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리뷰
1:0
(1) 두산
<1> 린드블럼
공은 좋았지만 6.1이닝 5실점으로 결국 패전투수가 되었다. 팔이 늦게 넘어오는 거 같다는 이유로 해커를 연상시키는, 바뀐 투구폼을 들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동민에게 맞은 투런홈런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박정권에게 맞은 결승 투런은 안 맞을 수도 있었다. 후속타자 김동엽은 포수파울플라이와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으로 이미 두 번이나 아웃당했고, 6회에도 초구를 쳐서 3루 땅볼 아웃을 당하며 감이 좋지 않은 상태임을 증명했다. 박정권은 반면 이전 타석에서 초구와 2구에 모두 반응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홈런을 때리기 전 초구에도 휘두르진 않았지만 한번 반응이 있었다.
오늘 린드블럼의 투구는 시원시원했다. 그러나 직구에 강점이 있고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는 박정권을 상대로 한 볼배합은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 투수는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2> 박치국과 장원준
김태형의 결정적인 패착이라면 장원준을 너무 믿었다는 것이다. 올해 박치국만한 필승조가 어디 있었나. 김강민을 잡고 2사 2루가 된 순간 한동민을 거르고 박치국과 로맥으로 승부를 보는 게 나았다. 오늘 로맥이 1안타가 있긴 하나 내야안타로 좋은 타격감과는 거리가 여전히 멀었다.
장원준은 한동민을 잡는 데 실패했다. (사실 한동민이 5구 슬라이더를 받아치면 더 큰 재앙이 일어날 뻔 했지만, 다행히 볼넷으로 나가주었다) 로맥도 장원준의 공에 속지 않았다. 어려운 상대였던 박정권에게 던진 바깥쪽 직구는 바깥쪽에 꽂히면서 폭투로 1실점. 김승회가 김재현을 막지 못했더라면 경기는 여기서 진작에 터지고도 남았다.
<3> 수비
오히려 흔들린 쪽은 두산의 수비였다. 3루수 허경민은 오늘 정면 강습타구를 두 번이나 놓쳤다. 한번은 어찌 유격수 김재호에게 의문의 토스가 되면서 아웃카운트를 잡긴 했으나 두 번이나 그런 행운이 따르진 않았다. 1루수 오재일은 1사 1,3루에서 로맥의 공을 잡고도 유격수 키를 넘기는 무리한 런닝스로로 패배에 방점을 찍었다. 2회말 최주환, 5회말 박건우의 강습타구를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로 연결한 SK 3루수 강승호와 이날 시프트로 두 번이나 공을 건져낸 2루수 박승욱과 비교되는 대목.
<4> 타격
오래 쉬어서 그런지 타자들의 타격감 역시 좋지 않았다. 허경민은 4타수 무안타에 번트실패를 더하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박건우는 5타수 무안타 3삼진의 굴욕을 당했으며, 7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오재일과 김재호가 삼진과 병살타로 물러나며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오재일의 경우 평소 같았으면 칠 수도 있었을 공을 못 쳤으니 더욱 아쉬웠다. 반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정수빈은 혼자 3안타를 치는 불붙은 타격감을 선보였으며 양의지는 침착하게 3볼넷을 골라냈다. 최주환은 5회말 1사 만루 때 산체스의 바깥쪽 높은 153km/h 직구를 고스란히 받아쳐 적시타를 만들었다. 한국시리즈 내내 조커로 사용될 산체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두산의 타격은 결국 언제고 터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홈에서 7안타 9볼넷으로 상대가 판을 깔아주는데도 이를 석 점밖에 주워먹지 못하는 답답한 타격이 계속된다면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2) SK
<1> 박종훈
제구가 아주 극과 극이었는데, 3회말 결정타를 먹이지 못한 것이 두산으로선 못내 아쉽고 SK로서는 아주 다행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뒤에서 잘 막아줘서 4.1이닝 2실점으로 무사히 넘어가긴 했으나, 3안타 5볼넷의 출루는 좀 불안하다. 5차전 문학에서 등판할 때는 무조건 볼넷을 줄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져야 한다. 오늘 김병주 구심의 존이 좀 낮은 편이었는데 언더투수에게 최적인 이 상황을 박종훈-이재원 배터리가 잘 활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2> 김택형
오늘 제일 미스터리한 교체. 여전히 제구가 잡히지 않고, 여전히 머리를 처박는 투구폼을 하면서 던졌다. 결과는 김재환과 양의지를 상대로 2볼넷 적립. 플레이오프 2차전 김규민의 병살타구를 유도한 그런 그림을 생각하며 냈을지도 모르나 접전에서 중심타선을 상대로 내기 부적합한 카드임은 확실히 드러났다.
<3> 필승조
산체스는 비록 분식회계를 하나 하긴 했으나 1.2이닝을 2안타 1볼넷 3K 무실점으로 성공적으로 막았다. 투구수도 26구라 내일 또 올라와도 부담이 없다. 김태훈의 경우 구속이 안 나와 드디어 지친 게 아닌가 했는데, 포심의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일부러 투심 위주로 던졌다고 한다. 어쨌든 구위가 떨어진 건 맞고, 슬라이더는 여러 번 택도 없는 위치로 갔는데 두산 타자들이 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김재호가 친 4구는 2루수 박승욱에게 시프트 위치에서 걸려 병살로 바뀌었는데, 차라리 그 공을 치지 않고 기다렸더라면 더 좋은 타구가 나왔을 것이다. 이런 큰 밥상을 그대로 엎은 덕에 김태훈도 힘을 내어, 누구나 투수가 바뀌리라 예상하던 8회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 정영일 역시 빠른 구속과 포크볼 조합이 감이 올라오지 않은 두산 클린업을 상대로 먹혀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졌다. 신재웅까지 아꼈으니 실로 힐만의 큰 그림이자, SK 불펜진의 완벽한 승리.
<4> 타선
김강민-박정권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14타수 5안타를 합작했다. 그러나 5번 김동엽 이후로는 19타수 2안타로 아웃자판기에 더 가까운 모습.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준 건 좋으나 내일은 하위타선이 좀더 분발해야 한다. 7회초 김재현 타석에 대타를 쓰지 않은 건 다소 의아하다. 오늘 장원준은 최항 같은 타자에게 걸렸을 경우 속절없이 최소 2타점 2루타 감이었다. 감독은 안타를 못 치고 물러날 경우 접전에서 수비가 더 약한 외야수가 들어가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었겠지만. 김재현 본인도 시리즈 내내 경기마다 최소 한 타석은 돌아올 가능성이 높으니 초구-2구를 멍하니 보고 3구에 급하게 방망이가 나가는 식의 타격을 보여줘서는 곤란하다.
김강민의 경우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며 가장 완벽한 1번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스트라이크는 커트하고 볼은 거르며 볼넷으로 출루했는데, 바로 타격감이 회복된 한동민이 뒤에서 2구 컷패스트볼을 우측담장 너머로 넘겨버리며 SK의 손쉬운 득점 공식이 만들어졌다. 박정권... 뭐 말이 필요하겠나. 가을은 박정권의 계절임을 또다시 결승 투런으로 증명해보였다.
2차전 프리뷰
문승원 대 후랭코프다. 문승원이 주의해야할 건 일단 만용이다. 플레이오프 4차전, 포수의 리드를 거부하고 1차전 샌즈에게 스리런을 맞은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지다 다시 홈런을 맞은 기억이 있다. 잠실이고 두산의 타격감이 안 좋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올해 두산전 3번 나가 7.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문학에서 5이닝 2실점, 잠실에서 5이닝 8실점 / (구원등판) 3이닝 2실점(1자책)이다. 상대전적을 굳이 적자면 김재호-정진호-양의지(4타수 2안타) 오재원-허경민(3타수 1안타) 조수행(3타수 2안타) 최주환-박건우(6타수 2안타) 김재환(5타수 1안타) 등이다. 문승원에게 약한 타자가 없었다. 다만 오재일을 4타수 무안타로 잡았다. 좀더 희망을 섞어본다면 저 4월 24일, 문학에서 두산 상대로 5이닝 8K 2실점 한 경기에서 최주환과 김재환에게 2K를 뺏어냈다.
전에 문승원을 '보급형 켈리' 로 언급한 적이 있다. 문승원은 4선발로서는 아주 좋은 투수다. 올해 규정이닝을 돌파하며 4.60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작년보다 헛스윙 비율(16.5 -> 21.2)이 증가하면서 9이닝당 탈삼진(4.98 -> 7.29)도 덩달아 증가. 이닝당 투구수도 3년간 19.1개 -> 17.4개 -> 16.7개로 조금씩 줄었다. 단 9이닝당 피홈런은 1.70 -> 1.45 -> 1.43으로 거의 줄지 않았다. 존 바깥으로 나가는 공이 줄고 더 공격적으로 피칭하며 많은 삼진을 잡았지만, 이전과 피안타율과 피OPS에서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배트에 맞혀 땅볼/뜬공으로 잡던 선수를 삼진으로 잡는 차이가 있을 뿐.
우타자와 좌타자 스플릿을 거의 타지 않는 선수지만 (우타자 상대 .298 .840 / 좌타자 상대 .286 .818)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이 피안타율 4할대로 매우 나쁘다. 정수빈이나 최주환 등 감을 올리고 있는 두산의 좌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어려운 문제다. 플레이오프 때 보여줬던 우타자 몸쪽 슬라이더 역시 봉인하는 게 낫다. 두산의 경우 박건우와 양의지가 적극적인 타격을 해준다면 의외로 초반에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아무래도 문승원이 후랭코프보다 먼저 내려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후랭코프는 SK전 2번 등판해 3.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단 2경기에서 5개의 사구를 기록한 점은 옥에 티. 변화구를 많이 던져 안타를 주진 않지만 제구력에 약점을 보이니만큼 이에 주의하며 피칭을 해야 한다. 한동민을 상대로 6타수 3안타로 약했지만, 최정-이재원-김강민(3타수 무안타) 김성현(4타수 무안타) 로맥-정의윤(5타수 무안타) 에게 모두 안타를 맞지 않았다. 후랭코프를 상대해본 적 없고 오늘 뛰어난 커트 능력을 보인 박승욱과, 역시 맞대결 전적이 없는 강승호 등 뜻밖의 복병이 활약해줘야 한다.
후랭코프의 구종 배합은 슬라이더(37%) 직구(27%) 체인지업(19%) 커브(12%) 순이다.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은 컨택트 확률 67.4%, 피안타율 .283으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이다. 여기에 슬라이더(.162)와 커브(.040)를 더하면 놀라울 정도로 좌타자에게 강한 투수라는 걸 알 수 있다. (올해 좌타자 상대 .219 .290 .293) SK 입장에서는 박정권을 선발에서 빼고, 우타자를 기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주자를 최대한 모은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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