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1012~1014

NC vs 키움 (고척)

2:13 승 / 2:8 승 / 8:4 패

1차전 루친스키 / 요키시

2차전 파슨스 / 안우진

3차전 신민혁 / 최원태

 

 

(1) 총평

어제 9회에 김태훈을 냈으면 2승 1무 혹은 3승으로 끝낼 수 있는 시리즈였을지 누가 알겠냐마는, 어쨌든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2승 1패로 위닝시리즈를 따내며 우선은 한숨돌렸다. 대부분의 팀이 5할 내외에서 왔다갔다하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시점이다. 버릴 경기는 없고 이겨야 할 경기는 많다. 이제 13경기 남았는데, 한화-KIA-두산과 1경기, KT와 2경기, LG와 3경기, 삼성과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주말 삼성전을 잘 마무리해야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오늘 선발은 정찬헌, 내일 더블헤더 선발로 김선기-한현희, 모레 선발로 요키시가 예상된다. 요키시 외에는 딱히 믿음이 가는 투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현희는 최고 구속 142라는데 올려도 되는 상태인지가 의심스럽다. 김선기가 중간에서 최대한 이닝을 먹어주면 그래도 2승 2패로 끝낼 수는 있을 거 같다.

 

 

(2) 선발투수

요키시는 최근 3경기에서 6-7-7이닝으로 모두 QS, 안우진도 복귀 후 4경기에서 삼성전 빼고는 다 잘 던졌다. 이 둘은 확실히 계산이 서는 선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원태는 5이닝 1실점 하긴 했으나 투심 제구가 흔들리면서 몸에 맞는 공을 세 개나 내주었다. 그래도 1-3-4회 피칭은 괜찮았는데, 특히 커브로 구속에 변화를 준다거나 낮은 존 아래에 유인구를 던진다거나 하는 패턴이 잘 먹혀 5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상대 선발에서는 신민혁이 돋보였다. 1회 이용규의 선두타자 홈런을 비롯해 키움 타자들이 빠른 카운트에 직구를 치자 바로 체인지업 위주의 볼배합으로 바꾸었고, 경기에서 절반 이상의 공을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좌타자 바깥쪽 존으로 들락날락하는 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타자들이 별 대처를 하지 못하고 7회까지 두 점을 뽑는 데 그쳤다.

 

 

(3) 조상우

14일(목요일) 경기에서 조상우를 6회에 올린 것은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실패했다. 조상우 팔꿈치 관련 타임라인(링크)을 보자.

 

조상우가 팔꿈치 이상을 호소한 것은 이미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9월 24일 말소된 이후 10월 5일 콜업됐으나, 감독 스스로도 조상우 본인이 볼 스피드나 제구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링크) 이후 한번 여유있는 상황에 쓰겠다고 하고 10월 7일 KT전에서 5점 뒤진 6회에 올라온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어제 등판했다. 그러나 공이 대부분 142~145에 형성됐고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는 등 제구도 영 시원찮았다.

 

조상우는 지금 실전 투구를 하면 안 되는 상태다. 남은 시즌 조상우는 그냥 포기하는 게 맞다. 그러나 홍원기는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조상우를 꾸역꾸역 승부처에 집어넣었다. 이제 내년부터는 어차피 못 볼 투수니까 상관없다 이건가?

 

 

(4) 김웅빈

올해 몸쪽 공을 흘려보내는 빈도가 늘었다. 14일 경기 2회 신민혁을 상대할 때처럼 바깥쪽 공에 대해 선구안을 발휘하는 것은 좋으나 그 대가로 몸쪽 공에 굉장히 약해진 모습인데, 이를 극복해야 포텐을 터뜨릴 수가 있다. 김웅빈이 변화구에 헛스윙하는 패턴을 보면 변화구인 걸 모르는 거 같지는 않은데 참 컨택이 안 되는 편이다.

 

7회 가운데 낮은 존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받아쳐서 3루타를 만든 것은 좋았다. 알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5) 박병호

토탭을 하는 타격폼으로 경기하면서 무척 방망이가 좋아졌다. 140 후반 직구에 헛스윙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 그 결과 9월 83타석에서 .253 .832, 10월 35타석에서 .273 .739를 치고 있다. 후반기 직후까지는 올해가 커리어의 마지막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모습인 걸 감안하면 지금은 정말 달라졌다.

 

이순철이나 일부 팬들이 홈런, 레그킥 타령을 엄청 하던데 홈런 집착하다가 박병호가 그렇게 여름에 죽쒔다는 사실을 다들 까먹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감있게 스윙해라'는 말은 쉽지만 당장 상대 직구 타이밍에 방망이가 전혀 안 맞는 타자가 대체 자신감을 어떻게 가지겠나. 이상적인 박병호의 모습을 그리고 이를 지금의 박병호에게 끼워맞추려하는 일은 사양이다. 지금의 박병호는 2012~2015년의 박병호가 아니다. 본인도 그 점을 인정하고 달라지고 있는데 왜 자꾸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것인가.

 

 

(6) 김혜성

32개째의 실책을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실책 기록을 경신하였다. 솔직히 골든글러브 못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개막 첫 주부터 체력이 남아돌 때도 실책했는데, 후반기 감독이 포지션 왔다갔다를 좀 시켰다고 해서 김혜성이 실책이 많은 것을 모두 감독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작년 전반기에 2-유-3, 후반기에 2-유-좌를 한 주에도 오가면서 출전했을 때는 나오지 않던 실책이 지금 두드러지게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지 본인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김혜성의 공격 RAA(타격+주루)는 경쟁자인 하주석, 박성한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타격은 비슷하지만 주루에서 거의 WAR 1승급의 차이가 난다. 문제는 수비인데, 실책이 수비수의 능력을 평가하기에 좋은 지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치명적으로 많다. 김혜성이 좋은 수비수인지 설명하려면 일반인 수준에서 보기 어려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세이버 스탯을 들이대야 하고, 꽤 숙련된 팬이 아니라면 보기 어려운 신체능력과 유격수로서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반면 실책 32개는 훨씬 직관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온다.

 

커뮤니티에서 대부분이 김혜성 유격수를 원하는 것은 지금 김혜성보다 더 좋은 내야수가 없기 때문이지 모두가 김혜성이 좋은 유격수가 될 거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더 좋은 유격수가 나오면 김혜성은 당연히 2루수로 가야 한다. 만약 본인이 유격수를 계속 하고 싶다면, 그리고 주변의 의문스러운 시선들을 떨쳐내고 싶다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공 못 잡았다고 자책하고 다음 날 또 실책하는 패턴을 반복한다면 결국 실력에 대한 평가마저 안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7) 예진원

올해 경기 보면 '변상권 쓰지 왜 예진원 쓰냐' 하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두 선수는 성적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예진원 퓨처스리그 통산 862타석 .288 .375 .406 / BB% 11.1 K% 16.5

변상권 퓨처스리그 통산 906타석 .296 .359 .414 / BB% 8.7 K% 13.8

 

일단 퓨처스리그 성적이 비슷하고, 팬그래프 하드힛 비율(예 15.3%, 변 14.4%) / 컨택률(예 75.3, 변 73) / 초구스윙빈도(예 24.8, 변 24.5) / 직구컨택비율(예 80.0, 변 79.1) 등등... 차이가 있다면 예진원이 변상권보다 뜬공이 많다는 점 정도다. (예 뜬공 34.5% 땅볼 56.4% / 변 뜬공 19% 땅볼 72.2% - 팬그래프 기준) 아마도 변상권의 히팅포인트가 예진원보다 앞에 가 있고 발사각은 더 낮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

 

수비에서도 두 선수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데 (끔찍함 수준에서 못함 수준 정도로 올라왔다고 본다) 예진원이 중견수 스타팅으로 15경기에 나온 걸 보면 현장에서는 예진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딱히 변상권을 예진원보다 더 많이 써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게다가 예진원은 군필 2라운더고, 변상권은 미필 육성선수 출신이다.) 지금까지 준 타석이 비슷한데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낸 것도 아니었고. (139타석 OPS .577이나 109타석 OPS .497이나...)

 

예진원은 송우현의 약간 어린 버전이라고 본다. 선구안이 아예 없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인내심을 들여서 키우면 세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다. 어제 경기 초구 타격 2루타는 그 세금의 가능성을 확인한 한 방이었다. 이러한 타격을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내년에 외야 한 자리는 무난하게 차지할 것이다.

 

반면 변상권은 그 동안 히어로즈에 많았던 고종욱-김규민 류의 호타준족들과 비슷한 유형이다. 정교한 눈야구보다는 본능으로 승부하는... 이런 선수들이 터지면 경기를 혼자 캐리하는 미친 활약을 하기도 하지만 매번 비슷한 패턴에 죽으면서 답답함을 유발하는 빈도도 잦다. 우선 상무에 도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받으면서 한 단계 레벨업을 노려보는 게 좋겠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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