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전 리뷰





5회까지는 투수전으로 흘러갔습니다. 브리검은 1차전에서 안 좋았던 투심을 버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많이 구사하고 간간이 직구를 꽂아넣는 전략을 썼는데, 투구수가 다소 많아지긴 했지만 이게 먹혀서 SK 타선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죠. 9번 허도환이 투구수를 잔뜩 불리지 않았다면 7회까지도 노릴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김성현이 변화구 헤드샷을 맞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만, 큰 부상이 아니고 브리검도 곧장 사과를 하며 좋게좋게 마무리되어 다행입니다. 저는 투수들이 사구를 던질 때마다 사과하는 게 김성근 시대의 지나친 반동 아닌가 싶어서 좀 마땅찮아하는 편입니다만, 고의가 아니더라도 머리에 공을 맞는 건 선수생활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부상이니 이럴 때는 미안하단 의사표시를 확실히 하는 게 낫죠.


6회 이날 4안타를 몰아친 '교수' 서건창의 예술적인 번트가 성공하면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고, 이어진 2사 2,3루에서 임병욱이 중견수 김강민의 키를 넘는 2루타를 때려내며 2-0으로 선취점을 얻어냈습니다. 이어진 폭투에서 공이 크게 튀면서 2루에서 홈까지 들어오며 3-0. 경기가 이대로 끝났더라면 임병욱이 이 날의 영웅이 되었겠죠. 공수주에 모두 능한 선수지만 키가 191이나 되는 선수가 이렇게 빠른 것은 확실히 대단합니다.





6회말 이럴 때면 언제나 맞불을 놓는 김강민의 선두타자 안타에 이어, 한동민의 2루 땅볼 때 김혜성의 2루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무사 1,2루가 되었죠. 김혜성은 더 좋은 수비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보지만, 이번 가을야구 때는 경기 내내 최소 1번의 실책을 저질러서 안타까웠습니다. 정면타구 잡는 데 많은 약점을 보였는데, 다음 시즌에는 이를 보완하면 좋겠네요. 이어서 터진 로맥의 홈런은 처음엔 파울일 줄 알았는데, 결국 안으로 들어와버렸습니다. 그 각도로도 홈런을 치니 정말 무서운 타자죠. 슬라이더가 좀만 더 낮았더라면.


90구 가까이 던지고 이틀을 쉬고 올라온 한현희가 연속 볼넷, 이어서 50구 던지고 하루 쉬고 올라온 안우진이 최항에게 역전 3타점 2루타. 그러나 이 선수들을 원망할 수야 없죠. 강승호 타석 0-2에서 한현희의 3구 슬라이더가 볼 판정을 받은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최항 상대 안우진의 4구 슬라이더 역시 낮은 코스로 떨어졌지만, 타자가 잘 쳐서 실점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차라리 한현희 다음에 이보근으로 끊는 게 어땠겠냐?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네요.


7회 SK가 켈리를 내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우리도 7회 오주원-이보근, 8회 김상수로 끊어갔지만 연이어 실점. 4-9의 점수에서 마지막 9회초를 맞이하게 됩니다. 선두타자 김민성이 SK 좌익수 김재현의 포구 실수로 출루에 성공했는데, 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이때 진짜 욕 많이 나왔죠. 파울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타구인데 왜 걷고 있다가 2루를 못 가나요. 개인적으로 이 팀에서 다시 안 봤으면 합니다. 너무 실망이었어요.


어쨌든 2사 이후 김하성과 송성문의 연속 2루타로 2점, 이어 서건창이 2루 땅볼을 쳤지만 SK 2루수 강승호의 송구 실책으로 1점이 추가됩니다. 7-9. 그리고 투수가 신재웅으로 바뀌고 타석에는 박병호.




처음엔 타이밍이 맞지 않았지만 박병호는 이전과 달리 아웃당했을 인코스 직구도 집요하게 컨택해내고, 어이없이 헛스윙했을 체인지업에도 속지 않으며 끝내 신재웅의 6구 146km/h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을 쏘아올립니다.





이어진 9회말 선두타자 나주환이 볼넷으로 나간 후 번트를 거쳐 1사 2루. 김성현의 타구를 샌즈가 다이빙캐치로 잡는 듯 했으나 비디오판독으로 원바운드 포구임이 확인되어 1사 1,2루. 다행히 주자를 묶는 데 성공한 가운데 신재영이 강승호-이재원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집니다.


10회초 임병욱의 사구가 파울로 번복되는 해프닝이 있었고, 다시 임병욱이 선두타자 2루타를 치고 나가자 김민성이 페이크번트앤슬래시로 우중간 적시 2루타. 박정음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지만 김재현-김하성-송성문에서 삼진-볼넷-삼진으로 후속타가 불발되면서 이닝이 끝납니다. 서건창과 박병호까지만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자꾸 남네요.


10회말은 신재영이 김강민에게 동점 솔로 홈런, 한동민에게 끝내기 솔로 홈런을 맞으면서 결국 넥센의 패배로 끝이 납니다. 김강민 상대로는 0-2를 잡아놓고도 덜 꺾인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들어가며 홈런을 맞았고, 한동민 상대의 3-2 이후 9구 직구는 포수가 요구한 코스로 잘 갔지만 한동민의 타격이 워낙 좋았죠. 사실 올 시즌 신재영의 퍼포먼스로 SK 중심타선을 무실점으로 막기는 무리였구요. 장정석은 5번 정진기 이후로는 김성민으로 잡으려 했다는데, 더 빨리 준비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5차전은 많은 것이 후회로 남는 경기였습니다. 6회 투수교체를 더 잘했더라면, 김혜성이 그냥 무리하지 않고 1루로 던졌더라면, 샌즈나 김규민이 한번만 안타를 쳐주었더라면, 신재영을 조금만 빨리 바꾸었더라면, 오주원-이보근-김상수가 무실점으로 막았더라면... 사실 시리즈 전체도 그랬죠. 중심타선이 좀 더 일찍 터졌더라면, 실책을 좀 덜 했더라면, 벤치클리어링과 비매너 논란이 없었더라면...


하지만 넥센 선수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무사히 치르고, 먼저 2패를 당하고도 굴하지 않고 SK를 역대 3번째 리버스 스윕 직전까지 몰아넣었습니다. 그 동안 가을 단기전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이를 비웃듯 좋은 활약을 해주었습니다. 안우진, 이승호, 송성문, 김혜성, 김규민, 임병욱, 주효상... 이는 분명 다음 시즌 팀의 자산으로 돌아올 겁니다.


잠시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행복한 상상을 했습니다. 아쉬운 꿈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명승부를 펼쳤기에 위에 열거한 후회들이 더는 남지 않네요. 내년엔 넥센이란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히어로즈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11월이 우리의 계절이 될 거예요.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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