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0429~0501

KT vs 키움 (고척)

6:4 패 / 1:4 승 / 3:9 승

1차전 엄상백 / 최원태

2차전 고영표 / 정찬헌

3차전 데스파이네 / 안우진

 

 

다시 한화전과 KT전을 위닝시리즈로 이끌며 상위권에서 잘 버티고 있다. 초반에 워낙 쌓아놓은 게 많은 SSG가 1위, 최근의 상승세가 놀라운 롯데가 2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5월의 첫 시리즈는 KIA(광주)와 SSG(고척)와 예정되어있다. KIA는 5연패 중이고, SSG도 최근 저득점 경기가 많아져 이전에 붙었던 때만큼 부담스러운 상대는 아니다.

 

 

(1) 엔트리 말소

4월 29일 김태훈이 충수염 수술로 말소되면서 김선기가 대신 올라왔다. 그 외에 김수환과 이주형이 자리를 맞바꿨고, 30일에는 정찬헌이 올라오며 최원태가 말소. 5월 2일에는 김휘집이 말소됐다.

 

일단 김태훈을 대체할 마무리투수는 문성현이 맡는다고. 제구력을 감안했을 때 안정적인 선택으로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승호-김재웅-하영민이 모두 1군 경험이 많은 투수가 아닌지라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겠다. 지금까지 ERA 2.83(3위 / 현재 리그 평균 3.43)으로 순항하고 있는 불펜진의 저력을 믿는 수밖에.

 

이주형은 올해 퓨처스리그 71타석에서 .364 .408 .561, 66타수 24안타(2루타 5, 3루타 1, 홈런 2)에 3볼넷/17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작년 괜찮았던 볼넷 비율이 떨어지고(작년 252타석에서 13.1%→올해 71타석에서 4.2%) 삼진 비율은 올랐으며(작년 16.3%→올해 23.9%) 장타의 비중이 늘어났다. 볼넷이 조금 줄어들고 삼진이 늘어나는 걸 감수하더라도 더 강하게 스윙해서 장타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듯 한데, 다른 고양 타자들에게도 비슷한 변화가 관측되는 걸 보면 퓨처스리그 타자들의 타격 접근법이 대체로 이런 식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타격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표본이 많지 않지만 1군에서도 대체로 인내심있는 모습을 보여준 거 보면 자기 존이 있는 타자다. 좀더 기회를 줘도 괜찮다.

 

최원태의 말소는 그간의 암울한 피칭을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최원태는 5경기에서 ERA 1.96, 피안타율 .193으로 결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파고들어가보자. 최원태는 23이닝에서 9볼넷/10삼진을 기록하고 있는데 현재 9이닝당 탈삼진(K/9) 3.91은 규정이닝 투수 가운데 노바(3.86) 외에 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바닥인 숫자다. 심지어 존에 공 때려넣어서 맞혀잡는 것이 컨셉인 팀 동료 애플러마저도 K/9가 5.40이다. 최원태의 K/9는 2017시즌 7.59로 시작한 이래 6.77→6.01→5.48→5.84로 열심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볼넷이 적냐? 아니다. 2017시즌 2.05였던 9이닝당 볼넷(BB/9)은 2.35→2.06→3.03→3.33을 거쳐 올해 3.52까지 뛰어올랐다. 시즌 초인 걸 고려해도 심각하다. 게다가 최원태가 현재 피안타율이 낮다지만 리그에서 수비효율(DER) 2위로 탄탄해진 팀 수비진을 등에 업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최원태의 통산 BABIP는 .319인데 올해 BABIP는 .216으로 의문스러울 정도로 튀고 있다. 올해 최원태의 피칭을 보면 타구의 질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닐 터이고, 이 BABIP가 회귀하는 순간 다시 4점대 중반 투수로 돌아갈 게 뻔하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경기였던 29일 2회의 엉망인 제구를 보라. 당시 최원태의 공은 일정한 탄착군 없이 사방을 날아다녔다. 경기가 잘 풀리고 있는데도 갑자기 제구불안이 오면서 무너지는 이닝이 생기는 게 최원태의 고정 패턴이다. 가장 좋았던 2019시즌 9월 이후 3년째 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본인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나마 유지하던 선발 로테이션 자리도 언젠가 내려올 일이 생길 거다.

 

김휘집의 빈 자리는 김태진이 채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친정팀과의 맞대결이기도 하고, 유격수 백업으로 신준우가 있으니 2/3루 백업이 하나 필요한 로스터 구성상 가장 유력한 후보다.

 

 

(2) 타선

박찬혁이 6경기째 2번으로 기용되고 있다. 작년의 유기적인 타순 구성을 생각해보면 김혜성 2번이 더 맞아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김혜성의 OPS .644는 그다지 좋지 않다. 반면 박찬혁은 시즌 OPS가 .773이고, 2번으로 간 뒤에도 삼진은 여전히 많으나 27타석에서 .227 .916을 기록하고 있다. 예상보다 상위타선으로 올라온 타이밍이 이르지만, 당분간은 이대로 가도 괜찮아보인다.

 

2차전에서 팀 타선은 고영표를 상대로 무려 10개의 안타를 뽑아냈는데, 투심이 몰릴 때마다 잘 쳐낸 사례도 있었고 이지영이나 이용규처럼 고영표의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억지로 걷어내서 안타를 만들어낸 사례도 있었다. 타선의 끈끈함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루키 박찬혁에게는 다소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대결한 3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KBO리그 최고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해본 경험은 훗날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정후는 직구 컨택 비율 98.5%, 직구 상대 타율 .442로 리그 투수진의 공을 초토화하고 있다. 작년 6.8%였던 타석당 삼진 비율은 2.7%까지 내려갔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에 삼진이 제일 낮았던 타자는 2.3%를 기록한 1988시즌 김일권이다. 그 다음을 1989시즌 노찬엽(3.3%)과 1982시즌 배대웅(3.8%)이 잇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609타석에 들어서서 17삼진이라는 엽기적인 수치가 나오는데, 정말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지켜보면서도 신기하다.

 

시즌 초반 괜찮았던 하드힛 비율은(fangraphs 기준으로) 작년과 비슷한 31~32%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정후가 시즌 첫 한 달 동안 4개의 홈런을 치긴 했지만 2020시즌 5월에도 107타석에서 4홈런, 7월에도 105타석 5홈런을 쳤던 걸 감안할 때 아직 장타력의 발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물론 올해와 같은 극투고타저 시즌에도 통산 성적과 비슷한 타율을 기록하면서 wRC+ 181.5라는 초월적인 스탯을 찍고 있다는 점은 놀랍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언제나처럼 놀라운 사구 페이스인 김주형과(시즌 95타석 12사구) 의외로 최근 몇 년간 가장 출중한 도루저지능력을 선보이고 있는(5도루/5저지) 이지영 정도가 기타 언급할 만한 이름인 듯 하다. 푸이그(107타석 .228 .706)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느낌이라 걱정인데, 지금은 그저 기다린다는 선택지 외에는 방법이 없다.

 

 

(3) 투수진

현재 271탈삼진 페이스인 안우진 먼저 언급해보자. 1일 경기에서 심판의 짠 하이존 판정으로 사실상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하이패스트볼 없이 던졌지만, 6안타 5볼넷이라는 난조 속에서도 삼진 9개를 잡으며 위기를 탈출해 5이닝 2실점으로 최소의 책임을 지는 데는 성공했다. 투수에게 구속과 탈삼진이 중요한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피칭이었다.

 

정찬헌도 첫 2경기의 부진을 딛고 이후 2경기에서 연속으로 QS를 따냈다. 기사를 보면 (링크) 이전 2경기에서 중심이동이 빨랐고 급했던 모습이 보였는데, 그걸 개선해서 잘 준비했다고. 포수 이지영과 패스트볼 비율을 높이자는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슬라이더와 커브의 제구가 잘 되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는 코멘트 역시 있다. 실제로 이 날 정찬헌이 던진 구종의 비율을 보면 투심은 41.3%로 이전 경기의 43.2%에 비해 특별히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대신 슬라이더의 비중이 무려 34.9%나 되는 게 눈에 띄는데, 경기 중에 제구가 잘 되는 걸 확인하고 더 많이 던진 듯 하다.

 

장재영이 29일 경기에서 2이닝을 무사사구 5K로 막은 장면도 눈에 들어온다. 무작정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작년에도 2군에 다녀온 이후 8월에 약간 좋아지나 했다가 이후 망했던 걸 떠올려보자. 하지만 빠른 공 제구가 되기 시작한다면 장재영은 분명히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감독이 제발 작년처럼 좀 될 만 하면 선발이나 박빙 상황에 내보내서 터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출처: 키움 히어로즈

(4) 오주원 은퇴식

결코 선두에 서서 빛나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2004시즌 현대의 마지막 우승과 함께 신인왕을 차지하며 데뷔한 이래, 변화가 많았던 선수단에서 18시즌을 버티며 든든한 정신적 지주의 역할은 충분히 완수했다. 오랜 시간 불펜의 상수로 계산이 서는 투수였고, 병마와 싸우며 복귀해 한 시즌을 마무리로 화려하게 보내기도 했다. 통산 790이닝에서 ERA 4.67, 개인타이틀 순위로 따지면 2011시즌과 2017시즌 홀드 3위가 제일 높았던 선수. 누군가에겐 어중간한 커리어일 수도 있지만 오주원이 등판한 584경기보다 더 많이 등판한 KBO리그의 투수는 27명에 불과하다. 적어도 오주원이 거쳐온 족적이 얕아보일 수는 있으나 짧지는 않다는 걸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오주원 개인도 내 기억의 한 구석을 차지할 만한 선수임에 분명하나,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을 듯한 광경이 많은 날이었다. 은퇴식 영상에서 등장한 수많은 이적선수들. 9회 박병호의 솔로홈런과 그것을 보고 환호하며 박병호를 연호하는 1루 측의 키움 팬들까지. 내가 한 편의 연극 무대 위에 올라서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그 장르는 희극인지 비극인지?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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