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0930~1001

키움 vs KIA (광주)

2:0 승 / 0:6 패

1차전 안우진 / 윤중현

2차전 최원태 / 다카하시

 

1002~1003

LG vs 키움 (고척)

10:3 패 / 3:3 무

1차전 켈리 / 정찬헌

2차전 손주영 / 김선기

 

 

(1) 총평

주간 1승 2무 2패로 야구팀보다는 축구팀에 가까운 답답한 경기력. 하지만 NC나 SSG나 여전히 치고 올라오지 못하면서 공동 6위 두 팀과 1.5경기차를 유지 중이다. 8위 롯데가 3경기차까지 따라붙긴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롯데와의 맞대결이 끝나 따라잡힐 걱정은 조금이나마 덜었다. 키움이 잔여경기 9승 10패만 해도 롯데는 13승 7패를 해야 진출이다. 게다가 롯데는 LG와 6경기, SSG와 4경기, 두산과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남은 시즌 대충 대충 할 이유가 없는 팀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승수를 따내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요일 경기 김선기를 선발로 내보내면서 자동적으로 5일 삼성전부터 요키시가 선발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 주 12~17일 6일 동안 7연전을 벌이게 되는데, 여기서 요키시를 두 번 내보내려면 당연히 12, 17일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 따라서 무리하게 요키시를 4일 휴식 후 등판시킬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이렇게 된다면 다음 주 로테이션은 요키시-안우진-최원태-정찬헌이 나오고,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김선기와 징계에서 복귀한 한현희 혹은 롱릴리프로 대기하는 김동혁이 선발로 나온 다음 마지막 경기에 요키시가 등판하면 된다. 비로 인해 밀리는 경기가 없다면, 19~21일 LG전에는 안우진-최원태-정찬헌이 등판하고 다시 남은 5경기에서 현재의 선발 로테이션대로 쭉 돌린 이후 시즌을 마감할 수 있다. 선발 로테이션으로는 딱히 총력전이니 뭐니 하는 장난을 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역시 불펜. 김재웅은 그렇다 쳐도 김성진으로 접전을 틀어막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으며, 조상우가 오늘 복귀하더라도 상황이 별반 나아질 거 같지는 않다. 올해 조상우의 평균구속은 148.1km/h인데, 이는 작년보다도 0.4km/h 낮아진 수치이며 후반기 들어서는 평균구속이 144~145 수준에 그치는 경기도 여러 번 나왔다. 이 정도면 잔여경기 성적이 아니라 조상우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2) 9월 30일

안우진이 복귀 이후 2경기 연속 좋은 피칭을 보였다. 타선이 윤중현에게 막혀 꼴랑 한 점을 내는 데 그쳤지만 그냥 무난하게 풀린 경기.

 

 

(3) 10월 1일

상대 선발인 다카하시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좌타자에게 약점이 있고, KBO에 와서도 체인지업 구사가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 또한 다카하시의 직구는 상하 무브먼트 26.4cm, 좌우 무브먼트 -8.6cm으로 한화의 킹험과 비슷한데, 올해 킹험은 좌타자에게 더 약했다. (우타 상대 .196 .547 좌타 상대 .242 .679) 그래서 좌타자가 많은 키움 타선이 공략에 성공할 줄 알았는데... 그냥 꽉꽉 틀어막혔다.

 

일단 하이패스트볼 구사가 굉장히 좋아 스트라이크존 상단 경계선으로 정확하게 꽂혔고, 평균 12초 정도 걸리는 투구 템포도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빠르면 포수에게서 공 받고 7~8초 만에도 와인드업을 했고, 아무리 늦어도 15~16초였다) 키움 선발이었던 최원태가 보통 15초 이상 걸려서 던졌으니까 얼마나 빠르게 던지는지 딱 비교가 된다.

 

슬라이더 구사도 좋았는데, 좌타자들이나 우타자들이나 바깥쪽 하단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혔다. 이런 공은 좀 쳐줬어야 하는데 타자들이 아무래도 하이패스트볼의 잔상이 눈에 남았는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TV 화면으로 보면 슬라이더도 빠르고 덜 꺾이는 구종과 약간 느리고 크게 꺾이는 구종으로 나뉘는 듯 했는데, 이 부분은 더 봐야 알 거 같다.

 

6회 김웅빈이 변화구 세 개에 삼진 먹는 패턴은 좀 답답했다. 찬스에 자기한테 좋은 하이패스트볼 줄 거라고 착각한 건 아닌가 혹시? 빠른 공에 강점 있고 1회에 타이밍 맞춰서 한가운데로 타구 날린 선수한테 그렇게 수싸움을 하는 포수는 드물 것이다. 초구 슬라이더는 무조건 쳤어야 하는 공이었다. 변화구 두 개로 카운트 잡히니까 바로 본인 약점인 몸쪽 떨공에 헛스윙 나왔는데, 올해 김웅빈의 소극적인 타격 전략은 참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수비에서는 평범한 바운드도 못 맞춰서 에러하는 김주형과 전진타구 잡아서 러닝스로하는 김혜성의 클래스 차이가 명실상부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지난 2년 동안 김하성의 유격수 이닝을 조절해준 것을 거론하며 올해의 김혜성 기용도 그 일환이 아닌가 하는 다른 분의 의견을 보았는데, 그럴 듯한 의견이지만 김하성 대안으로 김혜성은 꽤 괜찮은 대체재였던 반면 김혜성 대안으로 나오는 다른 유격수들은 모조리 답이 없다. 현실이 바뀌면 당연히 그에 맞춰서 전략도 바꿔야 하는 법인데 전반기는 물론 후반기 직후까지 김혜성을 내내 선발 유격수로 풀로 내보내다가 이제 와서 2루수로 돌리는 전략이 이전 2년과 동일하다고 여긴다면, 프런트나 코칭스태프나 문제가 있는 것이다.

 

 

(4) 10월 2일

열흘 쉬고 나온 정찬헌이지만 여전히 부진했다. 매번 말하지만 정찬헌의 부진을 꼭 휴식 부족으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5일 등판이 계속되어서 부진했다'는 서술은 사실에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없는 추론이다. 그것보다는 허리가 아파서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지, 투심 무브먼트가 떨어지는 건지, 투구습관이 노출된 건지 등을 놓고 고민해보는 게 맞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데이터나 내부사정이 많지 않으므로 쉽지는 않다.

 

정찬헌이 전반기까지 LG에 몸담고 있었고 애초에 투심 위주의 투구를 하겠다는 변화도 LG 코칭스태프들과 계획했던 것이라, LG 타자들은 정찬헌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유인구에는 전혀 방망이가 안 나오고 몸쪽 투심과 바깥쪽 보더라인의 커브-포크를 모조리 쳐내는 걸 보니까 구종마다 투구폼이 달라서 티가 나는 건가 싶기도 하다.

 

 

(5) 10월 3일

감독이 3일 연속으로 이지영을 선발 포수로 냈다가 중간에 박동원을 대타로 내는 기괴한 이닝포수제 2.0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체 왜 도루저지율 2할도 안 되는 이지영이 박동원과 주전경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블로킹이 박동원보다 좋은 것도 아니다. (Pass/9 박동원 .424 이지영 .517)

 

LG가 손주영을 빠르게 내리고 김윤식-최성훈으로 끊어간 것이 적중했는데, 우리는 도리어 김선기의 구원투수 이승호가 볼넷 두 개를 허용하며 동점을 만들었으니 2번 투수들의 기량이 굉장히 대비된다. 그나마 키움을 살린 것은 김재웅. 무승부를 만든 건 물론 송성문의 동점 홈런이지만 김재웅의 2이닝 투구도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김재웅의 작년 평균 구속이 137.8이고 올해는 딱 140인데, 후반기 들어서는 경기당 평균 142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올해 체인지업 구사 위치는 작년처럼 정교하게 우타자 낮은 쪽으로 들어가는 편이 아니라 높게 제구될 때도 잦은데, 그런데도 오히려 직구 피안타율이 낮아지면서 (작년 .299 -> 올해 .253)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리그에서 상위급 회전수를 가진 공이 빨라지기까지 하니 그런 듯 하다. 덤으로 버리는 구종에 가까웠던 슬라이더도, 피안타율은 작년과 비슷하지만 타자들의 스윙을 더 많이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마지막 예진원 대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방안이었다. 김주형이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어도 고우석이 커터랑 커브를 적당히 섞어서 던졌으면 변상권이나 박동원처럼 헛스윙삼진으로 죽었을 게 뻔하다. 어쨌든 예진원이 현 상태에서 김주형보다는 타격에서 더 완성도가 높은 선수기도 하고.

 

그러나 타석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임해서 루킹삼진으로 죽은 점은 아쉬웠다. 무승부 만든 시점에서 이미 다들 만족했을 거고, 9회 투아웃이니 헛스윙 세 번 하고 죽는다고 해도 예진원 욕할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자기 존을 확실히 만들고 타격하는 선수를 아무 존에나 막스윙하는 선수보다 높게 평가하지만, 그런 선수라도 승부에 별 영향 안 가는 상황에서는 자기 존에 스윙이 나와야 한다. 올해 볼넷 급등과 같은 이상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스트라이크존이 넓게 조정될 수도 있고 투수들이 존에 적응해 좀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도 있는데, 마냥 존버해서 볼넷을 얻겠다는 접근이 긍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모두가 홍창기-조용호-박준태처럼 타격할 수는 없고, 또 일부러 그렇게 하려 해서도 안된다.

 

가령 송우현을 보라. 리그 평균보다 초구를 더 많이 치는 타자였지만 (33.3% / 리그 평균 26.5%) 결코 타격생산성이 낮지는 않았다. 자신의 타격 존을 갖춘 타자가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초구라도 적극적으로 타격했을 때 성적은 따라온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1군 콜업 초반에는 존버로 일관하던 김휘집이 점차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던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김휘집은 아직까지 1군에서 쓸 만한 수준이 안 되어 성적이 따라오지 못했다. 2군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성공의 열매를 맛본 선수에게 1군 엔트리가 주어져야 한다. 지금 히어로즈는 그러한 기초적인 엔트리 운용조차 안 되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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