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1125
NC vs 두산 (고척)
1차전 5:3 루친스키 / 알칸타라
2차전 4:5 구창모 / 플렉센
3차전 6:7 라이트 / 최원준
4차전 ?:? 송명기 / 김민규
감상
(1) NC가 1차전에 알테어의 스리런으로 4점째를 만들며 기세를 잡았고, 루친스키를 빠르게 김진성으로 교체한 이동욱의 판단도 좋았다. 실전감각과 구장 적응에서 불리했는데도 전혀 위축되는 모습이 없었고 무난하게 1차전을 가져가며 역시 코시는 탑독이라는 것을 증명하나 했는데...
(2) 2차전에 병살 5개를 만드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끝내 경기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5안타 5사사구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었던 플렉센이 호수비에 힘입어 6이닝 1실점을 기록했으며, 경기 막판 4점차 리드를 4안타 1볼넷으로 날려버릴 뻔한 이영하를 대신해 초짜 김민규가 아웃카운트 두 개를 깔끔하게 잡으며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었다.
(3) 외국인 원투와 이영하가 모두 흔들리는 두산이 딱히 3차전에 유리할 게 없었고, 라이트가 5이닝만 먹어준다면 3차전은 NC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나성범의 선제 솔로까지는 분위기가 그랬다. 그러나 라이트가 1회부터 시종일관 좌타자 몸쪽 직구를 고집하다가 페르난데스에게 일격을 허용했고, 결국 두산 타자들이 라이트의 패턴을 파악하고 2-3회 연이어 두들기면서 기껏 잡은 리드를 내주고야 말았다. 3회 라이트를 바로 내리지 않은 것은 벤치의 명백한 실책.
(4) NC는 여러 번 기회를 만들었다. 3회 양의지의 타석에서 박민우가 포일을 틈타 멋진 슬라이딩으로 홈에 들어왔고, 4회 2사에서 안타가 없었던 이명기가 타점을 만들었으며 이어서 나성범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졌다. 5회말 김영규의 1루 견제 실책과 2사 이후 노진혁의 땅볼 실책이 없었다면 그 기회를 틈타 분위기를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기는 동점이 되었고, 홍건희의 뒤를 이어 김강률(2.2)과 박치국(1.1)이 무려 4이닝을 소화하며 NC 타선을 막아냈다. 7회말 역전 점수를 뽑아낸 두산은 8회초 이재율의 도루실패와 알테어의 삼진으로 일찌감치 2사를 만들었고, 권희동과 박민우의 연속 출루에도 불구하고 이승진이 이명기를 잡아내며 오히려 흐름은 두산 쪽으로 갔다.
(5) 8회말 정수빈에 대한 판정은 조금 복잡했다. 2구에 정수빈이 번트 자세를 취했는데, 공이 배트에 스치는 일 없이 발등에 맞았으나 정수빈은 확실하게 배트를 빼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스윙으로 인정되어야했다. 그런데 구심은 파울을 선언했고, 두산 벤치가 이에 비디오판독을 걸면서 정수빈이 배트 컨택없이 공에 맞은 사실만 확실해졌다.
스윙/노스윙 여부는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스윙' 과 '체크스윙' 이 야구규칙에 정의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판독할 수도 없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비디오판독으로 정수빈이 출루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3루심에게 정수빈의 스윙 여부에 대해 확인해보았으면 좋았겠지만 공의 궤도가 살짝 꺾여서 그런지 구심이 너무 당연하게 파울 선언을 했다가 오심을 만드는 오류를 범하고야 말았다. 비디오판독으로 내려진 판정에 대해서 심판이 다시 재정할 수는 없는 걸까? 물론 이랬다가 비디오판독으로 잘 바꾼 판정을 심판이 방해할 여지도 있겠지만,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듯 하다. (사실 3루심이 스윙 여부에 대해 놓쳤다면 그걸 비디오판독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만)
(6) 9회 경기는 나성범 타석 조수행의 호수비에 힘입어 이승진의 세이브로 마무리. 모창민이 2사 이후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노진혁이 결국 바깥쪽 높은 공에 헛스윙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7) NC는 잡을 수도 있었던 경기를 아쉽게 놓쳤다. 특히 내야 좌측 박석민과 노진혁에 대해서 고민이 많을 듯. 박석민은 3경기 내내 역적질 중이며, 노진혁도 오늘 공수에서 취약한 면을 보였다. 그렇다고 지석훈을 쓰자니 공격이 아쉬우며, 김찬형을 쓰자니 수비가 불안하여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 김영규의 2.2이닝 호투, 이명기의 부활과 나성범의 맹타를 비롯한 상위타선의 훌륭한 공격 전개, 강진성의 맹활약 등 기대해볼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초적인 수비부터 두산에 밀리는 분위기. 내일 송명기가 잘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그리고 송명기가 일 하나 낼 거라고 예감이 들어서, 밀어본다.) 궁금한 것 또 한 가지. 4차전에도 박석민이 선발로 나올지?
(8) 반면 두산은 언더독으로 시작한 시리즈를 2승 1패로 리드하고 있다. 수비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김재호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며, 정수빈의 번트는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감독의 투수교체도 깔끔한 편. 2차전 마무리 상황에 김민규를 낸 과감함이 돋보였고, 오늘 홍건희의 뒤를 막을 투수로 김강률을 선택한 것도 다 맞아떨어졌다. 이영하를 무리하게 마무리로 끌고 가지 않고 이승진으로 대체한 것도 좋은 선택. 4차전 선발 김민규가 먹힌다면 두산이 우승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만약 김민규가 조기강판된다면, 유희관과 함덕주에게 사실상 기대를 접은 듯한 김태형이 다음 투수로 누구를 낼지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오늘 함덕주와 김강률이 몸을 푸는 걸 보면서 사실상 1경기를 버리고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일 김민규가 무너진다면 남은 이닝에 무리하지 않고 5-6차전 플렉센과 알칸타라에게 운명을 맡길지도. 오재일은 사실상 시리즈 반등이 어렵다고 본다. 김재환과 박건우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해보인다.
'야구와 놀기 > 2020 KBO'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키움 히어로즈 야수진 리뷰 (0) | 2020.12.27 |
---|---|
2020년 12월 한국프로야구 보류선수/육성선수 명단 (0) | 2020.12.03 |
이용규 영입의 효과 (0) | 2020.11.10 |
2020년 준플레이오프 리뷰 (0) | 2020.11.07 |
[영웅본색] 1030 이 개같은 시즌의 엔딩 (0) | 2020.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