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0412~0414

NC vs 키움 (고척)

0:10 승 / 4:5 승 / 0:1 승

1차전 송명기 / 최원태

2차전 이재학 / 정찬헌

3차전 루친스키 / 안우진

 

 

타선이 터져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경기, 양측 선발이 모두 부진해 엉망으로 진행된 경기, 양측 선발이 모두 잘 던져 박빙승부 끝에 갈린 경기가 차례로 나왔다. 특히 2차전은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추악한 경기력이었지만 어떻게든 이겼다. 1회 무사 1,2루에서 1루수 인필드플라이 아웃을 당한 것으로 시작해 5회 1사 3루, 7회 2사 1루, 9회 2사 1,2루까지 해서 자기 앞에 주자가 깔리는 족족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것으로 맥을 끊는 5번 타자 송성문의 타격은 가관이었다. 11회 이용규의 의문의 폭주와 (아니 3루 코치가 세우는데 왜 달리냐고...) 10회 1루 주자 김주형의 뇌주루까지... (런앤히트 사인 나와서 그랬다고는 하는데, 그냥 어린 선수 기살려주려고 그렇게 말하라고 해준 거 아닌지 의심스럽다. 1점 내면 끝나는 1사 1,3루에 런앤히트를 왜 하나...?)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전에 이어 NC전까지 스윕...? 놀랍지만 현실이다. 올라가는 줄도 모르게 차근차근 발걸음을 재촉하여 어느덧 6연승, 어느덧 4위다.

 

 

(1) 윤정현

워낙 충격적이라서 언급 안할 수가 없는 이름이다. 그 동안 이 블로그와 트위터를 꾸준히 구독해온 분이라면 윤정현에 대한 나의 평가가 어땠는지 익히 아실 것이다. 내가 대충 기억하는 것만 해도 '세계 최초 백기형 투수' '히어로즈 역사상 얼마 없었던 4번 픽에 송명기 대신 뽑은 최악의 망픽' '믿음직하지 못함' '밑천이 다 드러남' 기타 등등...

 

하지만 망픽이고 뭐고 간에 이번 3연전을 윤정현이 아니었다면 스윕으로 쓸어오지 못했으리라는 건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선발이 조기강판된 3회 1점차 무사 만루에 탈삼진 두 개를 포함한 범타 셋으로 틀어막은 투수가 일등공신이 아니라면 누가 또 일등공신이겠는가?

 

특유의 덜커덩거리는 투구폼이 부드러워지고 슬라이더가 좌타자 바깥쪽 아래로 예리하게 떨어지면서 시즌 첫 경기부터 출발이 좋다. 과연 올해는 반전의 해가 될까.

 

 

(2) 정찬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윤정현을 2차전, 나아가 시리즈 스윕의 일등공신으로 만드는 데는 정찬헌의 부진한 투구 역시 한몫을 했다. 작년 정찬헌은 LG에게 2경기 7.1이닝 10실점, NC에게 2경기 7.2이닝 15실점으로 매우 약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시즌 시작부터 이 두 팀과의 맞대결에서 그대로 리타이어. 2경기 피안타율은 .361, 피OPS는 1.049에 달한다. 로테이션상 정찬헌의 다음 등판은 화요일 SSG 원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그 정상급의 타선을 가진 SSG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만약 정찬헌이 그 경기마저 불안하다면 현재로서는 선발 탈락 1순위다.

 

 

(3) 최원태, 안우진

리그에서 가장 시작이 좋은 국내선발들이다. (최원태 2경기 12.1이닝 ERA 0.73 / 안우진 3경기 20이닝 ERA 0.90) 최원태는 약점이었던 제구 문제가 확연히 개선된 모습이며, 지난 2년보다 커브의 구사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안우진은 평균 153km/h의 빠른 공을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고 있고,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위기를 탈출하는 센스도 한층 원숙해졌다. 이전에 MLBPARK에 올렸던 글에서 두 투수에게 각각 140~150이닝 소화를 기대한다고 썼는데, 지금의 페이스라면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4) 푸이그

NC 3연전에서 상대 중견수였던 박건우는 푸이그의 타구를 두 번이나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번은 공이 끝까지 살아가서 키를 훌쩍 넘는 2루타가 되었고, 한번은 단타로 막아낼 수 있었던 공을 잘못 건드려 푸이그를 3루까지 보냈다. 푸이그의 타구속도가 국내선수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시즌이 끝까지 가봐야 푸이그 영입의 성패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특별한 문제 없이 적응하고 있고 성적도 리그 수위권이라 다행이다. (49타석 .333 .469 .538)

 

 

(5) 박찬혁

시즌 전에는 박찬혁의 성장기가 이번 시즌의 유일한 위안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시범경기에서 보였던 박찬혁의 성숙한 타격 전략은 인상적이었다. 현재 박찬혁의 성적은 34타석 .290 .353 .452로 같은 고졸 신인인 이재현(삼성) 김도영(KIA) 조세진(롯데)에 비해 훨씬 앞서있다. 앞으로 시즌이 지나면서 부진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박찬혁이라면 금방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외야 주전 3인방이 탄탄해 지금은 1루수를 병행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너 외야수 자리에 정착하는 게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도움이 된다.

 

 

(6) 김주형-김혜성

작년에 독보적인 실책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했던 것과 달리 아직까지 김혜성은 실책이 없다. 단순히 기록되는 실책만 없는 게 아니라 깔끔하고 간결한 수비동작으로 내야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정면타구를 빠르게 잡아 송구하는 능력은 절정에 올라섰다. 유격수 파트너인 김주형 역시 시즌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자신의 범위 내에선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폼만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 주전 유격수는 순조롭게 김주형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공격 면에서도 8경기 연속 안타로 의문의 3할 타자로 등극하며 (43타석 .306 .419 .500) 히어로즈의 답이 없는 하위타선에서 박찬혁과 함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작년과 달리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스윙하는 빈도도 늘었고 (작년 51.6% → 올해 63.4%)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보더라인의 공을 강하게 밀어침으로써 안타를 만드는 것도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센스다.

 

다만 작년 70타석에서 13번이나 몸에 공을 맞았던 인간자석의 본능은 어디 가지 않아, 올해도 겨우 43타석에서 6번이나 공을 맞았다. 이번 NC 3연전에서는 화요일에 2차례, 수요일에 3차례 공을 맞았는데 앞으로 주전 유격수로 롱런하려면 몸에 맞는 공도 최소화, 맞더라도 부상도 최소화되어야 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김주형이 빠질 경우 대안으로 들어올 신준우나 강민국은 둘 다 공수 양면에서 별다른 장점을 아직까지 보여준 적이 없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7) 외야 엔트리

현재 키움의 외야 백업은 (실질적으로 주전 1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박찬혁을 제외한다면) 예진원과 이병규가 맡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어느 것 하나 특출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동안 히어로즈 역사에서 외야수 백업 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수많은 이름들을 생각해보자. 강병식, 오윤, 박헌도, 허정협... 적어도 타격이나 펀치력 하나는 괜찮았던 선수들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재작년 실질적으로 주전이었던 박준태도 높은 출루율과 중견수 수비가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예진원이나 이병규나 둘 다 위에 열거한 장점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어차피 이용규-이정후-푸이그 중 한 명이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물론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가정이지만) 외야 나머지 선수들이 출전할 일은 많지 않다. 따라서 예진원을 내려보내고 박준태를 1군에 올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작년부터 예진원의 타석을 보면 실망의 연속이지만 (특히 수요일 경기 12회에 3-2에서 루킹삼진을 당하는 것 역시 무척 실망스러웠다) 어쨌든 1999년생 상위 지명자 선수를 벌써 실패했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2군에서 기회를 주면서 타격감을 올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1군에는 좀더 나이가 많고 성장가능성이 크지 않은 즉시전력들을 백업으로 배치해야 한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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