를 허용하면서도 1점으로 버텼고, 끝내 큰 리드를 허용하지 않고 감독의 의도대로 마운드를 무사히 안우진에게 넘겼다. 그리고 안우진의 5.2이닝 무실점 호투로 깔끔한 마무리. 9회를 본인이 끝내겠다고 했다는데, 모 연예기획사 사장의 말마따나 심장이 큰 투수가 될 자질이 보인다. 대범함과 함께 본인의 과오를 반성하는 자세 역시 늘 함께 하길 기원해본다.
초반 박주홍에게 말릴 뻔 했고 말리기 직전까지 갔으나 실책 하나를 놓치지 않고 임병욱의 주루플레이와 김재현의 센스있는 스퀴즈로 (자신이 직접 판단한 것이라니 더욱 뜻깊다) 동점을 뽑았고, 바빕신이 도운 김규민의 적시타로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8회말 2사 1,3루 임병욱의 2타점 2루타로 (수비 중 3루까지 진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임병욱은 8타점으로 준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타이 기록.
준플레이오프에서 임병욱의 기록은 11타수 4안타(2루타 1, 홈런 1) 더 긍정적인 건 삼진 4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또한 4개나 얻어냈다는 점이다. 클래스의 도약인지 절정의 폼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시즌 내내 헛손질을 하던 낮은 공을 침착하게 골라내고 또 타이밍을 맞춰 때려내고 있다. 내년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게 피눈물이 날 정도.
3차전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시리즈를 끝냈다는 게 희망적이다. 다만 이정후를 빼고 플레이오프를 맞아야 하니 이렇게 아쉬울 데가.
플레이오프 프리뷰
(1) 선발 로테이션은
양팀 1차전 선발은 각각 브리검과 김광현이다. SK는 2차전 켈리, 3차전 박종훈, 4차전 문승원의 순으로 등판할 듯 하다. 넥센의 경우 2차전에 해커의 등판은 거의 확실시되나, 3차전과 4차전은 아직 알 수 없다. 아마도 3차전에 한현희, 4차전에 이승호가 나오고 준플레이오프 때처럼 안우진이 문학 원정 시리즈와 고척 홈 시리즈에서 한 경기씩 +1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겠다.
(2) 타순은
SK는 시즌 내내 타선을 견인했던 리드오프 노수광이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강민이 1번 타자로 나선다고 했으므로 일단 김강민8-한동민9-로맥3의 순으로 1-2-3번이 구성되리라. 후반기 부진에 빠졌다 다시 10월 반등하는 기미를 보인 최정이 어디에 배치될지도 관건이다. 만약 시즌 후반의 타순을 적용한다면, 4번 김동엽D - 5번 이재원2 - 6번 최정5이 유력하다. 물론 자연스럽게 최정-이재원-김동엽의 순으로 4-5-6번을 구상할 수도 있다. 하위타선의 경우 김성현과 나주환, 그리고 좌익수 자리에 들어갈 한 명이 배치될 텐데, 만일 정의윤이라면 7번 정의윤 - 8번 김성현 - 9번 나주환, 김재현이라면 7번 김성현 - 8번 나주환 - 9번 김재현의 타순을 예상해본다.
넥센은 준플 4차전의 타순 (김하성-서건창-샌즈-박병호-송성문-김민성-임병욱-김규민-김재현) 에서 큰 변화가 없으리라 예상한다. 이 타순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 다른 1번 후보를 찾아보자면 김규민이나 서건창 정도인데, 볼넷 비율이 낮고 삼진 비율이 높은 김규민이나 공을 별로 보지 않는 서건창이 1번을 맡기는 어렵다. 굳이 바꾸라면 20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는 김민성의 자리를 임병욱과 바꿔야 하지 않을까.
(3) 투수진은
SK 선발진이 좋아 SK의 우세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켈리는 후반기 폼을 확실히 올렸으나 (전반기 16경기 5.17 피안타율 .268, 후반기 12경기 2.78 피안타율 .226) 넥센에게 그렇게 강하진 않았던 투수다. (지난 3년간 6.87-4.24-5.61) 문승원 역시 올해 넥센전 .344의 피안타율을 기록했으며, 박종훈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2경기 2.70) 5이닝씩 투구한 결과물일 뿐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은 7점대-5점대-5점대의 상대 기록을 보여왔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불펜의 넥센전 성적은 의외로 준수하다 (신재웅 4.15 / 김태훈 4.05 / 박정배 2.25 / 윤희상 4.91 / 서진용 1.29 등) 그러나 리그 최강이었던 한화 불펜도 제압하는 데 성공했으니, SK 불펜진에 미리 겁먹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도 불펜 에이스인 김태훈의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건 SK의 분명한 약점이다.
넥센 투수진의 SK전 성적은 어떨까? 우선 한현희. 5경기 5.86으로 안 좋았는데 7실점 8실점 경기가 둘, 6이닝 7이닝 무실점 경기가 둘, 5이닝 3실점 경기가 하나 있다. 퐁퐁당당당인데 이번 고척에서 퐁이 걸리길 바라야지 별 수 있나. (그 무실점 경기 두 번이 고척이긴 하다) 기타 브리검이 문학에서 7이닝 4실점, 고척에서 8이닝 2실점 경기 하나씩을 SK 상대로 치른 바 있고, 이보근(9.1이닝 2.89)과 오주원(7.1이닝 3.68)의 SK전 기록도 준수하다. 김상수(8.2이닝 6.23)의 성적은 좋지 않은데, 7월 4일(4실점 블론)과 9월 5일(2실점 블론) 두 경기의 영향이 크다. 명예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타 신재영(10.2이닝 5.06)과 해커(9.1이닝 8.68)에게는 기대치를 낮춰보자.
(4) 1차전은
SK 선발진이 생각보다 공략할 만하다고 했으나, 1차전 선발로 나서는 김광현은 확실히 부담스럽다. 2014-2015년 리그 최고의 타선이었던 넥센을 김광현은 최전성기엔 못 미치는 폼으로도 도합 28이닝 8자책으로 막아냈다. ('14년 4경기, '15년 1경기) 이제 넥센 타선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김광현은 자신의 최전성기였던 시절마저 부정하는 새로운 시즌을 만들어냈다. 한때 변화를 시도한 적도 있었으나, 올해의 김광현은 본연의 투피치 투수에 훨씬 더 가까워진 모습이다. 수술 직전 10% 이상 구사하던 체인지업은 올해 단 2.1%만을 구사하는 식으로 패턴이 바뀌었다.
일단 9이닝당 볼넷이 2가 안 되는 투수에게 볼넷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그게 가능한 타선 구성도 아니다. 송성문-임병욱-김규민 등은 좋은 타격감을 기반으로 몸쪽 공을 치는 빠른 승부를 하는 편이 낫겠다. 우타자들은 그냥 직구 하나만 노리고 들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 칠 수 있다면. (2016년 평속 144.9 -> 2018년 평속 147.3)
SK의 중심타자 하면 역시 한동민-로맥-최정이다. 한동민은 누적스탯으로는 분명 작년보다 압도적이지만,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확실해졌다. 일단 장점은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은 타자로 바뀌었다는 것이고, (커브 .167 체인지업 .229 스플리터 .216 -> 커브 .324 체인지업 .284 스플리터 .283) 단점은 헛스윙률이 늘었고 (22.7% -> 25.5%) 내야플라이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앞선 두 경기 브리검의 구위를 고려해보면 살살 꼬시기보다 오히려 힘대힘으로 붙으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로맥의 경우엔 특별히 흠잡을 게 없다. 그냥 우투수가 우타자를 공략하는 일반적인 정석 패턴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최정은 올해 변화구 상대로 극악한 성적을 내고 있으며, 특히 우투수 상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스플리터의 공략은 처참할 정도로 못했다. (우투수 슬라이더 .217 체인지업 .118 스플리터 .069) 반면 이런 환경 속에서도 좌투수의 공은 놀라울 정도로 잘 치니 (좌투수 상대 성적 .294 .414 .624, 좌투수 직구 상대 성적 .387) 행여 오주원-김성민 등을 최정에 붙이는 멍청한 짓은 절대로 금물이다.
김강민이 예전만큼의 주력은 아니지만, 경험이 많고 까다로운 주자라 내보내면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무조건 첫 타자는 잡고 시작해야 홈런을 하나 맞더라도 맘이 좀 편하다.
(5) 왜 꼭 이겨야 하는가
선수단 여러분이 팬을 생각한다면 2016년 포스트시즌 탈락 당일에 사퇴의 변 쓰고 바로 도망간 놈이, 안 간다고 부정해놓고 가서 단장하고 있는 팀에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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