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1011
vs NC (고척) 2:1 승 / 요키시
vs NC (고척) 3:4 패 / 최원태
vs NC (고척) 10:7 승 / 이승호
vs 한화 (대전) 6:7 패 / 윤정현
vs 한화 (대전) 3:0 승 / 브리검
vs 한화 (대전) 3:9 패 / 조영건
1013~1018
vs KT (수원) 화, 수, 목
vs 두산 (고척) 금, 토, 일
1023, 1030
vs 두산 (잠실)
주간 감상
(1) 일요일 '남은 9경기에서 6승을 노린다'며 한화전에서 첫 승의 기억이 있는 조영건을 투입했지만, 조영건과 뒤를 이은 양기현이 모두 무너지면서 맥없이 루징시리즈를 헌납했다. 1위팀에게는 위닝시리즈를 따내고, 꼴찌팀에게는 루징시리즈를 조공하는 실로 의적과 같은 행태. 4위팀의 경기력에 잘 어울린다. 두산이 배정대의 시즌 4번째 끝내기 안타로 일격을 맞으며 5위까지 내려가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만, 조만간일 듯 하다...
한현희 복귀 시점을 '15일 KT전'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다음 주 로테이션은 요키시-최원태-한현희-이승호-브리검-요키시로 추정된다. 하위팀인 한화를 상대로 조영건을 내고 더 오래 쉰 요키시를 주2 쓰겠다는 전략은 나쁘지 않았으나 항상 시즌 말 히어로즈의 경기력은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으로 잘한 게 2015년쯤이었던가? 과연 다음 주에 이겨낼 수 있을지.
(2) LG가 주말 NC 4연전을 모두 따내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6연승 행진. 2위를 쟁취했다. 아직 3위 KT와 반 경기차지만, KT-키움-두산 세 팀이 물고물리는 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위 싸움은 LG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1위팀 NC를 상대로 9승 4패 2무 전적을 기록하고 있으니, 업셋에도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박용택 은퇴투어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선수들이 굳세게 단결하는 계기가 된 모양.
(3) 최악의 10월을 보내고 있는 이정후다. 32타석에서 30타수 4안타, .133 .188 .167의 슬래시라인은 이정후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 최근에는 무기력한 짧은 외야플라이나 2루수 땅볼로 일관하고 있다. 공을 전혀 중심에 맞히지 못하는 모습. 박병호도 복귀하고 13타석에서 볼넷 3개만을 얻어냈을 뿐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남은 8경기에서 어떻게든 부활의 기미가 보이길.
베이스볼 블러드의 종말
마침내 손혁이 물러났다. 자진사퇴라지만 내년 연봉까지 보전해준다는 것으로 보아 경질에 가까운 모양. 이미 본인이 '자진사퇴당할 거 같다' 고 얘기한 걸 봐서는 자르기 직전까지 몰아붙여놓고, 사퇴한다는 얘기만 손혁의 입에서 나오도록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까지 내년도 투수구상 ('2~3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많이 만들겠다') 얘기하던 감독임을 생각하면, 잘렸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규시즌 잔여경기를 20경기도 남겨두지 않고 감독이 갈린 것은 물론 초유의 사태다. 또한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지방 원정 시리즈 도중 구단 인사가 감독을 서울에 불러올린 것은 '폭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키움이 이 전력으로 3위를 하고 있었던 능력있는 감독을 잘랐다'는 수식어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올해 손혁의 야구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매 경기 자신만의 한국시리즈를 펼치며 투수물량을 쏟아부어 이길 경기와 질 경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투수운용이 계속되었고, 한 경기에도 쓸데없이 여러 차례 번트를 대며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잦았다. 비디오판독 성공률은 최악이었고, 희생번트 성공률 역시 최악이었다. 손혁이 투구폼에 손을 댄 최원태는 올 시즌 제대로 망했으며, 김상수는 지난 5년 중 제일 낮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할 기세다. '구단에서 공홈과 커뮤를 보며 우려되는 부분을 염려/조언/충고하였다'는 야구부장 유튜브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팬들의 성토가 감독에게도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혀 나아진 부분이 없었다.
'중위권 수준의 전력으로 어떻게 우승을 하느냐, 3위만 해도 잘하지 않았냐'는 건 결과론만 따지는 부질없는 비판이다. 시즌 전에는 분명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은 없었다. 작년 1위를 놓고 경쟁했던 두 구단 중 SK는 선발 3명, 두산은 선발 2명(시작하자마자 이용찬 추가로 3명)이 아웃되었다. 모터와 러셀을 데려온 것은 프런트의 책임이 크고, 올해 순위 하락에 그것이 큰 역할을 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손혁이 손을 댔던 투수진은 온전한가? 손혁이 계속 감독을 하고 있었다면 내년에는 5강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질 기세였다.
여기에 프런트의 간섭이 어디까지인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작전 좀 내고 번트를 좀 대라'고 했으면 현대 야구에 역행하는 흐름을 감독에게 강요한 것으로 크게 비판받아야겠지만, '작전 그만 내고 번트를 줄여라'고 했으면...? 오히려 프런트의 입장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히어로즈는 2013년 이래 항상 선 굵은 야구를 해왔지, 감독의 개입과 아기자기한 작전들로 점수를 내던 팀이 아니었다. (그럴 만한 머리가 되는 선수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현장의 결정에 경영진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선은 충분히 이야기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야구인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 '그게 과연 데이터야구인가...' 같은 무의미한 프레임으로 논의를 확장시킨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히어로즈 경영진의 개입에 야구인으로서 분통이 터진다던 이순철은 은퇴선수협에서 김재환에게 최우수선수상을 건넬 때는 그런 마음이 안 들었는가? '데이터는 현장에서 10% 미만이고 야구는 게임이 아니다'라는 엠스플 중계진에게, 전 직장동료이자 전 감독인 손혁은 존중의 대상이고 그의 뒤를 책임져야 하는 김창현은 프로 경력도 없어서 존중받을 가치도 없는 일개 전력분석원 나부랭이일 뿐인가?
문제는 데이터야구에 있지 않다. 감독은 어느 시점에라도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면 경질당해도 마땅한가? 혹은 고위층의 현장에 대한 개입 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 이를 두고 논의하면 된다. 자랑스러운 야구인 나으리들께서는 지적해주셔야 할 부분은 그런 것이다. 공연히 데이터야구 타령하다가 자칫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에 히어로즈를 경계한다는 프레임을 쓰는 본전도 못 찾는 결과를 낳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장정석 재계약 불발 때와는 달리, 이번 자진사퇴/경질에 대해 읽어볼 만한 뉴스는 두 개 정도뿐이다. 엠스플뉴스의 <손혁 감독은 자진사임하지 않았다, 자진사임 '당했다'> (링크)와, 일요신문의 <"지난 여름부터 경질 소문 돌더니..." 손혁 키움 감독 사퇴의 배후> (링크)다. 일요신문 이영미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이번 사퇴에는 이장석 전 대표의 입김이 들어갔다고 한다. 손혁은 이미 여름부터 입지가 불안했고, 이에 시즌 후에 경질되느니 스스로 사퇴하는 것을 택했으며, 김창현은 조직을 배신하지 않는 이미지이기에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장석의 파워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장정석 재계약 불발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이장석에게 혐의를 씌우는 허민 측의 언플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그럴 듯 해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결국 대략적으로라도 추측을 해보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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