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해민 계약
최재훈의 5년 54억 계약에 이어 2호 계약은 박해민의 LG행 소식이다. 4년 60억 규모라는데 (계약금 32억, 연봉 6억, 인센티브 4억) 삼성-NC-LG 세 팀의 제시 중 LG의 조건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문이 드는 영입인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차명석 단장의 전매특허인 '감독이 원했다' 타령이 나왔다. 저질러놓고 감독 핑계 대는 게 아닌가 매우 의심스러운 말이다. 서건창을 트레이드로 영입할 때도 비슷한 워딩이 나왔는데, 그렇다면 현대 야구를 역행하는 발상을 가진 감독을 앉혀놓고 한 시즌을 꾸려나가겠다는 건가? 아니면 LG의 고질병인 '잠실 의식'이 또 한번 발동한 것인가?
이번 영입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아보라면... 채은성을 1루로, 홍창기를 우익으로 보내는 연쇄이동이 이루어지면서 외야수비가 한층 강화되리라는 것 딱 하나다. LG가 올해 수비효율(DER) 1위(.701) 팀이긴 했지만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평균대비수비승리기여(WAAwithADJ)를 보면 외야진의 지표는 -1.556으로 리그 8위였다. 참고로 삼성 외야진이 0.160으로 2위다. 채은성은 리그 최악의 외야수비수 중 하나고, 홍창기는 그나마 LG에서 제일 나은 외야수비력을 지니고 있지만 리그 중견수들을 일렬로 늘어놓고 본다면 중간 위로 올라오기는 어렵다. 현역 최고의 중견수인 박해민이 잠실 센터를 맡고, 코너외야수로는 상급의 수비수일 홍창기가 우익수로 간다면 LG의 수비진은 더욱 촘촘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다다. 박해민은 올해 처음 리그 평균 수준의 생산력을 넘겼다. (.291 .759 wRC+ 111) 그의 통산 타격성적은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하며 (.287 .742 wRC+ 92) 타자에게 가장 유리한 구장인 라팍을 떠나 잠실로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 성적이 유지되리라는 장담도 할 수 없다. 물론 올해 박해민 성적으로도 기존 LG 2번(2021시즌 661타석 .232 .675)보다는 훨씬 낫긴 하겠지만... 주전들의 집단 부진으로 올해 고난을 겪으며 리그 8위(OPS .710)로 내려앉은 LG 타선에 가장 필요한 처방이 박해민이 맞나?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구석이 또 하나 있다면 4년짜리 계약이라는 점이다. 나는 똑딱이 타자들을 철저하게 불신하며 특히 이들을 FA로 사는 것은 정말 선호하지 않는데... 어쨌든 정수빈 6년 계약보다는 2년이나 짧지 않은가?
2. 박건우 계약
나성범과 이별하는 게 거의 확정인 듯한 NC는 대체재로 두산의 박건우를 6년 100억(계약금 40억, 연봉총액 54억, 인센티브 6억)에 질렀다. 박건우는 지난 4년간 꾸준히 125경기 이상 출전했으며, 그 기간 성적도 훌륭하다. (OPS .847-.863-.837-.841, wRC+ 118-144-126-139) 누적으로 봐도 통산 타율 1위(.325)에 수준급의 생산력(OPS .879 wRC+ 134)을 지닌 외야수다. 2017년에는 .366 1.006 wRC+ 164에 WAR* 7.01을 기록하며 MVP로 언급되어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것도 중견수로!)
프랜차이즈나 그 동안의 입지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6년 동안 100억 주고 박건우 쓰느냐, 130~150억 주고 나성범 쓰느냐를 고르라고 하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전자다. 다만 알테어 재계약이 어려워서 나성범이 있든 없든 박건우를 지르려고 결심하기는 했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그렇다면 박건우를 중견수로 쓰려고 한단 이야기일까? 올해도 361.1이닝을 중견수로 소화하긴 했지만 박건우의 풀타임 중견수 소화는 어렵다고 본다. 박건우에게 중견수를 맡긴다면 최대 2년이 적정하지 않을까 싶다. 그 이후로는 상무에서 전역할 김성욱이 센터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고.(자주 간과되는 사실이지만 김성욱 역시 KBO에서 수준급 외야수비수 중 한 명이다)
3. 키움 조재영 코치 KIA행
굉장히 아쉬운 유출이다. 배지헌 기자 트윗에서 한번 긁어와봤는데...
최근 5년간 키움 히어로즈 도루-주루 지표
RAA 도루 29.48 (1위)
도루 489개 (2위)
도루성공률 76.3% (1위)
RAA 주루 24.27 (1위)
주루사율 3.40% (최소)
조재영이 간혹 어이없는 풍차돌리기로 욕을 먹었을지언정 지난 5년간 분명히 팀 주루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철밥통 그놈 잘 나갔다!' '어차피 김혜성 같은 애들이 잘 뛰어서 그런 게 아니냐?' 라는 반응이 간혹 보이던데, 대부분의 코칭스태프 보직이 그렇겠지만 특히 3루 주루코치는 잘하면 선수 덕이고 조금이라도 못하면 욕먹기 쉬운 극한직업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코치는 자기가 맡은 파트에서 성적 잘 냈으면 잘 한 거다. 주루코치는 3루에서 팔 돌리는 거만 하는 직책이 아니라 상대 수비시프트나 투수의 투구습관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경기 전에 선수들과 상의하는 일도 하는 보직이다. 조재영 다음에 어느 초짜가 와서 뭔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나?
4. 박종훈/문승원 다년계약
SSG가 박종훈과는 5년 65억(연봉총액 56억, 인센티브 9억), 문승원과는 5년 55억(연봉총액 47억, 인센티브 8억)에 다년계약을 맺었다. FA가 아닌 보류선수의 다년계약으로는 굉장히 오랜만인데, 2011년 1월 SK 박경완 2년 14억(계약금 4억, 연봉 5억) 계약 이후 10년 만에 맺어진 다년계약이다.
비FA선수 최초의 다년계약이라는 뉴스가 간혹 보이던데, 송진우와 이숭용 등이 이미 보류기간 중 다년계약을 맺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서 최초라고는 할 수 없겠다. (저번 안치홍 보도 때 '다년계약이 가능해졌다'고 한 것은 자유계약선수의 다년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지, 보류선수의 다년계약은 이미 2003년부터 공정위의 시정 명령으로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예전에 이에 관해서 찾아봤는데, 2013~2014년 사이에 박경완 사태 때문인지 기존 규약에 존재하던 'FA선수만 다년계약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은근슬쩍 삭제되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다년계약을 해놓고서 1년짜리 계약서를 제출하는 꼼수 때문에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앤 게 아닌가 싶은데, KBO에서 이렇게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참으로 무능한 조직이다.
아무튼... SSG도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긴 했지만 FA 시장에 나갔다면 분명 저 이상의 금액을 받았을 박종훈-문승원을 2026시즌까지 묶어둔 것은 괜찮아보인다. 선수들도 원소속구단에 안정적으로 남으면서 섭섭하지 않게 대우를 받았으니 윈윈이다. 앞으로 이러한 다년계약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
SSG는 현재 110억원 이상을 샐러리캡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데, 김태우 기자가 전한 바로는 두 선수의 계약구조는 2022시즌에 연봉을 몰아서 받는 형태라고 한다. 이러면 리그 전체의 샐러리캡 상한선을 올리면서, 2022시즌 이후 추신수-이재원 계약이 끝나면 40억 이상의 금액이 빠지니 다시 이를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에 사용할 수 있는 묘수가 된다. 덤으로 한유섬에게도 다년계약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흘리면서 협상에서의 우위도 어느 정도 점하려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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