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팀타율 .290 (4위) -> .288 (5위)

팀출루율 .357 (4위) -> .355 (6위)

팀장타율 .437 (5위) -> .448 (6위)

팀홈런 141 (8위) -> 165 (6위)

팀도루 70 (7위) -> 101 (4위)

팀득점 789 (3위) -> 825 (4위)


팀ERA 5.06 (7위) -> 5.08 (4위)

선발ERA 4.78 (6위) -> 4.73 (2위)

구원ERA 5.49 (6위) -> 5.67 (10위)

선발QS 60 (공동 4위) -> 63 (3위)

승계주자실점률 33.9% (4위) -> 41.3% (10위)

수비효율DER .645 (7위) -> .652 (3위)

실책 91 (공동 3위) -> 106 (7위)



박병호의 복귀, 거액의 1선발 로저스 영입. 크게 지르며 희망차게 시작할 것만 같았던 히어로즈의 시즌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마무리에서 불쇼를 벌이던 조상우박동원과 함께 성폭행 혐의로 5월 말 팀을 이탈했다. 0점대 셋업이었던 김상수가 마무리로 이동했지만 훌륭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틴 격에 가까웠다.


여기에 트레이드 뒷돈으로 SK를 제외한 8개 구단에게 130억 이상의 거금을 챙긴 사실이 발각되었다. 이런 거대한 비리에도 불구하고, KBO에서는 히어로즈에게 5천만원 나머지 구단에게 2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쳤다. (나중에 추가제재금으로 6억을 환수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준 놈도 공평하게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준 놈한테 돌려주라는 것도 아닌데 설득력이 있겠나?)


부상악령도 계속되었다. 3월 말에 부상당한 서건창은 37경기 출전에 그치며 사실상 올 시즌을 날렸다. 이정후는 5월 13일 부상당하며 2주, 6월 19일 어깨 관절와순파열로 6주를 결장했다. 박병호는 4월 13일 종아리근육 파열 진단을 받으며 한 달을 빠졌다. 6월에는 1선발이었던 로저스가 손가락 인대 파열로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접어야 했다. 최원태는 아시안게임 출전 이후 잔여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임시 마무리를 맡았던 김상수도 8월 9일 경기부터 2주 이상 이탈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넥센은 중위권 자리를 수성하며 무너지지 않았다. 브리검(11승 7패 3.84)은 올해 199이닝을 투구하며 최다이닝 투수로 선발진의 든든한 축이 되었다. 유산이라는 슬픈 가정사를 겪고도 묵묵히 힘을 내준 점은 정말로 감사한 대목. 여기에 최원태(13승 7패 3.95)와 한현희(11승 7패 4.79)가 힘을 보탰고, 로저스(5승 4패 3.80)가 이탈한 다음 대체용병으로 영입된 해커(5승 3패 5.20)도 성에 차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선발진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피칭은 해주었다. 자그마치 31개의 홈런을 맞은 신재영(8승 9패 6.75)을 이 투수들 가운데 언급하긴 좀 미안할 지경.


타격에선 신예들이 대활약을 펼쳤다. 김혜성은 136경기에 출전하며 .270 .328 .367 5홈런 45타점 31도루의 성적을 기록했다. 2루수로 94경기, 유격수로 20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서건창의 공백을 지우고 김하성의 뒤를 받친 명품수비는 덤. 이 정도면 잇몸이 아니라 임플란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김규민(.295 .361 .369 3홈런 40타점) 역시 1루-좌익-중견을 오가며 빈 자리를 든든히 메웠다. 여기에 임병욱(.293 .327 .468 13홈런 60타점)이 드디어 기대치에 맞는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송성문(.313 .381 .502 7홈런 45타점)이 의외의 펀치력을 선보였다. 이를 이끈 덕아웃 리더 이택근(.308 .385 .435 4홈런 52타점)의 분전도 덤. (그리고 시즌 말 문우람의 폭로로 이 리더십 뒤에는 폭력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잘하는 짓이다 정말로.)


박동원이 빠진 포수 자리도 김재현(.228 .293 .307 3홈런 18타점)과 주효상(.218 .295 .273 1홈런 12타점)이 번갈아 출전하며 공백을 메꿨다. 공격은 박동원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없었지만, 수비에서는 둘 다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을 기대케 했다. 특히 무리하게 주전으로 나서 욕받이 신세가 되다가 드디어 제 자리를 찾은 주효상은 백업치고도 괜찮은 볼배합과 도루저지를 보여주었다.


든든한 선발진과 중간은 갔던 타선은 위기 속에서도 큰 힘이 되었고 결국 8월 11연승(창단 후 최다연승)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돌아왔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불펜 WAR 1위가 잠시 셋업 시험을 받은 양현(WAR 1.02, 33경기 32.2이닝 3.58)이라는 막장 현실은 경기 후반만 되면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암울한 광경을 자아냈다. 이보근(64경기 61이닝 4.28)과 오주원(61경기 52.1이닝 6.19)을 믿을 만한 셋업으로, 김상수(58경기 55.2이닝 5.17)를 믿을 만한 마무리로 여긴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자기 역량에 비해 무리한 자리에서 투구해야했던 선수들에게 좋은 성적을 바랄 수야 없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KIA의 자멸로 와일드카드전을 무사히 통과했고, 한화를 3승 1패로 꺾으며 준플레이오프 역시 가져갔다. SK에게 패배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긴 했지만 박병호의 5차전 9회 2사 동점 홈런으로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만들기도 했다. 여태까지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 무력했던 히어로즈의 이전을 생각하면 놀라운 행보.


시즌 후 삼각 트레이드로 SK에 고종욱을 보내고 삼성에서 이지영을 데려왔다. 여기에 새로 데려온 좌완 투수 에릭 요키시는 압도적인 스터프는 없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이닝을 소화하는 유형. 크게 성공할 거 같진 않지만 망할 가능성도 적어보인다. 피어밴드의 첫 시즌 정도 성적이 기대된다.


건재한 선발진, 김재현이 빠졌지만 이지영이 가세한 포수진, 위상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리그 중위권의 밥값을 하고 있는 타선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김민성의 잔류 여부가 불확실하나 대체가능한 자원인 송성문-임지열이 있는 3루도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보근이 이탈할지도 모르는 불펜은 여전히 물음표다. 최고의 유망주 듀오인 안우진-이승호는 아마 선발로 시즌을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드래프트에 불펜 즉전감으로 써먹을 자원을 대거 수혈했지만 신인에게 너무 희망을 가져도 곤란하다. 올해 김선기의 성적을 보라.


키움증권으로 메인스폰서를 바꾸며 새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KBO의 일원으로서 과거의 잘못된 행보는 반성하고 철저히 털고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령 다른 9개 구단 중 어느 곳도 그러지 않는다 해도, '남들도 안하니까 우리도 필요없다' 는 입장 대신 '남들은 안하지만 우리라도 모범을 보이겠다' 는 입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부디 한 시즌만이라도 야구를 그냥 야구 그 자체로만 보게 해줄 수는 없을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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