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PARK에 먼저 올렸던 글이라, 경어체입니다. (링크)
올해 고양은 77경기에서 38승 34패 5무 (.528)의 성적을 거두었고, 북부리그에서 한화와 같은 순위인 공동 2위로 마감했습니다. 시즌이 끝난 기념으로 짧게나마 투수진과 야수진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물론 2군 경기를 직접 본 적이 많지 않으니 추측의 영역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의문인 것은 같이 고민해보고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즐거움이니까요.
1. 김정인
16경기 68.2이닝 5.11 / 68피안타 7피홈런 20볼넷 8사구 50탈삼진 (.258)
상무에서 투구한 초반 3경기는 17이닝 3실점(1자책)으로 쾌조의 스타트였지만 이후 6-7월 7경기 동안 6실점 이상 경기를 4번이나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전역하고 등판한 5경기에서는 14이닝 동안 14안타 5사사구 12탈삼진 6실점으로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전역 전 김정인의 문제는 140km/h 중반대의 직구를 뒷받침해줄 세컨피치가 확실하지 않았다는 건데, 올 시즌 1군 복귀하고 나서 김정인의 피칭을 보면 여전히 그렇습니다. 직구는 존 비슷하게 어떻게어떻게 가는데, 변화구가 너무 크게 빠지니까 타자들은 변화구 신경을 안 쓰고 직구만 건드리면 안타가 되죠. 전역 전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많이 던지던 투수가 레퍼토리를 체인지업으로 바꿔왔는데, 9/2 NC전에서는 그게 먹혀서 노진혁을 삼진으로 잡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세컨피치의 제구가 안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정인 정도면 직구는 존 비슷하게 가는 편이니 내년에 당장 1군 불펜으로 투입해서 직구 하나만 보고 승부를 걸 수도 있겠지만, 군 문제가 해결된 유망한 자원이니 2군에서 선발수업을 시키면서 변화구를 좀 더 다듬었으면 합니다.
2. 김동혁
27경기 53.2이닝 4.36 / 49피안타 2피홈런 24볼넷 1사구 42탈삼진 (.240)
2001년생의 신인 투수치고 아주 잘해줬습니다. 선발로 나선 두 번째 경기였던 7월 4일 한화전에서 3.2이닝 7실점을 하며 무너졌습니다만, 그 경기를 제외하면 3실점 이상 한 경기가 없습니다. 구속이 130 내외에서 형성되는 건 아쉽지만, 존 비슷하게 공을 넣을 줄 알고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하는 투수죠. 비슷한 스타일의 양현이 올해 완벽하게 1군 불펜으로 정착한 걸 보면 김동혁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다음 시즌부터 바로 1군에서 뛰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3. 박주성
26경기 40.1이닝 7.36 / 56피안타 2피홈런 33볼넷 3사구 35탈삼진 (.329)
망했습니다. 중요한 건 왜 망했냐죠.
5월만 해도 이닝과 비슷한 수의 탈삼진을 잡아가며 그럭저럭 버티는가 했는데, 이후에 제구가 뒤흔들리면서 대량실점을 하기 시작했고, 8월 마지막 등판이었던 8월 28일 한화전에서 1.1이닝 7실점을 하며 또 무너졌습니다. 작년에도 6점대 ERA에 3할 중반대 피안타율이긴 했지만 제구는 되는 상태에서 처맞았는데, 올해 박주성은 후반기부터 경기당 볼넷 2개씩 주면서 박살났죠.
1군에 올라왔던 7월 롯데전을 보면 잘 던지다가도 간판급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직구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김정인이 존 비슷하게라도 공을 던질 줄 안다면 박주성은 그것도 아니라는 얘긴데, 갈 길이 아주 멉니다. 올해 김정인이 제대했으니 양기현이나 박주성 둘 중 하나는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양기현은 2년 정도만 더 긁어보고 그 사이에 박주성이 얼른 다녀오면 어떨까 싶습니다. 1차 지명으로 뽑은 걸 후회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즉시전력' 이라는 단장 멱살은 잡고 흔들고 싶네요.
4. 조영건
8경기 35.2이닝 1.77 / 28피안타 2피홈런 10볼넷 3사구 41탈삼진 (.215)
5월 4경기에서 잘 던지면서 대체선발로 선택을 받았고, 7월 2경기와 시즌 막판 2경기를 제외하면 퓨처스리그에서 더 등판기록이 없습니다. 사실상 1군 멤버라고 봐야 하지만, 그냥 발전상이나 기타 등등을 적어보고 싶어서 넣었습니다.
2군에서는 압도적인 선발이었습니다. 경기당 1개 이상의 탈삼진, 3이닝당 하나 아래의 볼넷, 2할 초반대의 피안타율... 반면 1군에서는 살짝 고난을 겪었죠. 하지만 작년보다는 많이 발전했습니다. 작년에는 직구를 존에 못 넣으니까 그대로 처맞으면서 무너졌는데, 올해는 직구 커맨드가 안 되니까 슬라이더를 우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에 난사해가면서 위기를 탈출하더군요. 직구를 존에 못 넣는데 슬라이더 컨트롤은 된다? 어이없는데 그랬습니다-_-;; 성적 말고 당장의 기량 또한 김정인-양기현-박주성 같은 우완 영건 중에서는 가장 출중한 거죠.
9월 NC 3연전에는 김재웅과 함께 대체선발로서 120%의 기량을 발휘했는데, 중간에 2군에 한번 다녀오고 나서 디딤발 놓는 위치를 조정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투구 밸런스가 안정되어서 140대 중반의 직구를 꾸준히 던지면서 슬라이더와 포크까지 더해서 NC 타자들을 요리했구요. 정상봉 전력분석원의 유튜브에 따르면 (6월 2~4일 한화전 영상입니다) 조영건은 이영하와 비슷한 종슬라이더를 던지지만 릴리스포인트가 30cm 낮아서, 커브처럼 나가는 이영하의 공과 달리 포크볼처럼 간다고 합니다. 포크볼이랑 같이 던지면 타자를 혼란시키는 효과가 크겠죠.
현재로서는 김태훈, 김재웅과 함께 1군 대체선발 1순위입니다. 문제는 슬라이드 스텝이 상대가 간파하기 쉬운지 도루를 잘 허용한다는 점인데 (8도루/0도실) 특히 6월 26일 KIA전에는 상대 타자들이 루상에만 나가면 대놓고 2루로 뛰더군요. 내년에 선발로 뛴다면 신경을 좀 써야겠지요.
5. 이종민
17경기 30이닝 6.00 / 31피안타 25볼넷 3사구 20탈삼진 (.272)
대체로 등판 때마다 1개 이상의 볼넷을 허용하면서 곤란을 겪었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는 (또 한화전이네요) 2.2이닝 동안 5안타 6볼넷을 내주면서 7실점했습니다. 그래도 그 경기 전까지 크게 실점한 적은 없었습니다. 올해 피홈런도 0입니다.
7월 18일 SK전을 봤는데 당시 성적은 4.1이닝 1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이었습니다. 헛스윙 유도하는 건 괜찮았고 플러스급 피치가 둘 정도 있었습니다. (슬라이더랑 커브였던 거 같은데요) 문제는 135km/h 넘어가는 공이 거의 없었다는 것? 그리고 너무 정교하게 던지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형준, 이민호, 최준용, 정해영 같은 친구들 보다가 보려니까 성이 안 차긴 하지만 하드웨어도 괜찮고, 윤정현과 달리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서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움이 또 공 느린 친구들 뽑아서 직구 구속 올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죠. 김택형과 양기현이 그랬고, 최근에는 나이 서른인 이영준도 성공했습니다. 이종민도 구속 못 올리란 법이 없겠죠.
6. 박관진
22경기 24.2이닝 2.55 / 14피안타 3피홈런 8볼넷 24탈삼진 (.159)
1군에서는 8월 26일 KT전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습니다. 투수 12명 등판하고도 5점차 경기를 뒤집힌 바로 그 경기죠. 진작에 손혁 감독이 잘렸어야 할 바로 그 경기였고요. 138~142km/h 정도 구속이 나왔습니다. 영점이 잘 안 잡혀서 흔들리는 면도 있었고 결국 끝내기를 허용했지만, 감독의 잘못이지 대졸 신인에게는 책임이 없죠.
2군에서 닥터K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볼넷을 많이 준 편도 아닙니다. 팡팡 꽂아넣어도 타자들이 못 치는 듯 한데, 어떤 스타일인지는 아직 파악이 필요합니다. 드래프트 당시의 평을 보면 밸런스가 좋고 직구 구위와 스플리터 각이 좋다고 했죠. 투구폼을 보면 SK 하재훈처럼 상체 위주로 던진다는 느낌인데, 다만 차이는 하재훈은 부드럽게 한 바퀴 돌면서 팔스윙을 끌고 나오는 반면에 박관진은 무릎 쪽에 팔을 두었다가 바로 올리면서 던지죠. 제가 투구폼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중에 부상 문제가 있지 않을까 좀 염려됩니다.
그래도 2군 성적을 보면 역시 내년에 1군에서 긁어볼 만한 선수고, 중하위픽 대졸 투수 지명하는 취지에도 잘 부합하는 성적을 내주어서 만족스럽습니다. 2021년에는 자주 얼굴 보았으면 합니다.
기타
신재영(14경기 53.2이닝 2.68)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2군급 선수는 아니지만 몇 년 동안 제3구종 장착에 문제를 겪으면서 올해도 1군에서는 겨우 7경기 등판하면서 마감했습니다. 작년엔 좌타 상대 체인지업이 좀 먹혀들어가면서 대체선발로서 경쟁력을 보였지만 올해는 그런 것도 없이 줄창 두들겨맞았죠. 내년에 함께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동시에 안타깝네요.
윤정현(10경기 40이닝 3.60)은 올해 올라올 때마다 가장 이를 빡빡 갈게 만드는 이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이 선수의 장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같은 해외파 출신인 김선기는 상무에서 2년 동안 실적이 있었고, 적은 이닝이긴 하지만 작년에는 대체선발-올해는 불펜으로 그럭저럭 괜찮게 던지고 있습니다만 (물론 1라운드 기대치는 절대 아니죠) 윤정현은 그렇지도 않죠. 더 열받는 건 이 팀이 지난 7년 동안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상위픽이었던 4번픽을 쓴 대상이 바로 윤정현이라는 거구요. 윤정현 대신에 당초 예상대로 송명기를 잡았더라면 팀의 미래가 어땠겠습니까?
정대현(16경기 39.2이닝 6.35)은 올해 단 한 차례 올라왔습니다. 연차와 성적을 생각해보면 당장 방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김성민('94)의 병역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차라리 삼성 임현준처럼 좌완 스페셜리스트 내지는 윤정현이 올해 맡았던 롱릴리프 역할을 기대한다면 한 해 정도는 더 두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팀은 좌완을 좋아하고, 마침 2년 동안 뽑은 투수 중 좌완은 이종민뿐이고, 나머지 왼손 투수들 중에 경쟁력이 있는 선수는 선발 이승호와 불펜 이영준밖에 없으니까요.
박주현(18경기 19이닝 6.16)은 올해 한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한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2016년에 4선발을 맡아줬던 깜냥으로 1군에서 조금이라도 던져주면 큰 도움이 됐겠는데... 체감상 공익근무 끝나고 오히려 살이 더 붙은 거 같은데, 무릎이나 다른 부위가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기타 팀에서 그 동안 모아놓은 하위라운드 떡대 픽으로 김인범과 신효승 등이 있었는데 작년보다 성적이 퇴보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중하위픽으로 실적보다는 하드웨어를 보고 지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먹힐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죠. 트레이드나 2차 드래프트 등으로 1군 즉전감을 끌어모아야 지속할 수 있는 행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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