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프리뷰
(1) 선발 매치업
헤일 대 해커로 정해졌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넥센은 두 번째 외국인인 해커로 기선제압을 노려야 하고, 한화는 1선발인 샘슨이 넥센전에 무척 약하니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4경기 17이닝 24실점 21자책, 11.12)
<1> 일단 한화 선발투수인 헤일의 성적을 살펴보자. 12경기 3승 4패 4.34 / 66.1이닝 68피안타 8피홈런 17볼넷 55탈삼진. 그리고 타자들은 헤일을 상대로 .269 / .324 / .403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중에 영입된 외국인 선발 치고는 나쁘지 않다. 다만 영입 초기에 비해 지금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최근 4경기에서 3점 이상을 꾸준히 실점했다. 시즌 중에 넥센과 맞붙어본 적은 없는 투수다. 다만 현재 넥센의 물오른 타선을 감안하면 감당 못할 상대는 아니다.
헤일은 직구(32.8%) - 싱커(28.0%) - 체인지업(25.3%) - 슬라이더(13.5%)의 4가지 구종을 골고루 던지는 선수다. 우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 좌타자 상대로는 주로 체인지업으로 공략을 시도한다. 직구와 싱커는 각각 평균 구속 147, 145에 육박하는 빠르기를 지녔다만, 그다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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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자 Contact% |
좌타자 Contact% |
우타자 피안타율 |
좌타자 피안타율 |
직구 |
93.3 |
89.3 |
.310 |
.289 |
싱커 |
85.2 |
92.6 |
.302 |
.345 |
보다시피 좌타자 상대로 92.6%의 컨택과 .345의 피안타율을 허용한 헤일의 투심은 좋은 구종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강점이라면 우타자 상대의 슬라이더 (.125)와 좌타자 상대의 체인지업(.211)은 제 역할을 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좌타자 라인의 체인지업 상대 타율은 임병욱(.439) 이정후(.392) 서건창(.300) ... 셋 중 누구도 꿀릴 선수가 없다.
<2> 이제 해커 얘기를 해보자. 히어로즈 팬 중에 지금 해커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다면 그분의 신뢰도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그 정도의 믿음과 신념이라면 19세기 초반 조선의 천주교인이나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에게나 찾아볼 수 있을 수준이다.
해커는 올해 14차례 등판해 5.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79.2이닝 동안 86피안타 16피홈런 30볼넷 56탈삼진이란 성적을 찍었다. 완벽한 영입실패다. 해커는 1선발 이닝이터 로저스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급하게 (사실 세월아네월아 뜸들여가며) 영입한 투수다. 작년 브리검 정도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맞상대인 헤일 정도의 스탯은 찍어줬어야 했다. 막말로 밴헤켄이 이 성적 찍었으면 푹 쉬어가시라고 정신승리나 할 텐데, 해커는 그런 입장의 선수도 아니다.
아무튼... 해커는 올해 한화전에 한 차례(8월 10일) 등판했는데 그때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승투를 따낸 바 있다. 잘한 듯 보이지만 이날 해커는 6회를 제외하고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7피안타 3사사구) 한화 타선이 좀만 집중했더라면 4회에 해커를 강판시키고 경기를 따낼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한화전 성적을 별로 신뢰할 수 없단 얘기다. 우리가 헤일을 끌어내리는 건 가능성이 높은 일이지만, 해커가 털리는 건 상수에 가깝다. 기도나 하자.
(2) 한화 불펜진의 넥센전 성적을 대충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정우람 |
1.35 |
이태양 |
4.50 |
송은범 |
1.23 |
박상원 |
1.93 |
김범수 |
3.38 |
박주홍 |
10.29 |
장민재 |
11.12 |
안영명 |
1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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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화 승리조를 상대로 굉장히 약하다. 따라서 7회 이후의 접전을 노리면 안 되고, 무조건 초장에 잡고 간다는 생각으로 헤일을 공략해야 한다. 불펜진의 양적 풍부함이라는 강점이 있으니 한용덕 감독이 선발을 조기강판하는 수를 쓸 수도 있겠다. 하지만 3-4차전의 국내투수 선발등판 경기를 생각한다면 기껏해야 초반 크게 기울어지는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카드는 박상원 내지는 송은범 정도다.
한편 넥센 불펜진의 한화 상대 성적은 어떤가 하니... 김상수-오주원-김성민이 정규시즌 4-5-4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바빕신의 가호 이런 게 아니라 완전 봉쇄에 가깝다. (김상수 15타자 상대 4피안타 4K, 오주원 17타자 상대 2피안타 4K, 김성민 16타자 상대 2피안타 2볼넷 6K) 한현희는 아마도 2차전 선발 등판이 예상되니 언급하지 않는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조덕길과 양현도 각각 9타자와 8타자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다만 이보근이 8경기에서 5이닝 7자책으로 거하게 두드려맞았고, 윤영삼 역시 2경기 4이닝 4실점(3자책)으로 좋지 않다. 상식적으로 경기가 진행된다면 접전에 김성민이나 양현을 투입하는 무리수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충분하지도 않은 표본을 가지고 단기전에 그런 요행수를 바랐다간 참사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보근이 노오력... 아니 분발해주는 수밖에 없겠다.
(3) 양 팀 타자들의 맞대결 성적을 들여다보자면... 일단 송성문이 23타수 13안타(.565)로 강했고, 이정후(.491) 임병욱(.368) 박병호(.333) 김하성(.319) 김민성(.293) 등 전반적으로 한화전 성적이 좋았다. 특히 임병욱과 김하성이 홈런을 3개씩 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샌즈는 한화전에 나온 적이 없으나 현재로서는 가장 기대되는 카드 중 하나. 김혜성(.224)만 뺀다면 타선이 안 터질 이유는 없다. 헤일에게 낯만 가리지 말자.
한화의 경우 공인 넥센 킬러인 호잉(.426)을 비롯해 하주석(.411) 김태균(.381) 이성열(.333) 강경학(.296) 송광민(.291) 등이 모두 넥센에게 강했다. 호잉-하주석-이성열은 홈런도 3개씩 쳤다. 그나마 쉬어갈 만한 타자들은 양성우(.263) 최재훈(.235) 이용규(.180) 정근우(.100) 정도.
일단 와일드카드 결정전 버나디나를 막았듯이 (사실 막았다기도 찝찝하다) 정근우-이용규가 밥상을 못 차리게 해야 한다. 호잉한테는 어떻게든 최소 한 점 줄테니 두 점까진 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가면 좀 편할지도 모르겠다. 한화 타순은 아마 호잉 - 이성열 - 김태균 - 송광민 - 하주석 - 최재훈 - 정은원 순으로 배치되지 않을까. 만일 김태균의 몸 상태가 아직도 좋아지지 않았다면 이성열이 지명타자, 양성우가 좌익수를 맡는 구도가 되겠다.
(4) '관록' 의 한화와 '패기' 의 넥센이라는 그림을 언론에서 잡아주었지만,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쪽은 11년 만에 가을을 맞게 된 한화고 넥센은 근래 비교적 자주 포스트시즌에 올라왔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한화는 3-4차전에 누가 나올지 확실하지 않다. (아마 장민재-김민우-김성훈 중 둘이겠지만) 대전 원정에서 기세를 잡아놓으면 (송은범-정우람 제외)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한화 투수진을 심리적으로 흔들어놓을 수 있다. 이번 시리즈는 어느 팀이든 한번 기세를 잡는 쪽이 일방적으로 몰아갈 것이며, 5차전까지 가는 비장한 혈투는 아마 없으리라 장담한다. 구단버스의 다음 목적지가 문학구장이길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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