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키움과 삼성이 각각 구원투수 김태훈(1992년생)과 내야수 이원석(1986년생) 및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며칠 전 3연전 기간에 양측 실무진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삼성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이후 25일 실행위원회에서 그림이 구체화된 이후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고.

 

 

1. 각 팀의 사정

삼성은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이 4.70(8위)일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오승환이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새 마무리로 낙점된 신예 이승현도 21일 KIA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우규민 역시 8경기에서 ERA 5.68로 아직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필승조를 맡아줄 불펜이 절실한 상황이다.

 

키움은 비시즌 이형종을 보강하긴 했으나 타선의 중심이 여전히 좌타에 쏠려있고, 팀 타격 스탯이 .247 .675(각각 9, 8위)로 하위권에 처져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스탯티즈 기준) 1루수 자리에서의 타격 스탯은 .141 .238 .207로 최악 수준이다. 따라서 오른손 내야수를 보강하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

 

 

2. 프로필

1986년생 우타 내야수인 이원석은 통산 .264 .335 .400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로, 보상선수 이적 신화(롯데에서 두산)에 이어 FA 이적 신화(두산에서 삼성)까지 쓴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현재 스탯은 .362 .486 .483으로, 타율 4위와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이 기세가 시즌 내내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당장 잘 치는 타자를 데려온 것만 해도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두산 이적 후에는 쭉 3루를 봐왔지만 상당히 수비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키움에서는 1루로 기용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원석에게도 약간의 약점은 있는데, 나이의 여파인지 원래 2009년 이후 굉장히 균형잡혀있던 스플릿 성적이 최근에는 우투수 상대로 많이 안 좋아졌다. (2017년 이후 우투수 상대 1807타석 .256 .340 .416 / 좌투수 상대 672타석 .293 .368 .477 / 잠수함 상대 332타석 .266 .337 .406) 그러나 나이를 감안해도 올해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을 불태워야 하는 입장의 키움에는 꼭 필요한 타자임이 분명하다.

 

1992년생 우완 투수인 김태훈은 2012년 2차 9라운드에 지명된 고졸 투수로, 통산 263경기에 등판해 ERA 4.59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성적은 8경기 5.87로 좋지 않지만 2019-2021 3년간 연 70이닝 가까이 소화하며 3-4점대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시즌을 마무리 투수로 출발하기도 했다. 통산 353이닝에서 175사사구를 허용했을 정도로 불안한 제구는 단점이나, 대신 좌타를 상대할 확실한 무기(스플리터)가 있는 투심 투수라는 점이 새로 홈구장이 될 라이온즈파크에 잘 들어맞는다. 필승조 투수로는 약간의 불안함이 있긴 하나 이승현(좌완)의 경험치를 쌓을 시간을 끌어주는 투수로는 충분히 괜찮은 투수고, 대체선발 및 롱릴리프에서 마무리까지 불펜의 모든 보직을 경험해봤다는 점도 삼성 불펜진에 힘을 더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3. 개인적인 생각

이 팀 타선이 보강이 필요한 것은 맞았으나, 받아올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고 판단해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큰 카드를 데려왔다. 필승조 경험이 있는 불펜 투수는 대체로 내주기 쉬운 자원이기 때문에 트레이드한다면 그 대상이 김태훈이나 양현일 것은 예상했으나, 이원석을 3라운드 지명권까지 붙여서 데려올 수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삼성이 불펜 사정을 심각하게 생각해서 다소 조급한 트레이드를 했다는 느낌인데... 키움으로서는 손해볼 건 없으니 트레이드 자체는 괜찮으나, 또 한 명의 소중한 선수가 팀을 떠난다는 사실은 다소 아쉽다.

 

이로써 주효상의 반대급부로 가져온 2라운드 1장과 김태훈의 반대급부로 가져온 3라운드 1장을 더해 올해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이내에 지명권 5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신인을 많이 뽑을 수도 있지만, 여름에 불펜이나 또다른 타선 보강을 위해 이 신인지명권을 과감하게 넘겨주는 추가 트레이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어느 방향이든 팀이 빠르게 전력보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인 것은 만족스럽고, 이런 결단력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기 바란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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