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0418~0420

vs 삼성 (고척)

6:4 패 / 9:5 패 / 1:6 승

1차전 백정현 / 장재영

2차전 이재희 / 안우진

3차전 뷰캐넌 / 요키시

 

 

1. 투수진

장재영의 두 번째 등판은 2.1이닝 4안타 5볼넷 6실점으로 마무리. 지난 경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 버텨줬으나,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밖에 없는 단조로운 볼배합과 이전 경기보다도 심각했던 제구로 공이 가운데 들어갈 때마다 장타를 뻥뻥 얻어맞았고, 결국 경기가 끝나고 1군에서 말소되는 신세가 되었다. 장재영의 공이 깃털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으나, 구속이 이전보다 낮은 점을 제외하면 (3년간 150.2km/h → 151.3km/h → 149.3km/h) 장재영이 얻어맞는 것을 딱히 구위가 나빠서라고 볼 근거는 없다. (안우진 직구 상하 무브먼트 32.1 / 좌우 -11.0, 장재영 33.8 / -10.1) 원인은 지극히 당연하다. 상대 선수들이 노림수를 쉽게 가져가서 가운데에 있는 직구 하나만 보고 칠 수 있게 해주는 장재영의 투구 패턴이다. 제구를 잡겠다고 구속을 줄이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제구가 다소 좋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만 가면 상대 타자들이 헛스윙을 한다는 점을 깨닫고, 구속을 높게 유지하면서 던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5선발이 구멍이 났으니 대체선발이 있어야 하는데... 이승호 (16일 1차전 3이닝 53구, 20일 1이닝 9구) 이명종 (16일 2차전 3이닝 53구, 20일 3이닝 41구), 주승우 (18일 5이닝 70구), 정찬헌 (19일 2이닝 20구) 중에 아직 준비가 된 선수는 없어보인다. 일요일에 이 선수들 중 누가 올라오든 3이닝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우진은 4번째 경기도 6이닝 2실점 10K를 했기 때문에 딱히 언급할 이유가 없다. 다만 수요일 경기에서 당연히 이겨야 하는 선발 맞대결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1경기를 날려버렸다는 게 아쉬운 부분. 수요일 8회를 날린 김태훈이 필승조를 맡기기에는 제구 불안이 심각해 안심이 되는 투수가 아닌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임창민이나 하영민, 문성현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결국 스터프가 좋은 투수를 키워내기 전까지는 공포에 떨면서 8회를 관람하는 것 외에 해결책이 없어보인다. 언급한 4명의 불펜투수가 모두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태생적으로 약점이 있기 때문에 좌완 불펜의 확충이 필요한데, 수요일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이영준도 예전보다는 구위 하락이 심각하고 또 이승호는 쉽게 불펜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요키시는 2경기 연속 QS로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연패를 잘 끊어줬다.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다소 처지더라도 K/BB가 압도적인 요키시가 로테이션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2. 타선

이정후가 시즌 66타석까지 .200 .679를 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19시즌이나 2021시즌에도 개막하고 한 달 가량 감을 찾지 못했던 전례가 있으나, 그때와 비교하더라도 타율이 심각한 것이 염려되는 포인트다. (데뷔 이후 컨택%도 가장 낮다. 84%대의 컨택이 '좋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평소의 이정후가 얼마나 괴물인지 체감할 수 있지만...) 물론 2019시즌의 부진은 약 70타석 중반대까지, 2021시즌의 부진은 110타석까지 지속되었으니 아직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타구 데이터상으로 2021년 4월의 이정후와 지금의 이정후는 크게 차이가 없고, 오히려 지금이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정말 어려운 이야기지만 타격폼도 원 상태로 돌려놨으니, 상대 투수들의 바깥쪽 유인구에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대응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적 역시 따라올 거라 믿는다.

 

'타율은 쓰레기'라는 현대야구의 명제에 충실한 야구를 하고 있는 김휘집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포인트는 개막 후 45타석에서 벌써 9개의 볼넷을 얻어냈다는 것과 (작년의 2배다) Z-Swing%은 늘고 (66.4% → 70.7%) O-Swing%는 감소했다는 것이다. (27.9% → 22.5%) 좋은 타자는 대체로 존 안의 공을 더 적극적으로 타격해서 스탯을 올리고, 존 바깥의 공은 참으면서 걸어나간다. 본인의 말로는 평생 안 고쳐지던 게 한번에 고쳐질 정도로 타석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하체 스탠스라고 한다)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타격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고. 김휘집은 어느 정도 펀치력이 있기 때문에 좌중간으로 공을 가볍게 보낸다는 마음으로 타격을 해도 충분히 2루타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존 안에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만 타격한다면 (지금 타격해서 결과를 낸 공들도 대부분 130km/h 후반대 직구 아니면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였다) 계속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

 

한편 이정후가 부진한 타선은 김혜성(.343 .844)이 밥상을 차리면 이형종(.267 .786)과 러셀(.340 .796)이 받아먹고 가끔 김휘집이 숟가락을 들이대는 식으로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고 있으나... 이런 구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외국인 타자인 러셀이 계륵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아쉽다.

 

화요일 1회 이재현 타구를 놓친 데서 볼 수 있듯이 러셀의 수비범위는 3년 전보다 더 좁아졌고, 아무리 생각해도 벌크업이 아니라 살크업이 의심되는 체구는 주루와 수비에서 슬라이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자기 수비범위 내로 공이 들어오면 공 빼는 속도는 탁월하다는 걸까...) 여러 번 얘기했지만 실책이 다소 많아도 커버할 수 있는 수비범위가 넓은 유격수가 좋은 선수인데, 현재의 러셀은 확연히 그 반대다. 타석에서도 지금의 쾌조를 이어가리라 자신할 수 없다. 득점권 타율 .667로 기세가 좋긴 하지만, 올 시즌 러셀의 타구 속도는 133.4km/h로 2020시즌과 비슷하며 (2itracking 기준) 직구 상대 타율은 .167로 2020시즌에 비해도 확연히 낮다. 변화구 대처가 괜찮아서 어설프게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나 커브는 대부분 안타로 연결한다는 건 장점이지만, 시즌 내내 지금 수준의 고타율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업그레이드된 김태진 이상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2020시즌에도 러셀은 3할 타율을 딱 한 달 (110+타석) 유지했고, 거품이 빠지자마자 유땅과 우익수 뜬공을 마구 양산하며 처참하게 망했다.

 

반면 이형종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형종을 처음 영입할 때는 타석에서 도움은 되겠지만 괜찮은 성적을 낼 거란 확신은 없었는데, 팀에 필요한 2루타를 많이 공급해주면서 존 안에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아 직구(.286)와 슬라이더(.444) (2itracking 기준) 상대로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극초반의 스몰 샘플이긴 하나 자신의 커리어와는 달리 우투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점(50타석 .310 .920) 등이 좋다. 타구 트래킹 데이터로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이형종 최근 4년 타구 데이터 (출처: 2itracking)

이형종이 풀타임 출장하면서 2021시즌(wRC+ 105)보다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성공적인 영입이다. 만34세의 나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우익수 수비, 계약 후반에 연봉을 몰아놓은 계약 구조... 걸리는 지점도 있으나, 일단 지금은 즐겨도 된다.

 

 

3. 기타

김혜성이 교체되어 나갔다는 소식을 보고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큰 부상은 아니라는 게 안심이나 팀 타격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만큼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다행히 목요일 경기는 교체되어 들어온 김태진과 전병우가 멋진 수비(직선타 캐치 후 주자 귀루 저지 / 1루 직선타 방어 및 어려운 송구 포구) 그리고 타석에서의 활약 (멀티히트 / 홈런)을 보여주면서 제 몫을 했으나, 오늘 경기부터는 어떨지 걱정이 앞선다. 임병욱과 박주홍이 좀더 분발해주길 바란다. 임병욱은 현재 직구 컨택 비율이 50%를 간신히 넘길 정도로(스탯티즈 기준 53.6%) 형편없는데, 이런 허접한 컨택 능력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홍원기 감독은 수요일 경기처럼 2번 김동헌 DH 같은 타선으로 실험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어째 3년차에 들어가서도 '운' 하나 외에는 나아진 점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매니징 능력이다. 화요일 경기야 김동헌과 송재선이 동시에 선발이라는 데서부터 연승을 이어갈 의지가 없어보였으나, 아무리 타격 재능이 있어보여도 신인 타자를 2번으로 내보내는 것은 감독이 할 일이 아니다. 김동헌의 표면상 성적은 좋으나 경기 후반에 쌓은 타격 스탯이 많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동헌이 선발 6경기에서 쌓은 타격 스탯은 15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KIA전 윤영철 상대 사구

수요일 김동헌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면서 상대 포수인 강민호가 '일부러 들이댔다'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보였다. 팀의 미래로 기대하고 있는 선수에게 가급적 지적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미 KIA전 윤영철 사구 때부터 심판이 굳이 1루심과 2루심을 불러서 물어볼 정도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구 장면을 옆에서 잡은 구도는 글을 쓰면서 지금 봤는데, 이게 삼성전보다 더 고의성이 짙어보인다) 어쩌다 한 번이면 실수일 수 있겠으나 두 번은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 타석 영상을 돌려봐도 몸의 다른 부분은 움직이지 않고 팔꿈치만 앞으로 쓱 나가서 맞았는데, 아무리 팬이라도 이걸 '고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마치 안우진이 좌완 투수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김동헌은 타격에 재능이 있어보이고, 또 몸을 닫아놓고 치는 스타일이라 필연적으로 프로 커리어에서 사구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의 출루 하나가 급하다고 굳이 커리어 내내 달고 다닐 힛바이피치를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고, 또 현재 나쁜 쪽으로 이미지가 찍히면 상대팀에서 진짜 맞히려는 의도로 보복구가 날아오거나 정작 나중에 진짜로 몸에 공을 맞아도 심판이 안 맞았다고 판정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KBO 심판들이 '공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잘 재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부상 예방 관점에서도 현명하지 못한 일인데, 팔꿈치나 등에 공 하나 잘못 맞는 순간 프로 선수는 바로 1~2개월짜리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김동헌이 부상당하면 본인에게도 손해고, 팀에도 손해다.

 

홍원기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플레이지만, 변화는 필요하다' '일부러 맞으러 가는 선수는 없다. 따로 말하진 않았고, 타격 코치를 통해 전달하겠다' 느낌의 인터뷰를 했는데, 팀 구성원을 감싸면서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니 감독으로서 훌륭한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김동헌 본인도 조속히 이를 해결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김에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