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가 연봉 1억, 옵션 5천에 입단했다고. 영입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겠다.



1. 외야 뎁스 및 보험용 자원 확보


이용규 .286 .381 .337 wRC+ 103

박준태 .245 .389 .331 wRC+ 102


이용규나 박준태나 올해 성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비와 주루를 따져도 차이가 크진 않고 가성비만 고려하면 당연히 박준태의 승리다. 그렇다면 이용규 영입은 할 필요가 없었을까?


시즌 말의 박준태는 1번으로 기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증명했다. 상대 에이스가 그냥 박준태가 못 치는 존 한가운데 강속구를 박아버리면 알아서 2땅이나 삼진으로 죽어주기 때문이다. 타석에서 박준태의 존재가치는 하위타선에서의 뜬금없는 출루로 상위타선으로 연결되는 불씨를 붙여주는 정도에 있지,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홍창기나 조용호가 1번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선구안 외에 다른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다. 홍창기는 리그 평균 이상의 컨택과 장타력이 있고, 조용호는 장타력에서는 홍창기만 못하지만 리그 최상급의 컨택을 바탕으로 타석에서 가장 많은 공을 보는 1번이다. 다른 팀을 둘러봐도 비슷하다. 1번 타자의 덕목은 출루라지만, 컨택도 안 되고 도루 옵션도 없는 1번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그런데 박준태는 딱 그렇다.


이용규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자원이다. 30대 중후반의 야구선수가 1년을 통째로 쉬는 건 굉장히 치명적이다. 나이가 한참 더 많아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으나, 이택근도 1년을 쉬고 나니 올 시즌 복귀해도 직구에 컨택 자체가 안 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에는 2루타를 조금 뽑으며 선전했지만, 투수들이 약점을 간파하자 삼진만 줄줄 당하다가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용규는 직구 타율은 떨어졌으나 (.335 -> .263) 컨택 자체는 90%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올해 정도 되는 성적은 내줄 것이며, 혹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9번 박준태 - 1번 이용규 - 2번 서건창으로 타순을 짠다면 상대 투수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이용규의 수비력을 문제삼는 얘기도 있으나, 포구와 타구판단이 된다면 어깨가 좋지 않다는 약점은 감수할 수 있다. 박준태와 이정후가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자의 타구분포와 주자의 유무에 따라 세 명의 포지션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경기에 임하면 이용규의 어깨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이제 김혜성이 좌익수를 볼 일이 없다. 만세!


이용규는 보험용 자원으로도 가치가 높다. 허정협이나 박준태나 이 정도로 많은 타석에 들어선 건 커리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 시즌 전에 통산 390대, 340대 타석 들어선 타자들이 내년에 이만큼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재작년 336타석에 나왔던 김규민이 이후 2년 동안 어떻게 퇴보했는지 보지 않았는가. 물론 허정협은 장타력, 박준태는 선구안이라는 좋은 툴을 가지고 있고 이는 김규민의 컨택보다는 널뛰기하진 않겠지만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2. 경기 외적인 부분


이용규는 1985년생으로, 내년에 이택근이 은퇴한다면 오주원과 함께 팀내 최고참이 된다. 키움 야수들은 대체로 어리고 기운이 넘치고 파이팅이 있는 편. 이게 잘될 때는 패기로 상대를 휩쓸어버리지만 경기가 안 풀리면 그대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보이면서 무너지는 편인데, 포스트시즌 이렇게 말린 적이 많았다. 팀 고참인 박병호가 이런 분위기를 잡아준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박병호는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타입이지 그걸 쥐고 흔들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게 됐다면 LG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겠지...)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이지영도 팀에서 신뢰를 얻고는 있으나 분위기를 확 뒤바꾸는 리더는 아닌 듯 하고.


반대로 이용규는 구단에 항명도 하고 인터뷰로 심판에게 대놓고 항의하고... 좀 시끌벅적하고 사서 분란을 만드는 스타일. 송신영 은퇴하고 이택근이 자기 자리 보전하기도 바빴던 2016시즌 이후로는 이런 스타일이 히어로즈에 거의 안 보였다. 팀에 다른 느낌의 리더십을 가졌으면서, 상대팀을 긁고 신경쓰게 하는 선수가 하나쯤 있는 편이 좋다. 이런 역할 기대하면서 영입했던 게 김태완인데 이용규는 입단 시점의 능력이나 야구인생 전체 커리어로 봐도 김태완에 훨씬 앞서니 더 도움이 될 듯.


김하성 팔았다고 이 팀이 탱킹할 일은 없고, 박병호-유한준-손승락 내보낸 첫 시즌이었던 2016년처럼 흘러갈 거 같다. 그렇다면 최소치의 스탑갭은 있어야 하는데 이용규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계속 써도 되고, 내년 시즌 끝나고 2차 드래프트로 내보내도 되고, 외야 자원 트레이드해도 되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임병욱 복귀와 이정후 해외진출이라는 변수가 튀어나올 2023년까지는 최소한의 상수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용병 문제. 서건창이 2루를 아무리 못 한다지만 2루수 공백에 FA 시즌 맞는 선수를 안 집어넣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그러면 이제 3루와 DH가 비는데, 지금까지는 wRC+ 120 이상 쳐줄 수 있는 외야수(특히 센터)가 용병 타자의 최우선 조건이었지만 이용규 영입으로 선택지가 생겼다.


-1. 외야수 용병을 데려와 외야를 더 강화한다

-2. 외야는 리그 평균치의 생산성에서 만족하고 크보를 부술 수 있는 1루수 용병을 데려온다


김웅빈과 플래툰이 가능하도록 오른손 타자면 더 좋을 것이고, 코너외야/1루가 되는 자원이라면 금상첨화. 따지고 보니 브랜든 반즈인가? (..) 로또는 과거 LG 히메네스처럼 3루가 되는 빅뱃을 잡는 것일 거고 (꿈도 꾸지 말자) 최악은 센터내야 강화한답시고 또 까불면서 크리스 오윙스 스타일의 센터라인 유틸을 영입하는 것이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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