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PARK에 먼저 올렸던 글이라, 경어체입니다. (1편) (2편)
전편 투수진 리뷰에 이어 고양 히어로즈 야수진 리뷰입니다.
수비포지션 적어놓은 건 선발출장 한정입니다.
1. 김수환
2018시즌 79경기 294타석 .287 .348 .411 / 265타수 76안타(2루타 19, 3루타 1, 홈런 4) / BB% 8.8, K% 29.6
2019시즌 77경기 290타석 .260 .348 .331 / 254타수 66안타(2루타 10, 3루타 1, 홈런 2) / BB% 11.4, K% 19.0
2020시즌 64경기 239타석 .275 .381 .470 / 200타수 55안타(2루타 9, 3루타 3, 홈런 8) / BB% 12.1, K% 24.7
2018시즌 3루수 67경기
2019시즌 3루수 53경기 / 1루수 20경기
2020시즌 3루수 31경기 / 유격수 15경기 / 2루수 8경기
올해 타석당 3% 정도의 홈런 비율을 보여주면서 상당한 장타력을 뽐냈습니다. 개인적으로 2군 선수의 장타력이 1군에서 먹히려면 장타가 안타의 40% 정도 비중은 되어야 하고, 홈런이 장타의 40% 정도 비중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정도 숫자가 찍히는 선수가 히어로즈 2군 꾸준히 나온 선수 중에 딱 둘 있었습니다. 허정협과 홍성갑입니다. (한 시즌으로 한정하자면야 박병호, 안태영, 임병욱 등도 그 숫자를 찍었습니다만...) 허정협은 그래도 최소한의 수비가 되고 1군에 와서 자기 파워가 통하지 않자 타격포인트를 뒤에 두면서 변화구를 공략하며 살아남았지만, 홍성갑은 그게 안 됐기 때문에 짐을 싸야 했죠.
2군 성적이긴 하지만 볼넷 비율도 나쁘지 않고, 1군에 올라왔을 때도 애매하게 제구된 공을 멀리 보낼 능력이 있다는 건 보여줬습니다. (6/13 NC전 박진우 상대) 카운트싸움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6/17 롯데전, 8월 말 롯데 2연전) 하지만 1군 투수들의 140 중반대 공을 컨택하는 것에는 아직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처음 선발로 나왔던 6/17 롯데전에서 서준원과 박진형의 140대 직구를 잘 맞히지 못했죠. 3번째 타석에서는 3볼까지 골랐지만 들어오는 공 하나를 그냥 봤고 (사실 신인이 1사 득점권에서 3볼 카운트에서 타격해봐야 좋은 소리 듣기 힘들지만요) 그 결과 3-1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에 낚여서 6-4-3 병살타를 만들었습니다. 4번째 타석에서는 박진형의 잘 제구된 바깥쪽 직구에 낚여서 루킹삼진을 당했구요.
2군에서는 3루수로 나오고 있지만 1군에서 3루수를 맡을 실력은 아직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2018시즌 79경기에 출전해서 19실책을 저질렀고, 작년에도 15실책, 올해도 11실책입니다. 물론 올해 많이 나온 실책은 센터내야를 병행하면서 나온 실책일 가능성이 좀 있죠. 제가 이 선수 플레이하는 걸 본 것도 작년이라, 올해 김수환 수비력을 판단할 재료로는 부족하구요. 장래 김웅빈이랑 1루 플래툰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으니, 박병호가 아직 건재할 때 송성문 후임으로 상무 보내서 경험 쌓게 하면 딱 좋을 거 같습니다.
2. 김준연
2019시즌 84경기 306타석 .254 .373 .402 / 256타수 65안타(2루타 15, 3루타 1, 홈런 7) / BB% 14.7, K% 23.9
2020시즌 52경기 170타석 .297 .429 .507 / 138타수 41안타(2루타 11, 3루타 0, 홈런 6) / BB% 17.1, K% 22.4
2019시즌 1루수 30경기 / 3루수 24경기 / 2루수 10경기 / 지명타자 8경기
2020시즌 3루수 7경기 / 2루수 20경기 / 유격수 8경기 / 지명타자 3경기
지금 상무에 가 있는 NC 서호철과 함께 대졸 3루수 최대어였던 선수입니다. 서호철은 9라운드 지명을 받은 반면, 김준연은 지명되지 않아서 육성선수로 입단했죠. 십자인대 파열 부상 때문에 군면제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장정석 감독이 송성문을 양아들로 기용하면서 3루를 구멍으로 만들 때, 왜 안 올리나 궁금했습니다.
6월까지는 3할대 타율로 맹타를 휘둘렀는데, 7월에 조금 페이스가 수그러들면서 3할 아래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중계로 봤을 때는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질이랑 강습타구 처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경기를 보니까 (역시 작년 기준입니다) 3루 수비가 영 아니더군요-_-; 그래도 올해 센터내야수 알바를 실컷 뛴 걸 보면, 2군의 다른 코너내야수들보다는 확실히 수비가 우위에 있는 듯 합니다. 대학리그에서도 수비 잘한다는 평이었구요.
올해 성적만 보면 2018년 전병우가 롯데 2군에서 찍었던 성적과 유사하죠. 차이점이라면 전병우 쪽이 홈런과 도루가 좀 더 많고요. 전병우가 올해 하위타선과 3루에서 그럭저럭 선방하긴 했지만, 주전으로 쓰기엔 공격력이 너무 아쉽습니다. 김준연이 내년에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간다면 코치진에서도 콜업을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1군에 못 쓸 정도라면, 2군 뎁스 채워주는 선수로 쭉 써도 괜찮죠.
3. 임지열
2019시즌 40경기 166타석 .329 .422 .450 / 140타수 46안타(2루타 6, 3루타 1, 홈런 3) / BB% 13.3, K% 19.9
2020시즌 72경기 297타석 .301 .374 .481 / 266타수 80안타(2루타 19, 3루타 1, 홈런 9) / BB% 10.1, K% 19.2
2019시즌 3루수 18경기 / 1루수 12경기 / 지명타자 7경기
2020시즌 1루수 32경기 / 좌익수 7경기 / 중견수 7경기 / 우익수 8경기 / 지명타자 10경기
2군에서 먹은 타석이 어느덧 1600타석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정말 실적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는데, 작년에는 수비가 1군 수준이 안된다는 것만 처참하게 증명하면서 내려갔고 올해는 더 앞서는 선수들이 나오면서 자기 실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타격은 1군에 올려서 긁어볼 만한데, 수비는 모르겠습니다. 중계로 봤던 올해 퓨처스경기에서는 평범한 뜬공에 다이빙하면서 2점 주는 장면만 기억납니다. 사실 지금의 타격 성적도 2군 밥 오래 먹은 여파로 적응해서 나오는 성적일 가능성이 높으니, 타격 잘한다고 좋아할 게 아니죠. (2군 타격왕이 박정준, 박윤이라고 그 선수들 올려서 1군에 써먹는다는 발상 안하는 것처럼요.)
실적이나 전망과는 별개로,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교체출전으로 3루수, 2루수, 유격수까지 들어가면서 투수와 포수 빼고는 모든 포지션을 체험해본 선수가 됐습니다.
4. 김은성
2019시즌 77경기 307타석 .326 .405 .432 / 264타수 86안타(2루타 11, 3루타 4, 홈런 3) / BB% 10.7, K% 16.3
2020시즌 26경기 89타석 .342 .416 .443 / 79타수 27안타(2루타 1, 3루타 1, 홈런 0) / BB% 11.2, K% 15.7
2019시즌 2루수 65경기 / 좌익수 3경기 / 우익수 4경기
2020시즌 2루수 15경기 / 유격수 1경기
부상이었는지 7월이 되어서야 퓨처스리그에 나타났고, 8월 말에 1군에 올라왔습니다. 9월 27일 두산과의 DH 2차전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6-4-3 병살과 2사 만루 삼진을 당해서 맥커팅 한번 제대로 한 게 올해 1군에서의 유일한 눈도장이었습니다. 다른 경기라면 1루수 대수비 나왔다가 실책한 거 정도가 있을까요?
1993년생이고, 2군에서 더 기회를 주는 게 의미가 없는 선수입니다. 내보내든가 1군에서 백업으로 긁어보든가 해야 합니다. 올해 오프시즌을 보면 구단에서 이 선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 확실히 답이 나오겠죠. 타격은 1군에 안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수비가 약간 의문인데, 1군에서 통할 수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장정석 감독은 '송구가 약해서 안 올린다' 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유격수 알바할 능력도 있고, 2루수로는 수비가 괜찮습니다.
5. 이명기
2019시즌 53경기 137타석 .220 .277 .301 / 123타수 27안타(2루타 7, 3루타 0, 홈런 1) / BB% 5.1, K% 29.9
2020시즌 77경기 279타석 .265 .344 .449 / 245타수 65안타(2루타 7, 3루타 1, 홈런 12) / BB% 10.0, K% 25.8
2019시즌 1루수 26경기 / 지명타자 3경기
2020시즌 1루수 34경기 / 3루수 18경기 / 지명타자 6경기
올해 가장 극적인 스텝업을 이룬 선수입니다. 볼넷은 2배로 늘었고, 삼진율은 어느 정도 줄였습니다. 2군에서도 몇 년 동안 볼넷 비율 10%, 정말 타협해서 7~8% 아래인 선수는 1군에서 유의미한 타격을 보이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볼넷이 적다는 건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이거나 장타력이 거의 없어서 투수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공을 찔러넣거나 두 가지 중 하나죠. 컨택이 아주 좋다면야 일정 수준의 타율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1군에서 압박감을 주는 선수가 되긴 어려울 겁니다. 히어로즈 2군 선수들 성적과 비교군으로 삼기 위해 2군에서 오래 뛰었으면서도 1군에서도 어느 정도 나왔던 선수들 수십 명 가량을 조사해봤는데, 저 조건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몇 있습니다. 롯데 김재유, KT 강민국, KIA 김태진, LG 유강남 등이었습니다. 유강남이야 포수 수비와 장타력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으니까 1군에서 결국 평균 이상의 타격지표 보여주면서 살아남았지만요.
잡설이 길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1년 만에 볼넷 비율을 2배로 올린 건 꽤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작년에 떨어지는 공에 힘차게 헛스윙하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볼넷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홈런도 1개에서 12개로 늘었습니다. 여전히 떨어지는 공에 힘차게 헛스윙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존 안에 애매하게 들어오는 공은 담장 밖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는 거죠. 내 존에 들어오는 공과 아닌 공을 구분해서 치는 능력이 있으면 1군 백업으로라도 붙어있을 수 있습니다.
김수환과 교대로 1군 1루수/지명타자 기회를 주면 좋겠죠. 병역 문제 해결이 우선이겠고요.
6. 김병휘
2020시즌 52경기 169타석 .188 .337 .297 / 138타수 26안타(2루타 6, 3루타 0, 홈런 3) / BB% 16.0, K% 33.1
2020시즌 유격수 40경기
같이 뽑힌 신준우가 1년 내내 실종되는 바람에 외롭게 유격수 자리를 지켰습니다. 고양 히어로즈의 첫 한 달은 김병휘마저 없어서 김수환과 김준연이 적지 않은 경기를 스타팅 유격수로 나왔죠. 김병휘는 6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타났는데, 성적은 뭐 딱 평범한 루키시즌 선수였습니다.
수비는 듣던 대로 꽤 괜찮았습니다. 볼넷도 높고 삼진도 높다는 건 타석에서 대체로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뜻일 겁니다. 당장 김혜성 후임으로 유격수 자리를 꿰차야 한다! 이런 기대까지 하진 않습니다. 2군 1년간의 경험이 어느 정도 기초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7. 박주홍
2020시즌 57경기 221타석 .225 .362 .341 / 182타수 41안타(2루타 12, 3루타 0, 홈런 3) / BB% 14.5, K% 31.2
2020시즌 좌익수 46경기 / 1루수 2경기
2군 첫 달 동안 66타수 28삼진으로 무섭게 깨졌습니다. 6월에는 49타수 14안타(.286)로 좀 올라오기 시작했고, 여전히 삼진은 많았지만(6볼넷/23삼진) 2루타도 5개로 적잖게 쳐냈습니다. 8월 이후에는 다시 빈타에 허덕이며 장타도 하나 없었지만(45타수 8안타 .178) 볼넷을 꽤 많이 골랐습니다. (15볼넷/11삼진)
경기 중 몇 번 1루수로 들어가긴 했지만 2군에서는 꾸준히 선발 좌익수로 기회를 받았습니다. 몇 번 얘기했지만 고양 1루수 자리에 사람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외야로 성공하는 게 더 좋죠. 이 팀 구성상 외야수가 필요하고, 여차하면 용병으로 메꿀 때 1루수가 더 편하기도 하구요.
2군 성적을 보면 2루타가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박주홍이 1군 와서 친 2루타 2개 보면 내야수 키를 빠르게 넘어가는 라인드라이브성 2루타가 아니고, 높은 각으로 우중간으로 꽂는 2루타였죠. 아마 2군에서 친 것도 그런 게 많으리라 추측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고, 또 웨이트 열심히 해서 힘 붙고 투수랑 카운트싸움하는 능력 키우면 자연스레 홈런도 많이 나올 겁니다.
이정후, 강백호, 소형준처럼 데뷔 첫 해부터 1군 부수는 선수를 보다보니 리그 전체적으로 신인선수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기준선이 높아져있습니다. 올해 박주홍 콜업하라는 얘기 나왔을 때 좀 당황스러웠고, 진짜 콜업했을 때는 더 당황했습니다. 2군 폭격하는 한동희가 1군 정착하는 데 3년 걸렸습니다. 탑 유망주라도 여유를 가지고 좀 진득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8. 박준형
2020시즌 42경기 91타석 .192 .308 .282 / 78타수 15안타(2루타 2, 3루타 1, 홈런 1) / BB% 13.2, K% 24.2
포수선발출전
2019시즌 7경기(도루저지율 .286)
2020시즌 24경기(도루저지율 .386)
9. 배현호
2018시즌 39경기 130타석 .263 .346 .395 / 114타수 30안타(2루타 4, 3루타 1, 홈런 3) / BB% 10.0, K% 27.7
2019시즌 35경기 99타석 .287 .354 .402 / 87타수 25안타(2루타 7, 3루타 0, 홈런 1) / BB% 10.1, K% 25.3
2020시즌 49경기 125타석 .248 .344 .358 / 109타수 27안타(2루타 4, 3루타 1, 홈런 2) / BB% 12.0, K% 35.2
포수선발출전
2018시즌 27경기(도루저지율 .194)
2019시즌 24경기(도루저지율 .244)
2020시즌 25경기(도루저지율 .188)
박준형은 2019년 2차 6라운드로 지명한 광주일고 포수고, 배현호는 2018년 2차 4라운드로 지명한 경북고 포수입니다. 박준형은 광주일고 시절 유장혁(한화), 김창평(SK), 정도웅(롯데, 임의탈퇴), 한지운(롯데), 박시원(NC) 같은 선수들과 같이 뛰었죠. 어깨는 괜찮지만 타격이 좀 아쉬운 포수였습니다.
배현호는 고교시절에는 원태인-신효승과 배터리를 이루면서 경기에 나왔는데, 신효승은 같은 해 6라운드에 키움으로 지명되어 동료가 됐죠. 원태인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삼성으로 갔구요. 2019-2020시즌에 질롱 코리아에서도 뛰었습니다. 고교시절을 보면 장타력이 있고 포수인데도 발이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도루도 심심찮게 했고요.
그 동안 히어로즈가 뽑아온 포수픽을 보면 박동원(고졸, '09 2차 3R) 이해창(대졸, '10 2차 7R) 지재옥(대졸, '12 2차 5R) 김재현(고졸, '12 2차 8R) 김경오(대졸, '13 2차 9R) 이용하(고졸, '14 2차 6R) 주효상(고졸, '16 1차) 배현호 그리고 정동욱(대졸, '18 2차 10R) 주성원(고졸, '19 2차 3R) 그리고 박준형 등이었습니다. 대체로 기조는 확실하죠. 대졸 픽은 정말 보험용이고, 고졸 포수도 걍 수비력 괜찮으면 집습니다만 딱히 대어를 욕심내지는 않습니다.
리그 전체로 돌아봐도 최근 5년 동안 지명된 포수 중에 아직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하나 꼽아보라면 NC 김형준('99) 정도인 거 같은데, 양의지 영입과 김태군 잔류 이후 제대로 멘붕이 왔는지 공수 모두에서 퇴보한 모습 보여주고 욕받이 되어가는 신세죠. (볼 때마다 조금 딱합니다. 제가 NC팬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지금의 전략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박동원은 2022시즌 이후에나 FA가 될 테니 아직 2시즌이 있고, 이지영도 다음 FA까지 3시즌을 더 쓸 수 있죠. (그리고 아마 잔류할테죠) 올해 히어로즈의 포수 포지션에서 공격력은 리그 평균 정도였고, 블로킹(Pass/9) 지표는 LG와 함께 제일 좋았습니다. 고졸 포수들이 성장할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둘 수 있죠. 김재현이 공격력은 많이 아쉽지만 도루저지나 블로킹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니 백업포수로는 손색이 없고, 주효상 역시 갈 길이 멀었지만 백업은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내년에 1군에 기용할 수 있는 포수가 넷이니, 주성원을 빠르게 군대에 보낸 건 적절한 대처입니다. 주성원이 돌아오면 배현호나 박준형 중 한 명이 바톤터치를 하면 되겠죠.
91타석뿐이긴 하지만 박준형이 볼넷을 꽤 고른 건 나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인내심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도루저지율도 꽤 괜찮죠. 지난 3년 동안 이 정도 도루저지 보여준 포수가 히어로즈 2군에 없었습니다. 박준형은 팀의 중점적인 육성 계획에 포함된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2군 포수 둘을 올해 뺐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기회를 받을 겁니다.
배현호의 성장세는 약간 아쉽습니다. 질롱도 다녀왔는데 3년 동안 딱히 타격에서 나아진 점이 없죠. 그렇다고 도루저지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요. 작년에 직접 가서 봤을 때는 방망이는 나름 괜찮았지만 포수로서 블로킹이나 도루저지 모두 아쉬웠습니다. 올해도 퓨처스리그 중계 경기(7/18)에서 SK 김재현 잡으려다가 2루수 머리 위로 송구하던 장면만 기억납니다. 씩씩하게 열심히 하는 선수입니다만, 아직 세금이 충분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10. 변상권
2018시즌 80경기 278타석 .309 .342 .440 / 259타수 80안타(2루타 23, 3루타 4, 홈런 1) / BB% 5.0, K% 13.3
2019시즌 78경기 249타석 .284 .369 .376 / 218타수 62안타(2루타 15, 3루타 1, 홈런 1) / BB% 10.0, K% 17.3
2020시즌 47경기 217타석 .286 .341 .388 / 196타수 56안타(2루타 10, 3루타 2, 홈런 2) / BB% 8.3, K% 12.0
2018시즌 유격수 52경기 / 좌익수 10경기
2019시즌 좌익수 48경기 / 중견수 8경기
2020시즌 좌익수 5경기 / 중견수 39경기 / 우익수 2경기
변상권은 포지션 변천사가 좀 복잡합니다. 제물포고 1학년 때는 외야수(좌/중)로, 2학년 때는 1루수로, 3학년 때는 3루수로 나왔습니다. 재능대 1학년 때는 유격수, 2학년 때는 다시 3루수로 나왔다가 육성선수로 입단한 후 2018시즌부터는 유격수로 나왔습니다. 적지 않은 경기를 보면 2군에서 나름 빠따 재능 보고 밀어준 거 같죠. 그런데 수비가 영 아니었는지 시즌 마무리부터는 김지수와 김성현에게 자리를 내주고 밀려납니다. 이후 2019시즌 2군 주전 유격수는 김주형이 차지하고, 변상권은 좌익수를 맡게 됩니다.
수비는 농담으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이 팀 특성이 2군까지 싹 뒤집어서 털어도 사람같이 수비하는 선수가 별로 없습니다. 작년에 꽤 밀어준 예진원, 추재현도 기초적인 타구판단부터 안 되는 친구들이었죠. 코너외야수조차 보기 힘드니까 센터로 갔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올해 타격으로 조금 주목받았습니다만, 걍 긁어볼 만한 선수라고 생각하는 게 딱 적합합니다. 변상권한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2018년 김규민이 336타석 .295 .730 wRC+ 90, BB% 8.0 K% 26.5 찍었을 때 정말 라이징스타 탄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비는 고종욱보다 낫고 (최소한 어깨는요) 발도 괜찮고 했으니까요. 이후에 1군 수준 안 되는 거만 증명하면서 장렬하게 폭망했죠. 이제는 김규민한테 기대하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변상권도 까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아직 귤박스에 칼집 냈는데 향이 괜찮더라 정도의 느낌이죠.
기대치를 한껏 낮춰놨으니 일단 장점을 얘기해보겠습니다. 스트라이크존에 확실하게 자기 존이 형성되어있어서 그걸 때리는 재능은 있습니다. 인상을 보면 소심해보이는데 인터뷰나 실제 플레이 같은 걸 보면 관중이 있다고 위축되는 스타일도 아닌 거 같구요. 올해 무관중경기로 압박감 덜면서 성적 잘 냈던 많은 신인들이 내년에는 다시 멘탈을 시험받을 겁니다. 변상권은 그게 좋은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타구질 보면 송성문이나 주효상처럼 낮은 각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쪽으로 집중한다면 1군에서도 먹힐 거 같습니다.
단점은 아직 1군 수준의 컨택은 아니라는 거겠죠. (직구 상대 컨택 69.1%) 좌투수 상대로 8타석에서 4안타를 쳤습니다만, 그 4안타는 모두 존 안에 들어온 직구를 상대로 한 것이었습니다.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 던지면 낚일 가능성이 높겠죠. 우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아래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대처에도 취약하구요. 물론 이건 경험이 쌓이면 더 나아질 겁니다.
11. 송우현
2018시즌 55경기 101타석 .209 .327 .337 / 86타수 18안타(2루타 3, 3루타 1, 홈런 2) / BB% 13.9, K% 15.8
2019시즌 36경기 170타석 .360 .429 .567 / 150타수 54안타(2루타 14, 3루타 4, 홈런 3) / BB% 10.6, K% 12.4
2020시즌 52경기 230타석 .292 .374 .485 / 202타수 59안타(2루타 15, 3루타 3, 홈런 6) / BB% 10.9, K% 13.9
2020시즌 우익수 48경기 / 지명타자 2경기
경찰야구단도 다녀왔고, 질롱코리아도 다녀왔습니다. 2018-2019시즌 성적은 경찰야구단의 것입니다. 2군 수준에선 훌륭한 공격력이었는데, 1군에선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1995년생이라 나이가 좀 많죠. 내년에 좀 긁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군에서 먹힐 만한 툴은 어깨겠죠 역시. 몇 번 괜찮은 송구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우익 자리에서 홈 다이렉트 송구가 가능한 점은 참 매력적입니다.
내년에 어느 포지션 용병이 오느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거 같습니다. 1루수나 내야수 외인 타자를 영입한다면 약간이라도 1군에서 시험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고, 외야수 외인 타자가 온다면 1년 더 공칠 확률이 높죠.
12. 정재원
2020시즌 65경기 162타석 .165 .296 .271 / 133타수 22안타(2루타 5, 3루타 0, 홈런 3) / BB% 14.8, K% 23.5
2020시즌 좌익수 5경기 / 중견수 4경기 / 우익수 15경기 / 지명타자 5경기
13. 정현민
2020시즌 56경기 150타석 .226 .349 .427 / 124타수 28안타(2루타 10, 3루타 0, 홈런 5) / BB% 13.3, K% 30.0
2루수 23경기 / 지명타자 8경기
비슷한 느낌의 선수들이라 묶어봤습니다. 정재원은 같이 뽑힌 박동혁과 함께 순도 100% 로또 픽이죠. 고등학교 3년 동안 별 실적 없었습니다. 3학년 때는 60타석에서 홈런도 볼넷도 하나 없었죠.
그럼 완전 망한 픽이냐? 그렇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6월 20일 KIA전은 중계경기였는데, 그때 딱 멀티홈런을 날리는 걸 구경했습니다. 두 번째 타석, 0-2 카운트에서 KIA 김현수의 123 커브를 받아쳐 센터(에서 살짝 좌측)를 넘겼고, 4번쨰 타석에서는 황인준에게 7구 승부까지 갔다가 역시 커브를 받아쳐서 좌측 담장을 넘겼습니다. 펀치력 확실하고, 스윙메커니즘도 괜찮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볼넷도 하나 없었던 선수인데, 올해 꽤 많은 볼넷을 골라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한 달 정도 몰아서 나오는 게 아니고 쭉 유지됐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 존 설정에 대해서 많이 터득한 모양인데, 이 정도면 괜찮은 출발이죠. 경기 도중에도 중견수로 심심찮게 들어갔는데, 외야수로서 영 못 쓸 수비는 아니라고 추측됩니다.
정현민은 율곡고 때는 유격수로 뛰다가 올해 2루수로 나섰는데, 지명 당시에도 지적되었던 수비 문제가 딱히 해결되진 않은 모양입니다. 로스터에 등록되어있고 타격 성적이 괜찮았는데도 대타로 자주 기용되었습니다. 타격폼은 김하성과 페르난데스를 섞어놓은 듯한 폼입니다. 맞으면 멀리 가겠지만 제가 본 경기에는 멀리 안 가더군요.
11. 송성문
2020시즌 78경기 326타석 .281 .374 .387 / 274타수 77안타(2루타 18, 3루타 1, 홈런 3) / BB% 13.5, K% 9.5
수비포지션 선발(교체)
2020시즌 1루수 10경기(3경기) / 2루수 39경기(8경기) / 3루수 22경기(4경기) / 지명타자 3경기
초반에는 2루수로 주로 출장했다가, 양석환이 제대하고 나서 계속 3루수로 기용됐습니다. 퓨처스리그 보다 보면 아무래도 다른 구단 선수들 포지션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상무도 어쨌든 실적을 내야 하는 조직이므로 골고루 돌리면서 경험 쌓고 하기보다는 당장 그 포지션에서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내기 마련이거든요. 김웅빈이 같은 원리로 상무 2년 동안 3루로 거의 나오지 못했습니다. 3루에선 양석환, 2루에선 도태훈과 강한울에게 밀려서 거의 1루수로 출전했죠.
평범한 성적 냈고, 월별로 편차도 그렇게 심하지 않습니다. 송성문이 재작년에 홈런을 7개나 치긴 했지만, 본래 낮은 각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만드는 갭 히터로서의 재능이 더 출중한 선수입니다. 그게 단기전에서 폭발적으로 발휘됐던 게 작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였죠.
작년 정규시즌 초반에 스프레이히팅 시도하다가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 공인구 바뀐다고 자기 딴에 변화를 시도했던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6~7월에 당겨치기 빈도를 도로 늘리면서 살아났구요. 3루 수비 연습 열심히 하면서 우중간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적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전역하면 전병우를 백업으로 밀어내줘야 합니다.
12. 예진원
2018시즌 71경기 280타석 .347 .407 .506 / 251타수 87안타(2루타 16, 3루타 3, 홈런 6) / BB% 8.2, K% 15.4
2019시즌 77경기 320타석 .274 .375 .363 / 270타수 74안타(2루타 7, 3루타 4, 홈런 3) / BB% 13.1, K% 17.8
2020시즌 48경기 158타석 .276 .380 .418 / 134타수 37안타(2루타 12, 3루타 2, 홈런 1) / BB% 13.3, K% 16.5
올해 수비포지션까지는 귀찮아서 안 찾아봤습니다. 대충 보니까 중견수로도 몇 번 나온 거 같지만, 우익수 6 > 좌익수 4의 빈도였던 거 같은데요.
딱 전형적인 공격력 좋고 수비력 안 좋은 히어로즈 야수입니다. 저는 대충 문우람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수 옴붙을까봐 걱정입니다만 떠오르는 예시가 얘밖에 없네요.) 안타의 30% 정도를 장타로 쳐주면서 볼넷과 삼진 비율이 모두 10%대 초반을 유지하고, 2할 8푼 정도의 타율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쓸 만한 3~4번 외야수였죠.
히어로즈 외야에서 주전 세 명을 꼽으라면 이정후, 허정협, 박준태입니다. 임병욱은 이제 군입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고, 박정음과 김규민은 완벽하게 신뢰를 잃었으며, 변상권과 송우현은 물음표가 많은 카드죠. 이 균열을 파고들어갈 수 있다면 1군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자세한 얘기는 내년에 봐야 더 말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 친구를 마지막에 뒀는지 후회되네요.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충 고양에서 주목할 만한 야수들을 두 편에 걸쳐서 리뷰해봤습니다. 물론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 가운데서도 팀의 육성 계획에 포함된 선수들이 있습니다. 또 포텐은 빠방한데 당장 실적은 아쉬운 친구들이 있을 겁니다. 2군에도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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