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전 리뷰
(1) 1차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쫓아갔지만 결국 가을의 전설 박정권에게 투런을 맞아 내주고 말았고, 아쉬웠던 경기다.
1회 김규민의 도루는 아마 단독 도루였을 거다. 좌투수 - 우타자 - 포수 이재원(이번 시즌 도루저지율 26.7%)의 조합이니 3루를 노린다는 발상은 괜찮았다만 굳이 볼카운트 1-0에 그걸 시도했어야 했나 싶다. 더군다나 투수가 김광현인데.
최정의 홈런은 몸쪽으로 꽂는 투심을 약간의 회전만으로 바로 넘겨버렸는데, 역시 정직하게 부딪힐 타자는 아니다. 처음엔 시리즈 동안 깔짝깔짝 바깥쪽을 공략하자고 썼는데, 2차전 오주원에게도 한 방을 터뜨려서 이제 그런 소리 하기도 애매해졌다. 그냥 애매하면 볼넷 주고 로맥 상대하는 편이 나을지도.
브리검은 첫 타자 상대로 존 비슷하게 들어간 공이 다 볼로 판정되어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다소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 투심 제구가 안된 데는 4일 휴식의 피로도 있겠지만, 이 볼넷 이후 손에 힘이 들어가며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3회는 정말 얘기할 거리가 많은 이닝이었는데, 전후 사정을 되짚어보면 딱히 브리검에게 고의성은 없어보였다. 물론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는데 3-0에서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맞이한 최정의 불쾌함은 백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브리검은 원래 사구가 많은 투수며, 1차전 내내 투심 제구가 안됐다. 여기에 김강민과 공들여서 카운트싸움을 하다가 등에 맞혔고, 로맥에게는 0-2에 머리 쪽으로 날아가는 공을 던졌다. 오히려 이 둘에게 이러한 공이 없었는데 최정에게만 위협구가 날아갔다면 좀더 고의성을 의심해볼 여지가 있겠다. 그러나 세상에 어떤 투수가 초구도 아니라 존에 걸치는 투구 세 개 해놓고 굳이 다시 위협구를 던지겠으며, 1사 1-2루인데 1사 만루를 만드는 빈볼을 시도한단 말인가.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 정말 고의라면 당장 퇴출감이다. (그래도 로맥에게 위협구가 나온 시점에서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구심이 브리검에게 주의를 한번 줄 필요는 있지 않았나 싶다.)
김광현은 아마 7회 임병욱 송성문까지 상대하려고 내보냈을 거라 생각했는데, 후에 인터뷰를 보니 과연 그러하더라. 깔끔하게 이닝을 끊는 게 낫지 않았을까 보았으나, 바꿨으면 바꾼 대로 말이 나왔을 거라는 힐만의 인터뷰에도 일리는 있다. 1차전 좌타자에게 슬라이더를 집중공략당하면서 좌타자에겐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넥센 선수들이 김광현의 유인구를 안 속고 잘 골라내며 존에 들어오는 공을 집중력있게 쳐주었다. 홈런 2개를 친 송성문은 정말 미래의 스타로서 기대된다.
박빙에 김하성과 김민성 상대로 산체스를 내보낸 건 각각 8타수 1안타, 10타수 1안타라는 상대전적을 감안한 듯 하다. 이번 시즌 욕 많이 먹었다만 저런 식으로 1이닝 계투로 내보낸다면 누구보다도 무서운 선수가 산체스다. 김하성, 김민성 두 선수는 앞으로도 산체스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두 선수의 타순을 떼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김상수의 제구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막판 박정권에게 2-0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공은 원래 존 바깥에 살짝 걸쳤어야 했는데, 주효상의 리드보다 너무 가운데로 들어갔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내내 제구가 안됐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도 이러니 안타까울 뿐.
(2) 2차전
켈리가 오른손 저림 증상으로 4이닝 만에 내려가는 행운을 맞이했음에도, 이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해커가 비록 피칭의 결과물은 5.2이닝 4실점으로 안 좋긴 했으나 이날 보여준 투구를 보면 해커를 1차전, 브리검을 2차전에 쓰는 게 순리가 아니었을까.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의 기록도 보면서 확인했다는 장정석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중심타선이 무력하니 경기가 제대로 풀릴 수 없었다. 박병호는 삼진-병살-파울플라이-삼진, 송성문은 삼진-투수 땅볼-삼진-삼진, 그나마 샌즈가 볼넷 두 개를 골랐지만 2타수 무안타. 물론 지금까지 시즌을 캐리해온 샌즈나 1차전 희망이라도 갖게 해준 송성문을 한 경기로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박병호 참... -_-;;
3회 샌즈의 태클로 논란이 많다. 일단 이건 빼도박도 못하고 고의는 맞고, 더티플레이냐 아니냐가 문제일 텐데, 힐만이나 김강민은 아니라고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힐만이야 50대 미국아재에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본 플레이일 테니 여차하면 우리도 하면 그만이라 생각할 거고, 커리어 동안의 행태를 보건대 김강민이 더티플레이 운운하면 그림이 좀 웃겼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태클을 좋아하지 않고, 안하는 게 낫다. 해서 도움이 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 바로 김강민에게 동점 적시타와 역전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다 넘겨주지 않았는가. (이럴 때 항상 잘하는 선수라 굉장히 얄밉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개싸움으로 끌고 가봐야, 이 팀에서 그럴 분위기 잡아주고 역전시킬 선수가 엔트리에 없다...
김성현이 샌즈에게 중지를 올리면서 더 논란이 많아졌는데, 뭐 딱히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욕 좀 먹으면 같이 욕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게 방송에 나간다고 죽일 놈 되는 건 아니니까... 개인적으론 그렇게 작은 선수가 외국인 선수에게 대놓고 맞붙을 줄 몰라서 호감도가 좀 오르긴 했다. 다만 다소 멍청한 행동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그냥 다음 이닝에 태클 한번 해서 되갚아주면 안되냐 트윗하니 꽤 많은 분이 (혹자는 팀 비하를 섞어가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그냥 야구관의 차이일 뿐이다. 오히려 한번 시원하게 싸우고 한둘 퇴장당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는 게, 내내 일방이 (고의든 아니든) 얻어맞고 부글부글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
SK는 윤희상을 빠르게 내리고 김택형을 올리면서 넥센의 찬스를 봉쇄했고, 이후 정영일-김태훈-신재웅이 3이닝을 6K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다들 확실한 장점이 있는 투수긴 하지만, 그래도 타순이 한 바퀴 돌 정도로 공략 못할 레벨은 아닌데 정말 답답한 경기 후반이었다. 계속 몸쪽으로 꽂아넣는 슬라이더 공략 못하다가 루킹삼진당하는 박병호와, 정영일이 대놓고 쳐서 넘기라고 가운데로 조공한 포크볼을 인플레이 타구로 못 만든 김민성과 (좀 아까운 타구긴 했다) 이 중요한 순간에 대타 카드로 허정협을 쓰는 장정석... 환장의 트리플플레이였다. 지금이 내년에 방출될지도 모르는 선수 추억 하나 만들어주는 자리가 아니다. 뭐라도 해볼 의지가 있으면 1군 짬밥을 좀 먹은 선수를 내야 하지 않나. 그게 고종욱이란 점이 슬프지만.
7회 오주원을 최정 타석에도 낸 건 정말 무리수였다. 차라리 경험치 쌓는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던질 거면 김성민이나 이상민을 내든가... 이번 시리즈에서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조합으로 지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시원하게 한 방 맞았다. 나가고 싶었는데 예의상 끝까지 봤다.
김규민 타석의 조급함이 아쉽다. 여차하면 그냥 삼진당하든가 아니면 당겨칠 수 있는 타구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았을 텐데... 거기서 승부가 본격적으로 갈렸다.
3차전 프리뷰
(1) 추가 벤클 여부?
박종훈과 한현희에게 사구를 맞은 선수를 합하면 선수단 하나가 나온다. (도합 40사구) 3차전은 제발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는데, 한현희의 제구력이 어느 쪽으로 터질지 몰라 심히 불안하다. 2차전 정근우 맞혔듯이 하면 진짜 죽빵 한대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엘리미네이션 게임이라 부담 많이 될 거고 명예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겠으나, 손에 힘 빼고 살살 던졌으면 한다.
(2) 기타등등
박종훈은 직구-커브-싱커 세 조합을 구사하는 투수다. 직구와 커브의 구사율은 40%대로 비슷하며, 릴리스포인트가 매우 낮아 무척 까다로운 언더핸드다. 올해 넥센 상대로는 2경기에서 10이닝 5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홈(4승 7패 5.15, 피OPS .768)보다 원정(10승 1패 3.24, 피OPS .677)에서 더 성적이 좋기 때문에, 고전이 예상된다. 그다지 참고할 데이터도 없다. 김민성(5타수 무안타) 임병욱(6타수 무안타)에게 강했다는 것 정도? 김하성이 2타수 2안타, 송성문과 김재현이 2타수 1안타를 치긴 했으나 표본이 너무 작다.
다른 할 말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 기대치는 플레이오프까지였다. 지더라도 죽어라 하고, 최선을 다하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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