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팀타율 .288 (6위) -> .256 (9위)

팀출루율 .355 (5위) -> .329 (8위)

팀장타율 .432 (8위) -> .389 (4위)

팀홈런 146 (9위) -> 122 (2위)

팀도루 116 (2위) -> 107 (4위)

팀득점 776 (7위) -> 622 (7위)


팀ERA 5.22 (5위) -> 4.64 (7위)

선발ERA 5.61 (8위) -> 4.83 (8위)

구원ERA 4.66 (2위) -> 4.36 (6위)

선발QS 58 (6위) -> 54 (8위)

승계주자실점률 33.0% (2위) -> 31.6% (3위)

수비효율DER .648 (7위) -> .672 (6위)

실책 79 (2위) -> 105 (7위)



명가부활의 화려한 꿈은 일장춘몽으로 어그러졌다. 망한 부잣집도 3년은 간다던데, 김한수 체제의 삼성은 9-6-8위를 기록하며 그 3년의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후임 감독을 위한 상위픽 몰아주기라면 아주 성공적이었다. 작년 6위를 했을 때 일부가 주장했던 김한수 재계약 이론이 얼마나 덧없는 것이었는지, 감독은 몸소 열정을 다 바쳐 드러내보였다.


작년 최충연을 갈아 만들었던 5위와 승차없는 6위의 성적은 최충연이 없어지자 그대로 8위로 미끄러졌다. 만족스럽진 않았다만 한 시즌을 제대로 뛴 아델만-보니야와는 달리, 맥과이어-헤일리는 한화전 노히트노런과 부동산 중개업자 전직 전 마지막 연금 수령이라는 밈만 남기고 조국으로 귀국했다.


무엇보다도 최충연이 선발 자리에 부담을 느끼면서 불펜으로 돌아가 한 시즌을 완전히 망가뜨린 게 컸다. 초반에 무너졌을 때 바로 불펜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2군 선발이라도 한 달 정도 더 돌려보면서 결정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는 별개로, 본인이 선발 할 멘탈이 아님을 온 천하에 내비친 것도 아깝다... 자신의 미래에 무슨 보직이 도움이 되는지, 4구종 불펜 같은 사치가 말이 되는지 비시즌에 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6위치고는 체감상 불펜이 나쁘지 않았다. 장필준(61경기 69.2이닝 3.62)과 우규민(54경기 59이닝 2.75)의 더블스토퍼 체제는 잘 가동되었으며, 이승현(34경기 37이닝 1.95)은 연골이 찢어져 이탈하기까지 가능성을 보였고 최지광(63경기 68이닝 4.10)과 임현준(71경기 42.1이닝 3.40)이 한 시즌을 풀로 뛸 저력이 있는 선수임을 증명하였다.


선발진에서는 백정현(8승 10패 4.16)과 윤성환(8승 13패 4.77)이 풀타임을 뛰었지만 두 선수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마냥 미래를 긍정하기는 어렵다. 최충연이 무너지며 그나마 가능성을 보인 투수는 원태인과 최채흥. 전반기 19경기(13선발) 2.86 피OPS .638로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던 원태인은 후반기 7경기에서 9.45 피OPS .979로 부진했고, 도합 5.01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채흥은 15경기 선발에서 80.1이닝 동안 4.71로 틀어막으며 나름 장래성을 입증했다.


타선은 리그 하위권으로 끔찍하게 주저앉았으나, 홈런이라는 방향성을 찾은 것만은 칭찬할 만하다. 급격하게 바뀐 리그 환경에서도 홈런 수가 크게 줄진 않았고, 덕분에 팀홈런 2위라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 러프(.292 .396 .515 22홈런 101타점)는 여전히 건재했으며, 2루수로 전향한 김상수가 리그 평균(wRC+ 100) 이상의 생산력을 보인 건 무려 6년 만의 쾌거. (.271 .358 .355 21도루, wRC+ 100.0) 여기에 박계범과 이성규라는 센터 / 코너내야수 유망주도 팀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켰다. 각자 가진 장점이 확실히 보이니 내년에는 더 나아질 수 있는 자원인 점은 틀림없다.


하지만 타선 전체의 현주소는 처참했다. 원래도 컨택에 약점이 있었던 박해민은 마침내 타율을 까먹으며 바닥으로 내려갔고 (.239 .318 .328) 매년 wRC+ 130 이상을 공무원처럼 찍던 구자욱은 좌투수의 맛집이 되며 극적으로 몰락했다. (.267 .327 .444 15홈런 71타점, wRC+ 107.6) '더 많은 장타를 위한 벌크업' 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가 많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하체가 무너져서 타격할 때 고정이 안 되니 제대로 된 타구를 만들 수 없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공인구가 바뀌었는데도 더 이상 뻥야구를 하면 안돼!' 는 만사의 원인을 공인구에서 찾으려는 게으른 시도이며, 구자욱의 경우엔 일단 하체부터 고정시키고 나서 논할 단계의 일이다.


'리더십이 부족한 외부FA들 때문에 덕아웃 분위기가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는 지역지의 한탄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강민호는 올 시즌 상대 야수와 잡담 중 2루에서 견제사당하는 전무후무한 본헤드플레이를 보여주며 만인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 문제의식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나, 이래서야 쉴드를 쳐줄래도 쳐줄 수가 없다.


1라운드에서 센터라인 보강을 위해 뽑은 해외파 이학주는 많은 부분에서 아쉬웠다. 초반에는 실책을 연발했고, 후에 실책은 줄였으나 쉬운 타구를 놓치는 집중력 부족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타격 면에서도 리그 평균이 못 되는 wRC+ 90의 숫자를 남겼다. 그냥 신인이라면 세금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문제는 이학주가 1990년생이라는 점이다.


올 시즌이 삼성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팀 팬들에게는 이학주의 응원가가 제일 인상깊었던 시즌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올스타전의 이학주 응원가 열창은 확실히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강승호와 윤대영의 전례를 이학주와 비교해본다면, 결국 야구판에서 터져나오는 '음주운전은 살인이다' 등의 주장은 음주운전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현역 선수가 팀에 해를 입히는 행위에 더 초점을 맞춘 것임이 분명히 드러나 씁쓸하기 짝이 없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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