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의 결과는 이 게시물에 계속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플레이오프 프리뷰
타자 (vs 키움 성적)
1. 노수광LF 445타석 .250 .333 .312 2홈런 28타점 (48타석 .163 .234 .186)
2. 한동민RF 502타석 .265 .375 .396 12홈런 52타점 (61타석 .264 .321 .321)
3. 최정3B 606타석 .292 .399 .519 29홈런 99타점 (67타석 .211 .328 .333)
4. 로맥1B 589타석 .276 .370 .508 29홈런 95타점 (65타석 .169 .246 .305)
5. 고종욱DH 513타석 .323 .347 .421 3홈런 56타점 (51타석 .306 .333 .327)
6. 이재원C 502타석 .268 .327 .390 12홈런 75타점 (57타석 .300 .351 .360)
7. 김강민CF 460타석 .270 .324 .370 8홈런 50타점 (58타석 .296 .345 .426)
8. 최항2B 147타석 .228 .322 .268 0홈런 14타점 (11타석 .200 .200 .200)
9. 김성현SS 472타석 .246 .302 .300 1홈런 34타점 (48타석 .289 .304 .289)
허도환C 93타석 .127 .202 .203
이현석C
박정권1B 37타석 .188 .297 .313
정현IF 45타석 .079 .200 .079
안상현IF 108타석 .235 .262 .265 (16타석 .286 .375 .357)
정의윤OF 419타석 .282 .342 .447 13홈런 59타점 (50타석 .326 .380 .370)
배영섭OF 80타석 .225 .300 .239
김재현OF 49타석 .286 .348 .381 13도루
채현우PR (퓨처스) 37타수 9안타, .243 .250 .324 38도루
투수
김광현SP / ERA 2.51 190.1이닝 / 198H 13HR 38BB 180K (4경기 26.2이닝 2.36)
산체스SP / ERA 2.62 165이닝 / 151H 2HR 42BB 148K (2경기 11이닝 1.64)
소사SP / ERA 3.82 94.1이닝 / 85H 15HR 23BB 96K (2경기 12이닝 3.00)
박종훈SP / ERA 3.88 144이닝 / 157H 12HR 59BB 100K (3경기 19.1이닝 3.72)
문승원RP / ERA 3.88 144이닝 / 130H 23HR 33BB 99K (1경기 4.1이닝 14.54)
하재훈CL / ERA 1.98 59이닝 / 47H 1HR 26BB 64K (8경기 8이닝 3.38)
김태훈RP / ERA 4.00 69.2이닝 / 62H 4HR 26BB 76K (7경기 6.2이닝 2.70)
서진용RP / ERA 2.38 68이닝 / 53H 2HR 28BB 76K (7경기 3.2이닝 17.18)
박민호RP / ERA 2.68 50.1이닝 / 49H 2HR 14BB 22K (5경기 6이닝 0.00)
정영일RP / ERA 3.21 42이닝 / 32H 1HR 22BB 35K (5경기 5이닝 0.00)
박희수RP / ERA 1.26 28.2이닝 / 29H 1HR 13BB 14K (3경기 2.1이닝 0.00)
신재웅RP / ERA 3.32 21.2이닝 / 14H 1HR 10BB 14K (2경기 2이닝 9.00)
(1) 기다려온 때다. 시즌 도중 팀을 버리고 도망갈 궁리만 하다가 마지막 가을야구를 태업으로 장식한 후 핸드폰 사퇴문을 읽고 달아난 비겁한 자가, 2년 간의 면피용 단장직을 거쳐 감독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 만났다. 80승 선착 후 최초 탈락이네 정규시즌 9경기 차 이상을 업셋당한 최초 기록이네 하는데 너무 꼬시다 생각할 거 없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 했고, 우리는 LG에게 최초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패배를 안겨준 것처럼 SK에게 최초의 플레이오프 시리즈 패배를 안겨줄 궁리만 하면 된다.
(2) 키움의 엔트리는 준플레이오프 그대로다. 왜 그대로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진원 대신 허정협을 넣었으면 했는데 이쯤 되면 몸상태가 안 좋은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니면 좌완 저격용으로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3) SK의 엔트리는 투수 12명, 야수 18명으로 구성되어있다. 특이한 점은 나주환을 빼고 배영섭을 우타 대타용으로 넣었다는 건데, 알아서 경험많은 내야 유틸을 빼고 쓰임새가 제한된 외야수를 넣어주니 고마울 따름. 나주환이 이 팀 상대로 못 치긴 했다만 그래도 배영섭의 방망이가 센터내야진의 부실함을 상쇄시켜줄 수준은 절대 아니다. 특히 선발로 나온다면 더더욱 그렇다.
채현우는 몰라도 김재현은 엔트리에서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굳이 둘 다 넣은 걸 보니 이번 시리즈는 상대 벤치의 사인에 무척 주의해야겠다. 물론 정규시즌 대결 중에는 우리가 '작전을 낼 것' 이라고 예상하는 걸 아예 작전을 안 냄으로써 막아버린 허허실실의 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 간섭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감독이 단기전에서 심각하게 부진한 방망이를 두고 작전을 안 낼 리가 없다.
무사 3루나 1사 3루에서는 땅볼을 강하게 치자는 작전을 쓸 가능성이 있고 (희생플라이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기 후반 무사 1,3루나 1사 1,3루일 경우 당연히 채현우나 김재현을 1루에 두고 더블스틸을 노릴 확률이 높다. LG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런 상황에서 3루 견제를 고의로 허술하게 한 다음 2루로 향하는 1루 주자를 잡아내는 연습을 했다는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약간 응용한다면, 1루를 견제한 다음 1루수가 다시 홈으로 공을 던져 3루 주자를 잡아내는 플레이도 가능하겠다.
(4) 타선은 키움 절대우위, 불펜은 키움 극소우위, 선발은 SK 우위 정도로 평가하고 싶다. 올해 SK는 키움전에서 (유의미한 타석에 들어선 선수 중에선) OPS .700 이상을 찍은 타자가 김강민 (.771) 정의윤 (.750) 이재원 (.711) 단 세 명에 불과하다. 반면 키움은 SK전 상대로 장영석 (1.069) 샌즈 (1.037) 김하성 (.986) 박병호 (.931) 김혜성 (.734) 이정후 (.733) 등 무려 6명이 .700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의 기세를 생각해보면 타선에서는 확실히 키움이 유리하다.
선발은 당연히 SK가 낫다. 4선발까지 확실한 팀인지라 5선발인 문승원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공언했는데, SK 선발들의 키움전 상대 전적을 보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김광현과 박종훈은 크게 무너진 경기가 하나씩 있긴 하나, 나머지 경기에선 압도적으로 틀어막았다) 물론 키움도 아주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요키시와 최원태는 SK를 상대로 각각 5경기 2.97, 6경기 3.31의 평균자책점으로 좋은 상성을 보였다. (다만 박동원이 아닌 이지영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브리검과 이승호의 SK전 상대전적이 괜찮은 편은 아니나, 시즌 초기 골골거리던 투수를 상대해 낸 성적으로 지금을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브리검의 준플레이오프 폼이라면 SK도 막아낼 수 있다. 이승호는 어차피 짧게 쓸 거니까 괜찮다. 혹시 이승호가 길게 던져준다면 대박이고.
불펜은 승리조 (서진용-김태훈-하재훈 / 조상우-오주원) 쪽에서는 SK가, 나머지는 키움이 좀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팀 모두 괜찮은 불펜을 갖고 있으니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박민호-정영일-박희수-신재웅은 모두 승리조에 못지 않은 기량을 갖고 있으며, 경기 중반 짧게짧게 우리의 타선을 가로막으러 등판할 듯. 키움은 긴 말 필요없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했던 대로만 해주면 된다.
(5) 최정의 무서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역시 한동민이 제일 무서운 타자다. 작년 가을야구에도 내내 부진했지만 시리즈를 끝낸 선수였으니 올해도 어떤 플레이를 할지 모르는 법이다. 물론 작년과는 달리 정규시즌 내내 죽을 쒔고 수비에서도 폼이 많이 죽었으니 우리에게는 희망적이다. 한동민의 약점인 몸쪽 떨어지는 공을 브리검이 잘 파고 들어가줘야 한다.
생각하는 1차전 라인업을 상단에 대충 짜보았다. 정규시즌 대로라면 대충 저렇겠지만, 1번에 김강민이 나가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며 타선의 물꼬를 트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1번 대타로 정의윤, 2번 대타로 박정권이 대기한다고 했으니 이 점을 감안하며 불펜운용을 해야 할 듯. (굳이 쓴다면 최항-김성현-노수광 순에 써먹지 않을까) 이영준을 한동민-박정권 저격용으로 올리는 방법도 선택지의 하나다.
(6) 뻔한 얘기지만 상위타선이 해줘야 산다. 서건창의 SK전 상대전적은 매우 나쁜데 다행히 어느 정도 타격감이 올라온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 외에도 이정후 (13타수 8안타) 김하성 (12타수 6안타) 등이 김광현에게 강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나 9월 11일 경기의 첫 타점을 올린 건 장영석이다. (올해 김광현 상대 5타수 2안타) 3루수 선발출장을 고려해볼 만 하다.
브리검은 한동민 (작년-올해 14타수 7안타)에게 약했고, 그 외에도 최정 (2년간 9타수 3안타 4볼넷) 고종욱 (6타수 3안타) 등이 까다로운 상대였다. SK의 상위타선에게 최대한 주자를 깔지 말아야 한다.
(7) 고척을 염경엽의 오장원으로 만들 날이 왔다. 선수는 '유한준' 정신으로 이악물고 뛰고, 팬은 열심히 이악물고 응원하자.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다면 치과 비용이 조금 나와도 기쁘게 받아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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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vs SK (문학)
3:0
키움 1승
브리검 / 김광현
(1) 했던 얘기대로 결국 상위타선이 해줬다. 해줬다고 말하긴 참 민망하지만... 10회까지 보여준 타선의 집중력은 심히 구역질이 나는 수준이었고, 1회 이정후의 오버런과 7회-9회 김하성의 연속 유격수 플라이는 야구장에 불을 지르고 싶어지는 플레이였으나 (물론 남의 야구장이라 민폐니 자제하자) 11회 타격의 힘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2) 서건창과 이지영이 승리의 1등공신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서건창은 1번 자리에서 6타수 4안타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100% 수행했다. 이지영은 6개의 타석에서 40개 가까운 공을 골라내며 클린업과 하위타선의 윤활유가 되었다. (물론 장영석-김혜성이 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3) 샌즈는 3점째를 만드는 적시타로 배트컨트롤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1회 첫 타석에서의 큼지막한 초구 플라이는 기가 막힌 노림수였으나 아깝게도 문학의 담장을 넘지 못했다. 끝내 연장에 가서야 적시타를 만들긴 했으나 이정후의 타구질 또한 분명 나쁘지 않았다. 재수없이 투수 직선타로 두 개나 잡혀서 그렇지 김광현이나 김태훈이 좀 굼떴더라면 그 중 하나 정도는 중전안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박병호도 무안타였지만 이전과는 분명 다른 느낌. 8회 타구도 코스를 보고 걸렸다! 했는데 아쉽게 먹혀서... 손목에 사구를 맞아 걱정스럽다. 별일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4) 초구에 풀스윙 돌리는 김하성 참 대단하다. 팀배팅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도끼질로 나로호를 발사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우주강국 대한민국이 멀지 않았구나 싶어 감격스러웠다. NASA에서 이 꼴을 봤으면 분명히 연구원으로 초청했다. 물론 이겼으면 다 용서된다.
(5) 김광현이 단 1이닝만 더 던졌어도 이 경기가 어떻게 흘렀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초반에 직구가 좀 높고 이닝이 지날수록 구속이 안 나오는 느낌이 있어 빠른 카운트 공략을 바랐는데, 타순이 한 바퀴 돌자마자 귀신같이 좌타자 바깥쪽을 슬라이더로 농락하며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고 턱이 빠질 뻔 했다. 최정상급 좌완의 호칭은 날로 먹는 게 아니었다.
개인적인 지론이다만, 선발 라인업에 든 선수는 초구를 빠르게 쳐도 괜찮고 대타로 나온 선수는 공을 좀 보는 편이 낫다. 선발로 나온 선수는 상대 선발투수에게 9명이 나눠치니 자기가 초구 좀 치고 죽는다고 크게 민폐될 것이 없다. 반면 대타로 나온 선수는 필승조 불펜을 그 이닝에 깨기 위해 기용된다는 특성이 있으니 상대에게 부담을 주려면 어느 정도 카운트싸움을 가져가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왜 이 얘기를 하냐면 장영석 때문이다. 하위타선이 좌타자로 도배되어 김광현의 식탁이 되는 일을 방지하고자 한 방을 기대하며 넣었던 선수인데 초구를 멀뚱멀뚱 보고 있다. 그것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직구를. 하위타선한테 큰 기대 안한다. 본인이 삼진으로 죽으나 어떻게 죽으나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뜻이다. 반면 상대 에이스한테 장타라도 뽑아내면 영웅이 된다.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하나. 가뜩이나 폼 다 죽어서 카운트싸움도 못 하는 친구가.
(6) 기택아 이게 스트라이크존이냐. (사실 너무하다싶은 판정이 두세 개쯤 더 있었으나, 우리가 후하게 잡힌 것도 따지고 보면 그쯤 있을 테니 쌤쌤이다. 다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어서 남긴다.)
(7) 브리검의 공이 타석마다 기복이 좀 있었다만 3-0까지 가고도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피칭이었다. 물론 SK 타자들이 감이 많이 죽어서 덕을 봤지만. 1번 김강민 보고 한 번 탄식했고, 1회말 시작하자마자 사구로 나가는 걸 보고 탄식 두 번 했는데 세 번까지는 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8) 세밀한 플레이가 좋은 팀이었던 SK가 여러 번 실수를 저질렀다. 5회말 김성현 타석에서 최항이 도루를 감행하다 죽었고 (안 죽을 수도 있었는데) 6회말에는 김강민이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자마자 견제사를 당하며 팀의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다음 바로 만루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승부가 여기서 갈렸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7회 대타 배영섭은 볼넷 출루로 임무를 다했으나 안우진이 1사 2루에서 단 4구로 이닝을 끝내며 SK가 가을을 위해 준비했던 회심의 대주자 채현우가 홈을 밟을 일은 없었다. 제일 의아했던 순간은 대타 박정권의 기용. 8회말 선두타자 고종욱이나 9회말 세 번째 타자 안상현 때 나오리라 예측했는데, 결국 11회말 마지막 타석에야 겨우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10회말 고종욱 타석도 좌투수 스플릿을 각오하고서라도 붙여볼 만 했다)
(9) 김태훈-서진용-정영일-하재훈-박민호로 이어지는 SK 불펜이 4.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긴 했으나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매번 2번 이상의 출루가 있었다. 쫄 거 없다는 뜻이다. 특히 하재훈은 2주 간의 휴식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 더 자신감을 갖고 부딪쳐도 된다.
(10) 1차전의 제일 압권은 8회말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좌완 원포인트로 이승호를 붙인 장면이었다. 이승호가 3개의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모두 꽂는 것도 (3구는 약간 콜이 후하긴 했다) 고종욱이 루킹삼진을 당하는 것도 예상 외라 놀라웠다. 이승호는 한동민-고종욱 중 하나를 상대하러 준비되어있었다고. 비록 한 타자긴 하지만 4차전 선발등판에서 좌타자를 상대할 때 좀더 자신있게 붙을 수 있게 되었다. (이승호가 4차전에 안 나오는 게 제일 베스트지만...)
(11) 조상우는 공이 좀 날려서 2차전에 쓰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동준과 윤영삼이 있으니 유사시에는 대체자원으로 등판시켜도 괜찮다. 키움에서는 20구 이상을 던진 불펜이 오주원 하나밖에 없는 반면, SK는 김태훈-정영일-하재훈-문승원이 모두 20구 이상을 던졌다. 이틀 연투 가지고 엄청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마냥 너무 설레발을 떨 건 없지만, 분명 더 피로하긴 할 테니 우리에게는 기회다.
모 해설위원께서 김태훈 연투는 자제시킬 거란 예측을 하시던데, 염경엽 감독님께서 자기 목이 걸린 포스트시즌에서 그럴 분이 아니시다. 한현희를 5경기 단기전에 개근시키고, 수술해야 된다니까 자기가 써먹어야 하니 재활로 넘기자고 하시던 분께서 김태훈이라고 그렇게 못 쓰겠는가. 내일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12) 최원태를 2차전 선발로 냈다. 문학에서 최원태가 강했고 고척에서 요키시가 강했으니 적절한 판단이다. 아무리 적게 던졌다고 해도 불펜이 8명이나 나왔고, 연투는 부담이 된다. SK 타자들은 투심을 치는 감각이 무척 좋지 않다. 커리어하이를 써야 하는 날이라면 바로 오늘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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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2차전
키움 vs SK (문학)
8:7
키움 2승
최원태 / 산체스
(1)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원정 2승! 이제 한국시리즈의 도전자가 되기까지 단 1승만이 남았다.
(2) 빠른 공에 강한 김규민을 선택했다는 장정석의 안목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김규민의 산체스 상대전적이 3할 이상으로 좋은 편이기도 했고.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적시타도 쳤고, 좋은 수비도 보여줬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잡았다. 2차전의 주인공은 김규민이다.
(3) (물론 아무리 잘했어도 이따위 주루플레이를 한다면 욕을 면할 수 없다... 이겼으니 넘어가자 반지 3개 갖고 계신 이지영님이 참아주시길 ㅠㅠ...)
(4) 1회 산체스의 공은 157km/h까지 나왔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3회까지는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커터-커브-포크를 모두 능숙하게 던지니 7이닝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4회 김하성과 이정후가 연속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다소 무리한 주루 끝에 김하성이 아웃되긴 했지만 박병호와 김웅빈의 안타로 곧바로 1점을 뽑아냈다. 거기에 김규민의 2타점 2루타까지.
김하성과 이정후는 직구를 정확히 노려서 쳤다. 박병호는 커브에 배트를 냈는데 이쯤에 허를 찌르는 변화구가 들어올 거라는 점을 노련하게 눈치챘다. 김웅빈이 친 바깥쪽 포크볼은 특유의 스윙 궤적에 잘 맞는 핫존으로 갔고, 김규민은 이전 타석에서도 초구 직구를 치고 로켓을 발사했지만 변함없이 다시 그 공을 들어올리는 스윙을 가져갔다.
산체스의 투구습관이 노출되었다는 추측이 있다. 처음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냥 수싸움에서 승리한 거란 판단. 어쨌든 5회 현저하게 구속이 떨어진 산체스는 김하성의 투런을 끝으로 침몰했고, 경기는 키움 쪽으로 기우는 줄 알았다.
(5) 직관을 갔던지라 1회만 보고 최원태의 공이 이전과 다르다고 여겼는데 명백한 착각이었다. 여전한 똥볼이었는데 (구속도 140km/h 정도밖에 안 나왔다) 김강민 타석을 요행수로 넘겼을 뿐이다. 로맥에게 던진 130km/h의 슬라이더는 명백한 실투였고, 로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한동민에게 던져 홈런을 맞았던 공도 원래는 아래로 더 떨어졌어야 했다. (최원태만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이지영이 유도한 코스니 배터리 볼배합의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긴 하다...)
4회를 55구로 막고 아 대충 6이닝은 가겠군- 하던 찰나, 최원태는 최항과 김성현에게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알아서 승부처를 만들어주었다. 노수광의 희생번트가 투수 앞으로 너무 빠르게 굴러가 2루 주자를 잡는 첫 번째 행운과, 샌즈가 타구판단에 실패했지만 도리어 그래서 주자들이 태그업을 하지 못하는 두 번째 행운이 겹쳤으나 한동민이 안우진의 직구를 2타점 적시타로 연결하며 세 번째 행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로 직구 승부를 들어가기보다는 2아웃이니 여차하면 그냥 채운다는 마음으로 떨공 두 개 정도 던지고 시작하면 좋지 않았을까)
(6) 안우진-이지영의 배터리가 추가실점을 방지하는 데 실패했지만, 이어진 조상우-이지영은 달랐다.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볼배합을 운용했는데 이게 굉장히 잘 먹혀들어갔다. 김강민은 155km/h의 직구에 타이밍을 정확히 맞출 정도로 이를 의식하고 있었으나, 이 때문에 오히려 슬라이더를 정확히 맞히지 못하며 유격수 땅볼을 치고 말았다. 김하성이 바로 공을 포구하지 못했지만, 후속 동작으로 타자 주자를 1루에서 잡아낸 건 훌륭했다. 최선의 상황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면 최악의 상황이라도 면해야 한다.
이어서 한동민의 타석. 처음 2개는 아웃코스 보더라인 직구를 주문했으나 이게 전부 볼이 되었고, 그 다음 슬라이더는 한동민의 몸쪽 낮은 코스로 통과해 스트라이크. 경기를 다시 돌려보다가 깜짝 놀랐는데, 최원태가 홈런을 맞은 게 이 코스였기 때문이다. 만약 한동민이 여기서 방망이를 제대로 휘둘렀다면 경기는 그대로 끝났을 수도 있었으나,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거란 생각을 했는지 제대로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다음 4구는 이번 플레이오프 시작 전 '한동민에게 던져야 한다' 고 늘 말했던 변화구의 정석. 마지막 6구는 3구와 같은 코스의 슬라이더를 의도했으나 1-2구 직구와 비슷한 바깥쪽 높은 곳으로 갔는데, 한동민은 1-2구의 잔상이 남았는지 이 공에 헛스윙 삼진을 하고 말았다. 2차전 배터리 수싸움의 클라이막스라면 바로 이 타석을 꼽을 수 있겠다. 뒤이어 최정까지 삼진으로 잡고 아웃.
(7) 샌즈가 이날 삼진-삼진-병살타-삼진-삼진으로 타석에선 최악의 퍼포먼스였으나, 그나마 밥값을 한 타석이 바로 8회초 4번째 타석. (직관 가서는 엄청 욕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니 살짝 미안하다) 서진용과 11구까지 승부를 끌고 가며 투구수를 소모시켰다. 다음 타자인 김웅빈의 드래그 번트는 번트라기보다도 하나의 종합 예술. 투수 옆으로 빠지는 공을 만들면서 2루수가 공을 잡게 유도해 내야를 교란시켰고, 안상현이 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무사히 1루에 살아나갔다. 그냥 빠따 좀 치는 유망주로만 알았건만 이런 센스가 있었단 말인가? 원래 그런 선수였는데 몰라봤는지, 상무가 사람을 만든 건지 놀라울 따름.
(8) 로맥이 공을 잡았다면 병살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히어로즈의 편을 들었다. 1루 베이스에 맞는 날카로운 '그 타구' 로 대타 송성문 카드는 성공. 역전.
(9) 8회초 서진용이 내려갈 때 하재훈 등판을 예상했는데 문승원이 올라오는 걸 보고 놀랐다. 마무리는 무리해서 쓰지 않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박민호가 더 나은 카드였다. 문승원이 좋은 투수지만, 키움 타자들이 문승원 상대 성적이 좋으니 타석에서 위축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선수다.
정영일이 우리 상위 타선을 나오는 족족 잡아내고 있으니 3차전에도 여차하면 나올 게 틀림없다. 오히려 박민호나 서진용이 더 앞선 순번에 나오고 정영일을 셋업으로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정영일만 깰 수 있다면, 플레이오프 스윕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10) 한동민과 로맥의 감을 살려놓고도 이 경기를 잡지 못했다면 아주 어려울 뻔 했다. 로맥은 담장 밖으로 2개의 공을 넘겼으며, 나머지 2개도 넘어가지만 않았지 변화구 타이밍에 배트컨트롤로 잘 대처했다. 1차전 영웅스윙으로 일관하던 한동민은 2번에서 살아났는데, 이제 한동민에게 하이패스트볼을 던지는 일은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가지 안심이 되는 것은 요키시가 정규시즌 한동민을 9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었다는 점. (로맥은 12타수 3안타 1홈런이다.)
이번 시리즈 노수광이 타격이나 작전수행 모두 괜찮은 모습인데, 만약 3차전에서 김강민-노수광-한동민-로맥을 어떤 식으로든 붙여놓는다면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타선이 만들어진다. 좌투 상대로는 배영섭의 상위타순 선발출장도 고려해본다고는 했으나,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데 과감히 걸어본다. 고종욱의 감이 좋지 않으니 정의윤을 선발 DH로 기용하는 방안도 있다.
다행히 최정과 이재원이 도합 17타수 무안타로 매우 부진하다. 이재원은 그래도 2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괜찮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냈으나 (시프트가 아니면 무조건 안타였다) 최정은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는 중. 플레이오프 2차전 최정의 출루를 저지함으로써, 최정의 플레이오프 연속 출루 기록은 21경기에서 마감하게 되었다. (우리랑 한 PO 2차전이 22경기째인데, 그 전까진 전 경기에서 출루했다는 얘기니 참 무시무시한 타자다...) 더 이상 누구라도 살려놓아서는 안된다. 여기까지 온 이상, 3차전 고척에서 무조건 끝내자.
(11) 투혼의 와이번스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등판하는 오주원. 누가 이보다 더 믿음직할 수 있겠는가.
(12)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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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3차전
SK vs 키움 (고척)
1:10
키움 3승, 한국시리즈 진출
소사 / 요키시
(1)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다시 밟게 되었다. 3년 전 10월 17일,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충격과 감독의 핸드폰 메모장 사퇴문이라는 비극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그리고 2019년 10월 17일, 염경엽에게 3패 탈락의 수모를 안겨주었다. 사필귀정, 인과응보.
(2) SK는 8월 15일까지 9경기차 선두였으나 이를 뒤집히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했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시즌 최종순위를 3위로 확정지었다. 구단 역사상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건 처음, 포스트시즌에서 스윕으로 진 것도 처음. SK 팬들에겐 잔인한 가을이었다.
(3) 라인업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자. SK는 1번으로 배영섭, 4번으로 정의윤을 기용하고 한동민과 고종욱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2루도 좌투를 상대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정현을 선발로 내보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무리 좌우 스플릿을 감안한다고 해도 전날 홈런과 2루타를 치며 감을 찾은 팀의 주전 외야수를 빼버리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배영섭이 안타를 하나 치긴 했지만 팀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못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노수광을 9번으로 기용한 것도 패착. 노수광은 기습번트로 유격수 앞 안타까지 유도하며 도합 3안타를 만들었으나, 팀의 득점에 기여한 건 한 번뿐이었고 그게 3차전 SK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만약 2차전 리뷰대로 컨디션이 좋은 타자들을 붙여 김강민-노수광-로맥-한동민-정의윤 (혹은 그 반대로 노-김-한-로가 될 수도 있고) 같은 상위타선을 구성했다면, 키움 투수들이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운 조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최정 3번을 고수한 것은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패인이다. 3차전에서도 최정이 그나마 멀쩡해보였던 타석은 5회 3번째 타석뿐이었고, 그마저도 삼진으로 물러났다.
(4) SK 투수진에서도 염경엽의 미숙한 교체가 드러났다. 두 번째는 무조건 김태훈, 그 다음은 정영일... 정영일이 이번 시리즈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상위타선 순서에 매번 등판하는 건 이해하나, 박민호를 좀더 활용했다면 5회 5점을 실점하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넥센 감독 시절 염경엽은 조상우-한현희-손승락만을 활용하는 감독이었다. 한현희가 선발로 가자 그 역할은 김영민(이제 김세현)이 떠맡았다. 2016시즌 이보근-김상수-김세현이라는 새로운 필승조 정착으로 지나간 과거는 과거에 불과할 뿐인가 했으나... 염이 본인의 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으리란 나의 예측은 틀렸다. 서진용-김태훈-하재훈에 문승원이 추가되었을 뿐.
(4) 1회 김하성의 실책이 두 개나 나왔는데, 생일빵을 맞고 싶어 드디어 정신줄을 놓은 줄 알았다. 3회에도 김혜성의 송구가 빗나갔고, 송성문은 자기 앞에 오는 공을 잘 잡아놓고도 2루에 송구하지도 2루 주자 로맥을 태그하지도 않고 1루에 송구하는 본헤드플레이를 했다. 요키시는 SK 타선이 아니라 정신나간 내야진과 맞서싸워야 했고, 다행히 이겨냈다. 5회 2사 1,2루에 빠르게 교체하긴 했지만 정규시즌이었다면 좀더 이닝을 소화시키고 승투를 줄 수 있었으리라... 야수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안정을 찾고 잘 던져주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감독이 끊기도 잘 끊었다.
(5) 3회 2사 1,2루 이정후의 적시타는 시쳇말로 '재능충' 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대단한 장면이었다. 1-1에서 이후의 포석으로 깔기 위해 던지는 얼굴 높이의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드는 걸 이정후 외에 또 누구에게 기대하겠나. 4회에는 로맥이 파울타구로 빠질 공을 잡는 바람에 3루 주자 송성문이 1루수 땅볼로 득점. 4점째를 내며 승부가 갈렸다.
(6) 데일리 MVP는 송성문.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한 시즌이었으나 2군에 다녀온 이후 몇 주를 빼면 처참하게 말아먹었는데, 시즌 후 상무 지원으로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가을야구에서 적시에 활약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만들고 상무에 갈 수 있길.
(7) 플레이오프 성적을 정리해보자. 먼저 투수 쪽. 무실점 투수가 10명, 1실점 투수가 3명 (요키시, 김상수, 김동준) 그리고 5실점 투수가 1명 (최원태) 있다. 이승호의 선발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최원태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점이 염려된다. 그러나 고비마다 위기를 막아준 불펜이 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타선에서는 이정후가 15타수 8안타 (.533)로 시리즈 MVP를 가져갔다. 이 외에도 송성문과 김규민이 8타수 5안타, 이지영이 11타수 4안타, 서건창이 16타수 6안타로 맹활약했다. 김하성은 15타수 3안타에 불과하지만 그 안타가 2루타 2개와 홈런 1개.
박병호 (11타수 2안타) 샌즈 (13타수 2안타) 김혜성 (12타수 1안타) 셋이 플레이오프에 부진했는데,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 마침 플레이오프 스윕으로 4일이나 쉴 시간이 생겼으니 부상을 안고 뛰는 박병호와 샌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2-3차전에 모두 안 나온 박동원은 일주일을 쉰 셈이니, 한국시리즈에 가서 포수를 잠깐씩 봐도 놀라운 일은 아닐 거다.) 박병호에게 바라는 건 타격이 안된다면 지금처럼 출루라도 잘해줬으면 하고 (플레이오프 3볼넷 1사구, 출루율 .400) 샌즈에게는 카운트싸움이라도 부탁한다. 김혜성은... 수비부터 잘하자 쫌.
(사진 출처: 흐림 @nublarse)
(8) 5년 전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국시리즈!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2014년 이 팀의 첫 한국시리즈는 강정호의 실책과 함께, 5차전만 이겼더라면 설령 6차전을 졌더라도 밴헤켄으로 7차전은 잡았을 거라는 미신 혹은 신앙을 남긴 채 끝이 났다.
한국시리즈는 10개 구단 팬 모두가 꿈꾸는 꿈의 무대다. 하지만 황규인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1위 팀의 대관식' 이며 '달콤한 사기극' 이다. 1989년 이후 한국시리즈 업셋에 성공한 팀은 단 5팀뿐이다. ('89 해태, '92 롯데, '01 두산, '15 두산, '18 SK) 가능성은 1/6뿐이다. 그러나 이 팀이 누구인가. LG의 준플레이오프 전승도, SK의 플레이오프 전승도 깨버리고 올라간 팀이 아닌가. 10월 22일, 6번째 반역의 서막을 꿈꾸는 첫 날이 다가온다. 히어로즈의 첫 우승에 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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