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7~0719
키움 vs SK (문학)
9:12 패 / 4:1 승 / 3:4 패
1차전 이승호 / 김주한
2차전 한현희 / 박종훈
3차전 브리검 / 문승원
시리즈 감상
(1) 17일, 19일 안우진이 연속으로 박빙에서 터지면서 9위 SK에게 위닝시리즈를 내주게 되었다. 그럼 안우진이 문제냐? 그렇진 않다. 물론 19일 경기처럼 포스아웃 상황에 제대로 홈플레이트를 안 밟아 1점을 내준 건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경기 후반 1점차라면 한동민 같은 강타자에게 한 방 맞는 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감독의 움직임이 더 문제였다. 17일 경기에서는 안우진이 볼넷 - 안타 - 볼넷으로 만루를 채우고 나서야 투수를 조상우로 바꿨다. 8회 2사임을 감안하면 조상우가 바로 올라왔어야 했고, 마지노선은 1,2루였다. 만루를 만들고 나서야 조상우를 냈으니 선택지는 직구로 제한된다. 역전을 안 당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 19일 경기에서는 마무리 후보 중 하나라는 양현을 7회 2사에 아웃카운트 1개로 소비한 탓에 안우진이 2이닝 세이브를 감당해야 했고, 안우진이 흔들리자 낼 수 있는 카드가 윤정현밖에 없었다. (윤정현 쓰는 걸로 내내 욕했지만 나머지 둘이 조영건-박주성이면 나 같아도 윤정현 낸다.) 안우진의 구위가 좋고 예년에 비해 발전했지만 아직 연차가 얼마 안된 신진급이다. 마운드에 번제물로 던져놓고 나몰라라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후속대책이 준비되어야 했다.
전임감독이 남기고 간 투수운용 매뉴얼은 다 틀어졌고, 작년의 불펜진을 보충할 새로운 투수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선발 예비군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3연전 차원에서의 투수운용도 엉망이다.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브리검이 타구를 맞았으니 빨리 빼주겠다는 판단은 좋았다. 그러면 19일 7회 2사에서는 이영준이 올라왔어야 하지 않을까. 3연투가 되긴 하지만 14구-4구만 던졌고 다음 날이 휴식일이니 못 올릴 이유도 없다. 심지어 감독 본인이 '2아웃 이후 1타자 정도는 고려해본다' 고 했다. 김태훈-이영준-조상우 3명이 쉬는데 외국인도 5이닝을 던지고 마무리 후보를 0.1이닝으로 끊어버리면 나머지 아웃카운트는 어쩌라는 걸까?
(2) 투수혹사를 자주 하는 코칭스태프들의 변명이 '3연투만 안하면 된다' 식의 발언이다. 염경엽이 그랬고, 류중일과 최일언이 그랬으며, 손혁 또한 그랬다. 그렇다면 연투 후 하루 쉬고 다시 연투하는 식으로 주4 등판을 하는 건 3연투보다 투수의 부담이 덜한가? 아니면 40구 넘게 던진 투수가 하루 쉬고 다시 올라오는 건 3연투가 아니니까 괜찮은가?
이제 사흘째 연이어 올라오는 투수들의 퍼포먼스가 좋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얽매여서는 무엇도 이룰 수가 없다. '3연투를 안한다' 라는 발언을 하는 순간 감독이 필히 구상해야 하는 방안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빠지는 선수의 자리를 누구로 막을 것이냐, 둘째는 '3연투는 안하니까' 라는 마음으로 해이해지기 쉬운 선수의 긴장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 두 번째는 내가 선수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없으니 평가할 수 없지만, 첫 번째 사안에서 손혁은 확실히 실격이다.
(3) 김태훈은 시즌 25경기 36이닝을 던지면서 ERA 4.00, 피안타율 .267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78.1이닝 페이스인데, 작년에는 다섯 번의 선발등판을 병행하면서 70이닝을 던졌는데 올해는 아직 선발로 나온 적이 없는데도 이 모양이다. 참고로 작년 순수구원이닝이 가장 많은 선수가 75.1이닝의 주권인데, 공교롭게도 올해 구원이닝 1위는 김태훈이요 2위는 주권이다.
김태훈의 월별 스플릿을 보자.
-5월 8경기 15이닝 / ERA 1.20 / 피안타율 .200 / 피OPS .493
-6월 10경기 12.1이닝 / ERA 4.38 / 피안타율 .261 / 피OPS .640
-7월 7경기 8.2이닝 / ERA 8.31 / 피안타율 .359 / 피OPS .945
부진이 시작된 건 6월 중순, 12일-14일 NC전과 16일 롯데전이었다. 당시 김태훈은 사흘 동안 2.1이닝을 던지면서 17타자를 상대로 10안타 1볼넷을 내주고 6실점을 했다. 불펜에서 마지막 롱릴리프 보루인 김태훈이 무너진다면 투수진 전체가 흐트러진다. 김성민이나 신재영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윤영삼은 올해 끝날 때까지 안 쓸 것이며 윤정현은 역량이 안 되는 걸 이미 증명했다. 혹시 다음 타자는 양현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6월 10경기 10.2이닝, 7월 7경기 9.2이닝)
(4) 장정석의 첫 해와 손혁의 첫 해를 비교하는 얘기를 많이 본다. 물론 구단에 몸을 더 오래 담은 장정석이 유리한 점도 있었겠지만, 장정석에게는 전임 감독이 물려준 뛰어난 불펜도 없었고 박병호도 3번을 치는 이정후도 없었다. 본인의 색깔을 발휘하고 싶은 욕심도 있겠지만 현재 손혁이 하고 있는 야구는 색깔조차 없다. '어떻게 하면 된다' 는 기준선을 놔두고 도로 2015년으로 후퇴해버린 야구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플랜B를 마련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야구하면 얼마나 갈 거 같나.
감독의 책임만은 아니다. 구단 차원에서도 지난 몇 년간 상위픽에 의미없는 지명을 한다거나 오프시즌에 필요한 보강을 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 수많은 실책이 있었다. 손혁의 임기에 와서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뿐이다. 부상이 많았다지만 배현호가 2루 수비를 보고 임지열이 2군에서 유틸을 뛰고 있는 상황이 말이 되나?
(5) 19일 경기 안우진의 실점 장면에서는 박병호의 수비도 아쉬웠다. 3-1에서 내야에서만 공을 막았다면 어떻게든 한 점으로 버티고 다음 기회가 있었을 텐데, 백핸드로 공을 잡으려다가 동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SK는 이미 대타와 대주자를 많이 기용해 김성현 타석에서 대타를 내기 어려웠다. 안우진이 김성현에게 2018년 플레이오프 쓰리런을 맞은 뼈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윤정현보다는 해볼 만한 대결이었다.
(6) 박주홍이 멀티히트를 치고 흐름이 좋을 때 내렸으면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임병욱 복귀까지는 두고 본다는 사인일까. 2군 주전인 송우현까지 올렸으면서 신인 선수를 데리고 다녀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공격으로 2군을 씹어먹은 것도 아니요, 수비가 특출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비로 두 번이나 사고를 치지 않았나.
한동희가 1군 3년차인 올해에서야 빛을 발하고 있고, LG 이재원도 3년차가 되자 비로소 2군을 폭격하고 있다. 반면 박주홍이 2군에서 잘한 기간은 고작 6월 한 달이다. 14안타 중 6안타가 장타며, 콜업 직전에는 3경기에서 4개의 2루타를 뽑아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윈나우가 급한 팀에서 박주홍을 굳이 1군에 끌고 다닐 이유가 있을까. 지명타자로 고정한다면 고려해볼 수도 있겠다만.
(7) 지금 타선의 흐름상 박준태-서건창-김하성-이정후로 이어지는 9-1-2-3은 나무랄 데가 없다. 타순별로 쪼개보면 하위타선도 리그 평균은 된다. 문제는 역시 4번이다. 올해 리그에서 4번으로 기용된 선수들은 도합 .275 .832를 치고 있으며, KIA와 LG는 각각 .317 .934 / .312 .970으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4번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키움은? .223 .768이며, 홈런 4개로 사실상 4번이 없는 한화 (.235 .628) 다음으로 나쁜 성적이다. 박동원의 페이스가 훅 떨어져 (5월 83타석 1.070 -> 6월 86타석 .805 -> 7월 43타석 .669) 박병호를 4번에서 빼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차하면 김하성이나 이정후 등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박병호 본인도 4번을 고집하는 마인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작년 본인의 1군 복귀가 늦어지자 불만을 토로한 건 알음알음 알려진 유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박병호라는 이름값을 빼고 보자. 20억의 연봉을 받으면서 .229 .847을 치는 타자에게 4번 타순을 보장해줘야 할 이유가 있나? 루틴도 잘 치는 선수에게나 변명이 되지 못 치는 선수가 루틴 운운해봐야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8) 한현희가 지난 2경기의 부진을 딛고 18일 경기에서 6.2이닝 4안타 1볼넷 7K 1실점 호투를 펼치며 1달 만에 승리를 따냈다. 체인지업을 하루 200~300개 던지며 연습했다는데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라면 대견하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재능만 보면 진작에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족적을 만들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고, 불펜 한 우물만 팠으면 안지만의 177홀드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 투수다. (작년에 한현희-안우진의 보직 교환 결정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단기적으로 감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자기관리에 좀더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
(번외) 손혁 키움 감독이 지적한 생각많은 최원태 [스경X현장] (링크)
이런 기사가 나왔는데... 마운드 위에서 일정 시간 있으면 멍해진다는 강윤구, 파울은 스트라이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장시환, 날씨 탓 하면서 마운드에서 변명이 많았다는 한현희 (손혁이 쓴 책에 언급된 일화인데,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한현희임) 를 이어 또다른 선수가 탄생하는 건지? 고척돔에서 날씨 생각한다는 거는 그냥 집중력 부족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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