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0811~0813

한화 vs 키움 (고척)

7:5 패 / 2:3 승 / 3:6 승

1차전 서폴드 / 최원태

2차전 김민우 / 한현희

3차전 박주홍 / 브리검



시리즈 감상


(1) 스윕할 수도 있었던 시리즈를 위닝으로 종료. 매번 스윕을 하라고 하면 날강도지만 상대가 상대전적 6전 전승인 10위팀이라면 '어쩌면...?' 이라는 기대도 무리가 아닐 터. 하지만 명장 손혁 감독님께서는 착실하게 승수를 떨구고 계시다. 가는 길에 1승 1승을 길바닥에 던지는 건 누가 주워먹으라는 뜻인지?


(2) 1차전만 보자. 2회말에 주효상 번트 (실패 -> 더블아웃, 1:1 동점인 무사 1루) 4회말에 박준태 번트 (성공, 4:1 리드 중인 무사 1루) 6회말에 다시 서건창 번트 (성공, 5:5 동점인 무사 1루) 8회말에 또 서건창 번트 (실패 -> 삼진아웃, 5:5 동점인 무사 1루) 아... 벌써 피곤이 몰려온다. 8회말에 서건창은 그냥 죽었을까? 아니라는 데 손목도 걸 수 있다. 1-2에 몸쪽 가깝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어이없는 헛스윙이 나온 이유가 뭐겠는가? 박준태가 뛴 걸 보면 백퍼센트 작전이지.


(3) 삼성 선발이 무너지면 김대우가 그 뒤에 나오고 SK 선발이 무너지면 박민호가 그 뒤에 나오는 건 다들 안다. 하지만 양현이 키움의 두 번째 투수라는 것만큼 확실하지는 않다. 마무리도 시킬 수 있는 투수고 실제로 조상우가 쉬는 날에 마무리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런 투수를 굳이 매번 두 번째 투수로 내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확실한 불펜 보직도 좋지만 적절한 변칙도 필요한데, 손혁은 선발이 너무 많이 던져 리드 중인 6회를 소화할 수 없을 때도 양현을 쓰고 선발이 일찍 나가리되는 날에도 양현을 쓴다.


1차전 그 상황이 양현을 쓸 상황이었나? 2:5 3점차 무사 만루였고, 하주석 - 최진행 - 반즈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가 대기하고 있었다. 손혁이 그렇게 좋아하는 중심타선에 강속구 투수 붙이기를 실현하기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게다가 이들은 좌타자 - 좌투에 약한 우타자 - 좌투에 약한 우타자다. (최진행 .364 / .176, 반즈 .303 / .200) 와! 이영준! 수고해라 오늘도! 그러나 손혁은 기어코야 만행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것도 언더핸드 상대로 올해 28타수 13안타를 치고 있는 (세 타자의 성적이 모두 키움전 성적이 반영되고 난 후임은 감안하자) 하주석 앞에 승계주자실점률 40%가 넘는 양현을 붙이는 만행을!


(4) 8회말 박병호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노수광의 멋진 다이빙캐치로 잡히는 순간... 아... 좆됐네... 하는 직감이 밀려들어왔다. 뭐 그 뒤는 알다시피 우당탕 쿵쾅이다. 9회말 선두타자로 박정음이 나가는데 대타를 내지 않았고, 그런 주제에 10회초에 한 점 실점하는 건 막아보겠다고 휴식준다는 DH 이정후를 코너외야수로 투입했으며, 12회초에는 김동혁이 반즈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자마자 바로 투수를 조성운으로 바꾸었다. 심지어 경기 끝나고 그 둘을 말소하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명장 손혁님은 잘못이 없으시고 연장까지 간 치열한 사투를 말아먹은 두 놈의 대역죄인이 있으니 아주 적절한 로스터 운용 아니겠는가? '사직 불펜데이에 쓰겠다' 고 이름까지 거론했고 아직 스무 살이지만 1승의 소중함을 모르는 우매한 투구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과연 황금손혁! 역시 황금손혁! 대단하다 황금손혁!!!


(출처: 키움 히어로즈)


(5) 2차전은 별로 언급할 게 없다. 6회말 전병우의 무사 1,2루 희생번트는 시리즈... 아니 최근 2주를 통틀어 그나마 제일 상식적이고 수긍이 가는 작전이었다. 전날 지셔서 모가지가 달랑달랑한지 조상우를 2이닝 쓰긴 했지만 그것도 오케이. 한현희는 6이닝을 2실점으로 잘 막았고, 이정후의 자랑스러운 프로 첫 끝내기 홈런은 이정후의 열성팬에게 갔으니 해피엔딩.


(6) 3차전은 브리검의 냉탕온탕 피칭으로 쫄깃한 한 판이었다. 6이닝 6안타 3볼넷 9K 1실점이면 못 던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잘 던졌다고 하기엔 3회까지의 투구내용이 눈에 밟힌다. 아직 제구가 정상 컨디션은 아닌데 수비의 도움으로 여러 번 위기를 넘겼다. 이대로 페이스를 쭉쭉 끌어올려준다면 고맙겠다.


(7) 2아웃을 잡고도 만루를 허용하며 김재웅 2타점 적시타 지분의 90%를 차지한 김상수, 그리고 8회말 1사 2,3루에서 또 되도 않는 스퀴즈 번트를 시도한 손혁... 3차전을 졌다면 두 역적이 가장 큰 원흉이었겠지만, 첫 타석과 세 번째 타석 마치 LPGA 우승을 향한 한희원의 샷처럼 시원하고도 뚝심있게 타구를 퍼올린 김혜성의 전략이 네 번째 타석에는 맞아떨어졌다. 그대로 쐐기를 박는 2타점 3루타.


8회말도 차근차근 되짚어보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손혁의 전술은 뻔했지만 마지막 공격+1점차 리드에서는 충분히 정답 중의 하나였다. 허정협의 내야안타로 1사 1,3루가 되었고, 여기에 대주자로 박정음을 넣어 도루를 시킨 것도 좋았다. 그런데 팀 내에서 제일 밀어치기에 능한 이지영에게 굳이 번트를...? 대체 왜...?


물론 투수 앞으로 번트를 보낸 이지영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중계진의 추측처럼 러셀이 사인을 잘못 봐서 홈에서 아웃됐을 수도 있지만... 이번 시즌 계속 성공률이 낮은 번트로 꼬장을 부리는 게 손혁이지 이지영과 러셀은 아니지 않나.


(8) 박준태는 이번 시리즈로 2할 5푼을 딱 맞췄다. 2018시즌처럼 장타까지 장착하면 (장타율 .407, IsoP .179) 좋을 텐데 너무 과한 바람이려나. 아무튼 지금은 출루와 수비만으로도 팀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임병욱의 복귀가 임박했다. 다음주 화요일 창원 NC전에서의 콜업이 유력하다고 하는데, 이정후와 박준태가 풀타임으로 뛰고 있는 만큼 체력안배가 시급하다. 김혜성-허정협-박정음의 로테이션으론 한계가 있다. 올 시즌 타격에서 변화가 생기는 듯 하다가 부상을 당해 안타까운 마음이 큰데, 와서는 일단 수비만 잘해줬으면 한다.


허정협은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1인분을 하고 있지만, 1인분만 기대하는 타자는 아니다. 일단은 40개의 안타 중 단 8개에 불과한 장타가 좀더 늘어나길. 작년처럼 포스트시즌에서 '쟤를 왜 대타로 내?'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타석에 섰을 때 두근두근하는 정도도 아니다 아직.


가을야구 쫄보라고 엄청나게 욕하긴 했지만, 잔여시즌 김혜성은 2루에서 자주 보는 게 맞겠고 또 포스트시즌에도 그렇게 되어야겠다. 좌익수 알바를 아무리 잘해도 훌륭한 내야수인 김혜성을 외야로 기용하는 건 자원의 낭비다.


김재웅은 현재까지의 키작좌 지명 중에 유일하게 가치가 있는 지명이다. 7월에 13.1이닝을 소화하며 안타를 많이 맞긴 했지만 (.321) ERA 2.70으로 잘 버텨냈고, 8월에도 그와 같은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8월 5경기 5.1이닝 ERA 0, 피안타율 .318) 잽은 많이 맞지만 큰 거 한 방은 피해가는 투수인데, 도망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찔러넣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는 게 정말 큰 강점이다. 추후 예비선발 옵션으로도 쓸 수 있고, 좌완 필승조로서의 가능성도 보이는 선수이니 이대로 쭉 시즌을 완주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9) 드디어 기사가 떴다.


[한국일보] 키움, 희생번트가 많아졌다.... '스몰 야구'로 전환? (링크)


희생번트 시도 56회로 리그 1위지만 번트 성공률은 48.2%로 리그 최하위다. 참고로 번트 성공률이 절반도 안되는 얼간이들은 이 팀밖에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 팀은 번트를 못 댄다. (서건창과 이정후가 그나마 높은 성공률을 담보하는 선수들인데, 어느 감독이 미쳤다고 얘들한테 번트를 시키나.)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손혁의 잦은 희생번트 사인은 선수에게 책임을 지우는 하찮은 명장놀음에 불과하다. 베이스볼 블러드 타령하기 전에 작전이나 그만 내라. 박병호나 러셀한테도 번트 시키면 일관성은 인정해드리겠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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