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Baseball]은 한 주간의 키움 야구 이야기를 해보고, 간단하게 다른 팀의 경기나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하는 코너다. 닉네임과 [Weekly Baseball]을 활용하여 지어본 이름이다. (게재되어있는 사진은 별도의 표기가 없는 한 전부 키움 히어로즈 구단 사이트가 출처임을 밝힌다.)
0419~0421
키움 vs LG (잠실)
13:3 승 / 7:3 승 / 3:5 패
1차전 최원태 / 김대현
2차전 이승호 / 배재준
3차전 브리검 / 윌슨
0423~0425
두산 vs 키움 (고척)
예상 로테이션
1차전 홍상삼 / 안우진
2차전 후랭코프 / 요키시
3차전 유희관 / 최원태
시리즈 감상
(1) 1차전은 상대 땜빵선발이 나온다는 점에서 반드시 잡았어야 할 경기. 다행히 13점을 맹폭하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왔다. 차라리 심수창이 선발로 나왔더라면 좀더 경기가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김대현은 그 동안 갖고 있던 장점마저 상당수 까먹은 투구.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아놓고도, 그 이후 볼질과 대량실점으로 경기를 터뜨렸다. 김대현을 받쳐줘야 할 베테랑 포수 정상호는 폭투와 포일로 김하성을 공짜로 3루로 보낸 데 이어, 4회초에는 좌익수의 송구를 흘리며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2루 주자 샌즈를 홈으로 들여보냈다. 여러모로 포수의 중요성을 알게 만든 경기. 주효상이 남일처럼 여길 때가 아니다.
최원태는 경기 내내 제구가 높았지만 6이닝을 3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따냈다. 4월 3경기에서 도합 17이닝 동안 19안타 6볼넷으로 주자를 다소 많이 내보낸 편인데, 그래도 크게 무너진 경기는 없으니 다행.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무너지지 않는 게 에이스의 덕목이다.
이영준은 141km/h짜리 슬라이더를 선보였는데, 저번 보여준 149km/h 직구가 스피드건 뻥튀기의 영향이라 해도 좌타자 바깥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무기를 또 하나 보여줬다는 것은 충분히 기대를 걸게 만든다.
(2) 1선발 윌슨을 만나기 전 순조롭게 2차전도 가져와 만족스럽다. 상대 감독이 되도 않는 좌우놀이를 한답시고 껄끄러운 상대였던 신민재를 빼고 2번에 정주현을 기용한 것도 승리의 요인. 이승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LG의 득점을 불과 석 점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만일 정주현을 하위타선으로 내리고 박용택-김현수-채은성을 그대로 2-3-4로 붙였더라면 이승호가 조기강판되면서 게임이 터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3실점을 하긴 했지만 배재준은 김대현보단 한 끗발 이상 위의 투수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3회 이후 직구와 포크볼 조합에 키움 타선이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 이어서 등판한 이우찬과 고우석 역시 3이닝을 깔끔하게 삭제했다. 고우석의 최고 155km/h 직구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 9회 올라온 신정락이 승부를 갈랐다. 만약 정찬헌부터 올렸으면 승부는 연장으로 갔을 확률이 높았다.
무릎 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받아쳐 담장 앞에 떨어지는 결승타를 만든 허정협이 2차전 경기의 백미. 떨어지는 높이가 괜찮았는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잘 맞히면서 한 경기를 가져오고 동시에 파워 하나는 진퉁임을 과시했다. 9회 1사 2,3루라 외야가 전진수비를 하는 중이었지만, 설령 정상 위치에 가 있었어도 그 타구를 잡긴 쉽지 않았다.
윤영삼-김성민-한현희는 불펜에서 4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하며 승리를 낚았다.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한현희는 갈수록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지는 중이다. 올해 우타자들은 한현희의 슬라이더 중 63.6%에 스윙하고 있지만 컨택하는 비율은 불과 45.7%로, 지난 4년간 꾸준히 증가해오던 추세에서 ('15 60% -> '17 66.4% -> '18 71.3%) 급격히 벗어난 상황. 계속 이런 압도적인 스탯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출발이 좋다. 직구 구속도 144km/h를 못 넘어가던 지난 5년에 비해 상승했다. (145.6km/h)
윤영삼도 느린 구속으로 타자와 싸우는 법을 터득한 듯, 성숙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는 중이다. 올 시즌 슬라이더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2차전에서도 25구의 투구 중 9구가 슬라이더였다. 구속 차이가 심하지 않은 세 구종을 섞어던지며 타자를 교란하는 윤영삼의 올해 피칭은 제구도 구위도 특출나지 않은 투수들의 교과서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김성민 또한 기분좋은 1점대 평균자책점 유지를 이어갔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잔루율(85.7%)과 던지는 족족 컨택을 당하는 직구(95.2%)를 보아 곧 평균회귀의 결산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저번 포스팅에도 얘기했듯이 무엇이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게 해주고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운이 커리어 내내 지속될 수는 없지만 한 시즌 정도 지속되는 건 가능한 일이고, 그 한 시즌이 팀의 우승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2009년의 유동훈이 증명하지 않았나.
박동원 타석에서 신정락의 마지막 커브로 삼진이 볼넷으로 바뀐 것은 약간 논란이 될 법한 일이었으나, 경기 이후 투구 분포도를 보면 전체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었던 S존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3) 3차전은 스윕을 하는 방법을 까먹은 듯한 훌륭한 경기력으로 일요일에 팬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LG 김민성의 저질 송구로 선취점을 얻자 바로 1루 주자 박정음의 도루자로 추가득점방지. 이어진 3회말 이천웅의 배트 끝에 걸린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김하성과 견제 실책으로 동점을 내준 브리검. 4회 엉성한 포구와 송구로 김민성을 내보낸 김혜성. 마지막 선두타자 장영석의 안타를 내야플라이 세 개로 까먹은 김규민-이지영-송성문. 라인업 전체가 작심하지 않은 이상 보여줄 수 없는 명품 경기였다. LG도 우익수 채은성의 펌블과 2루수 정주현-1루수 김용의의 콜플레이 미스 등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플레이가 여럿 나왔지만, 더 못한 쪽은 키움이었기에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브리검은 큰 이상은 없어보여 다행이다. 이날 147km/h까지 구속이 나오며 다음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김상수도 1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주었다. 93구를 던지고 겨우 사흘을 쉰 김동준이 등판한 것은 올 시즌 다시 나와서는 안될 장면. 야수진의 반성이 필요하다. 김하성을 3루로 내는 거보단 쉬게 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별개로 유격수 출신이라면 설령 3루에서라도 좌타자의 배트 끝에 걸린 힘없는 타구를 더듬는 플레이는 해서는 안된다. 실격이다.
그 동안 내야에 강정호와 김민성, 외야에 유한준이 빠지면서 훌륭한 수비력을 가진 야수들이 차례차례 이탈해왔다. 어차피 이전에도 히어로즈의 수비력은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이제는 한 명 한 명의 역량에 기댈 구석도 없다. 팀 전체의 수비를 향상시킬 방도가 필요하다. 2년 동안 가장 많은 내야 인플레이 타구를 처리한 SK 와이번스를 보라. 최정과 김성현이 무슨 아레나도와 시몬스급 야수라 수비가 그렇게 탄탄한가? 아니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의 120%를 끌어내는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의 역할이 철벽의 내야를 만든 것이다. 홍원기 코치 당신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다음 시리즈) 두산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두 선발 이영하(1.67)와 린드블럼(1.65)을 피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용찬의 조기 복귀를 위해 갑작스레 로테이션을 땡기거나 하지 않는 이상, 홍상삼-후랭코프-유희관의 순서가 예상된다. 물론 후랭코프와 유희관이 손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이전 경기에 각각 9-8안타, 10-10안타를 허용하며 부진하였기 때문에 공략을 못할 이유가 없다. 반드시 잡아서 개막 시리즈의 복수도 하고 위닝시리즈도 이어가도록 하자.
작년 5월 초반 부상이 있던 김민성을 말소하지 않고 대타로 동행시키며 엔트리 한 자리를 낭비한 적이 있었는데, 현재 박병호-김하성-이정후를 그렇게 쓰고 있지 않나 싶어 걱정스럽다. 딱히 타격감이 나쁜 선수도 없고 공격의 핵심이라 빼기도 애매하지만, 어떤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부상 염려 때문에 김하성을 3루로 쓰는 거라면 차라리 말소 후 휴식을 주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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