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둘의 원정숙소 무단이탈 사실이 밝혀진 게 7월 16일, 대표팀에서 한현희가 사퇴한 게 17일, 안우진과 함께 KBO 징계를 받은 게 23일이다. 8월 5일에서야 구단에서는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1000만원, 안우진에게는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한화의 윤대경과 주현상은 7월 26일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700만원 징계를 구단에서 받았다. 그렇다면 한현희와 안우진의 징계도 사실상 이 수준을 최소로 놓고 결정해야 했을 텐데, 선배 선수의 권유를 받아 따라나섰고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하더라도 안우진에게 출장정지 조치조차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혹시 악질적인(?) 선배가 선량한(??) 후배에게 잘못된 일에 동참하라고 권유하는 일이 또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때 후배가 선배의 권유를 거절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구단의 엄중한 징계가 두렵다'라는 근거를 댈 수 있다면 이러한 일이 벌어질 확률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의 이번 조치는 그러한 선배들에게 "야 안 걸리면 되고, 걸리면 내가 책임질테니까 너는 벌금만 내면 그만이야 ㅎㅎ"라고 말하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징계수위가 낮은 것도 물론이거니와 시점도 너무 늦었다. 홍원기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평가전 때는 '오늘은 평가전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 하다가 8월 2일에 겨우 처음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점을 사과했다. 올림픽대표팀이 8월 2일 이스라엘전, 8월 5일 미국전 경기를 치르는 틈을 타 묻어가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전 조상우와 박동원이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을 때 장정석 감독은 당일에 바로 "현장책임자로서 선수관리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 팬 여러분에 죄송하고, 폐를 끼친 점에 대해서도 KBO리그에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구단에서는 한현희 51경기 출장정지, 안우진 36경기 출장정지로 어떻게든 후반기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여 마지막 순위 싸움을 해보겠다는 얄팍한 심산인데, KBO리그를 향한 팬들의 눈초리가 어느 때보다도 매서운 지금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팬이 야구장에 오지 않으면 리그가 끝장인데 한현희-안우진 몇 경기 더 쓰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예전에 강승호 음주운전 당시 '구단이 이렇게 관리감독을 열심히 해도 선수가 사고친다면 구단에서 뭐 어떡할 것이냐'라는 입장을 취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사태에 구단들이 대처하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처벌 하나 내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선수들의 일탈은 개인의 문제지 팀의 문제가 아니라는 스탠스가 용납되겠나. 선수들 개인의 책임감을 강조하기 전에, 구단 먼저 책임감을 갖자.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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