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1~0423

vs SSG (문학)

1:3 패 / 2:3 패 / 7:9 패

1차전 후라도 / 김광현

2차전 최원태 / 맥카티

3차전 이승호 / 오원석

 

 

1. 무능

창단 첫 시즌을 제외하고 그 동안 한번도 당하지 않았던 인천 3연전 피스윕을 오천 며칠 만에 달성했다. 과연 명장! 작년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가서야 정신을 차린 홍원기~' 하는 평을 했는데 재계약을 보장받고 나니 3년차 시즌 4월에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어 심히 절망적이다. 금요일에는 불펜을 못 믿으니 이미 구속이 떨어진 후라도를 7회에 올렸다가 경기에서의 패배를 사실상 확정지었고, 토요일에는 이미 한유섬에게 안타를 맞았던 양현을 8회 2:2 동점에 올렸다가 결국 에레디아-한유섬에게 넉아웃당하지 않았나. (최지훈이 출루한 다음 최정의 라이너를 전병우가 잡는 행운이 뒤따랐음에도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롱릴리프로 쓰던 양현을 갑자기 8회에 올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좌타 상대 성적은 보면서 경기를 운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양현 2021시즌 우타 상대 138타석 .261 .675 / 좌타 상대 .400 1.025, 2022시즌 우타 상대 96타석 .226 .615 / 좌타 상대 68타석 .333 .850) 체인지업이 훌륭해서 좌타자와 대결해도 일정 수준의 억제력을 가진 김동혁과 달리, 양현은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의 한계를 이미 드러낸 투수다.

 

어차피 이길 상황이 나오지 않으니 마무리가 아웃카운트 4~5개를 잡아도 상관없건만 삼성전에도 토요일에도 김재웅을 8회에 올리지 않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일요일에는 8회말에 김재웅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운빨마저도 감독을 버려 김재웅이 안타 3개로 3실점하는 참사마저 발생했다. 그래도 위안거리라면 김재웅이 세이브 상황에서 무너진 게 아니라는 것?

 

몇 가지 구체적으로 로스터 운영 및 경기 운영을 지적해보자면... 첫째, 김수환을 시리즈 도중 말소한 건 이해가 가지만 김준완을 올릴 이유는 없었다. (퓨처스 1경기 4타수 2안타 쳤다고 명분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박준태가 항명이나 품위손상행위 같은 경기 외적 사고를 치거나 부상인 게 아니라면, 김준완이 박준태보다 우선시될 근거는 하나도 없다. (심지어 예진원조차도 김준완보다는 먼저 기회를 받아야 한다)

 

둘째, 이지영(.619)이나 김태진(.598)처럼 단타 생산 외에 타석에서 특별히 기대치가 없는 선수들을 7번 위로 올려보낼 필요도 없다. 아마 김태진의 득점권 타율(.364)을 보고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왜 김태진처럼 컨택 1툴인 선수가 중심타선에 가깝게 붙어서 안 그래도 빈약한 팀의 공격력을 더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는가. 두 선수는 8,9번에 붙여놓고 연속 안타를 기대하는 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김준완은 현 외야 로스터에서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 게 낫다. 현재 외야 구성은 이용규-이정후-이형종을 기본으로 하고, 만약 세 선수 중 한 명이 지명타자로 빠진다면 당연히 임병욱이 선발로 나와야 한다. 임병욱이 기대치에 비해 못 큰 노망주인 건 맞지만 주루나 수비에서 김준완보다 훨씬 낫고, 적어도 뜬금없는 장타라도 뽑을 수 있는 Raw Power는 있는 타자다.

 

넷째, 이정후를 이제 3번에 고정해놓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이정후의 성적(.197 .693)은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차마 1군에서 뺄 수 없는 선수이므로 (대체선수가 있다면 잠시 2군이라도 다녀오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5번쯤으로 내려서 상위타선을 출루율이 높고 어느 정도의 타율이 나오는 이용규가 1번, 팀 최고의 기동력을 자랑하면서 타격이 우수한 김혜성이 2번, 현재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러셀이 3번... 이런 식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이형종이 4번, 김휘집이 6번, 박주홍이 7번, 임병욱이 8번, 이지영이 9번을 치면 현재 타선에서 어떻게든 꾸릴 수 있는 베스트 라인업이다. 물론 이정후가 화요일부터라도 살아나준다면 3번에서 바꾸지 않아도 된다. (그런 흑마법을 바라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2. 타선

득점권 7할(!)을 마침내 찍은 러셀과 여전히 1번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김혜성을 제외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주 6경기에서 뽑은 25점은 썩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간 1승 5패를 거둘 만한 타격은 아니었는데, 불펜과 타선의 엇박자가 심각하다.

 

특히 이제 79타석까지 들어선 이정후의 컨디션이 아주 심각하다. 혹자는 기사를 통해 '타구속도가 여전히 높다' 'BABIP이 통산에 비해 낮아 불운이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통산 BABIP가 .355, 작년이 .339인데 올해 BABIP .182이다) 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실상은 그냥 타구질이 안 좋기 때문에 BABIP도 낮은 것이다. 이전에는 그래도 손목이 덮이면서 땅볼이 되는 타구라도 간혹 코스 안타가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SSG 3연전에서는 김광현에게 친 뜬금포 솔로 홈런과 (파워가 늘었다는 건 확실히 알겠더라) 일요일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받아친 안타 하나 외에는 그런 행운조차 따르지 않았다. (SSG전 13타석 11타수 2안타, 2볼넷)

 

잠시 이정후의 직구 상대 성적을 보자. 차례대로 타구속도-타율-장타율이다. (2itracking 기준) 작년에는 143.1km/h, .381, .659였는데 올해 137.4km/h, .192, .385다. 직구 상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하니 변화구를 노리게 되고, 그 와중에 간혹 저번 3연전 안타처럼 정타가 되는 공도 있으나 대부분 헛스윙 혹은 먹힌 좌익수 플라이나 제대로 안 맞은 2땅으로 끝나게 되니 슬라이더 상대 성적 역시 좋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이정후의 부진 원인이 개막 초의 허리 통증 후유증인지 바꾼 타격폼 때문인지 특정 원인을 확신할 수는 없다. 타격폼이 문제였다면 그 동안 계속 타격폼을 소소하게 바꿔왔는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왜냐, WBC나 시범경기에서 잘 쳤던 것은 어떻게 설명하냐는 반론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잘 하던 선수가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줬다가 성적이 폭락했다면 이전 시즌과 바뀐 점에 절로 주목이 가기 마련이다. 현재 이정후는 타격폼을 도로 바궜는데도 여전히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럼 두 가지 정도 추측을 해볼 수 있겠는데... 하나는 새로운 폼에 적응하기도 전에 너무 성급하게 타격폼을 돌려놨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타격폼을 바꿨기 때문에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져 원래 폼으로 돌아갔어도 이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팀에서 가장 중요했던 선수이자 언제나 상수로 여겼던 선수가 부진해서 다소 글이 길어졌는데... 빨리 부진에서 탈출하길 기원한다.

 

다른 선수로 화제를 전환해보자면, 저번에 러셀의 타격 데이터가 2020시즌과 별다를 게 없고 직구 상대 성적이 안 좋아서 언제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3연전에서 맥카티의 직구(144)와 오원석(141, 141) 및 노경은(144)의 직구를 상대로 무쌍을 찍어서 굉장히 무안하게 되었다. 최민준의 커브 상대로도 안타가 나왔고, 언급한 모든 케이스가 간결한 스윙으로 중앙-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내는 모범적인 안타라서 트집을 잡을 수도 없다. 잘할 때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설 수 있게 2-3번에서 기용해보면 어떨까.

 

이형종은 3연전에서 첫 경기 삼삼삼병, 세 번째 경기 6타수 1안타에 경기를 끝장내는 1사 만루에서의 병살타로 민심을 상당히 잃었는데, 나도 영입할 때 5-6번에 제일 어울리는 타자라고 평하긴 했지만 2번은 아니라거나, 저번 주의 부진한 성적으로 '팀배팅을 안한다' '탐욕스윙'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다소 조급해보인다. 당장 2주 전에 두산-KIA전 5경기에서 매번 안타와 장타를 뽑을 때도 타순은 2번이 아니었던가. 현재 이형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상대 타격은 괜찮기 때문에 타순 고정만 된다면 오프스피드 구종을 상대로 한 약점을 감수하고 계속 쓸 만 하다. 중요한 점은 2번이냐 5번 6번이냐가 아니라 일관성있는 타순이 아닐까.

 

 

3. 5선발과 불펜

문성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말소되었고, 5선발로 부진한 피칭을 보인 이승호 역시 1군에서 내려갔다. 문성현은 2019시즌에도 어깨부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운 적이 있고, 2020시즌에도 불펜데이 선발이나 멀티이닝으로 구르다가 팔꿈치 통증이 온 적이 있으며 작년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8월 말 말소되어 그대로 시즌을 끝낸 경력이 있다. 전지훈련 때도 자리를 비웠으니 사실상 제대하고는 거의 매년 부상으로 풀시즌을 치르지 못했는데, 이번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모르지만 풀타임 전력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확실해진 셈이다.

 

이승호는 매년 기대가 컸던 투수고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호투하면서 올해 다시 선발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이 있었으나...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시즌 첫 경기에도 부진했으니 큰 반전을 바라기는 어렵다. 팀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올 시즌이 끝나면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대체선발은 별다른 반전이 없다면 정찬헌, 약간의 변화를 준다면 주승우일 텐데 그나마 주말 3연전이 LG나 NC전이 아닌 롯데전이라 정찬헌의 콜업을 예상한다.

 

조상우나 김성민도 시즌 중 제대가 아니라 올해 충원되는 전력이 더 없는데, 안 그래도 허약한 불펜에 또 이탈하는 선수가 생기니 염려가 된다. 김동혁과 김재웅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

 

 

4. 타자 트레이드?

타자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보이던데, 1군에서 OPS .700 이상이라도 쳐줄 타자를 후보로 보유하고 있는 팀이 그렇게 많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그나마 외야수가 풍족한 팀이 롯데와 KIA인데, 롯데는 렉스-안권수-황성빈-김민석으로 시즌을 달릴 게 확실하고 KIA는 나성범의 부상으로 이 외야수 저 외야수 돌려가면서 구멍을 메워야 하는 입장이다. 8주 공백이 예상된다는 나성범이 복귀하고 최원준(6월 14일)이 제대해야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 팀은 (정말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윈나우를 천명했으므로 내줄 수 있는 카드는 불펜투수 혹은 유망주와 지명권(아마도 2라운드)인데, 아무리 다른 팀 로스터를 둘러봐도 1군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었고 상대 팀이 안 내주진 않을 듯한 선수는... 두산 강진성과 NC 정진기, 권희동 딱 셋이다. (SSG 이정범에도 눈길이 가긴 하는데, 1군 경험이 많지 않고 SSG는 자기들이 꽂힌 구석이 있으면 선수를 오래 묵혀두는 특성-어느 팀이 안 그렇겠냐만-이 있으며 외야 고령화가 심각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거 같지 않다)

 

결국 당장은 타자를 데려와서 전력 보강을 하는 옵션도 어려운 셈이다. 나는 최상위급 유망주라도 팀 사정과 카드만 맞다면 팔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런 도박을 할 만한 후보군도 없다. 위에 있는 선수들 받자고 장재영이나 박찬혁급을 내던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감독이 정신을 차리거나 선수들이 더 잘 해서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선수들이면 몰라도 감독에게 그걸 기대하긴 힘들어보이고... 차라리 작년 한국시리즈를 계기로 사람이 달라진 최원태가 본인이 선발 등판하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감독대행을 하면 어떨까? 홍원기는 뒷전으로 물러나서 총감독 겸 심리상담사(아니 상담심리사였던가?) 역할을 계속하는 걸로 교통정리하고.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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