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들은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해당 표에 있는 숫자 중 우측에 있는 숫자는 '앞 투수가 루상에 남겨놓고 내려간 주자수' 이고, 좌측에 있는 숫자는 '뒤 투수가 그 주자수를 들여보낸 횟수' 이다. 즉 표를 읽어보자면, SK 와이번스의 불펜투수들은 4월에 48명의 승계주자를 떠안았으며, 그 중 14명을 들여보낸 것이다. 그리고 4월, 5월, 6월 3달 동안에는 157명의 주자를 승계받아 그 중 63명을 들여보냈다.


이렇게 하면 이제 이 표를 읽을 수 있다. 따라서 4월부터 6월까지 한국프로야구의 불펜투수들은 1230명의 승계주자를 받아 452명을 들여보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표를 보다보면 눈길이 가는 건 우선, KIA의 엄청난 승계주자실점률이다. 좋았던 달에도 승계주자실점률(IRS)이 4할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불펜개선이 반드시 필요할 듯 하다. 나 홀로 2할대에 가 있는 롯데의 불펜진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제 불펜투수 개개인별로 승계주자실점률을 알아보도록 하자. 각 팀에서 7명 정도만 뽑아서 비교해보았다. 위 표에 나와있듯이, 리그 평균 IRS는 36.7%다.





1. 가장 많은 승계주자를 받은 선수 순서는-

진해수 39

정대현 30

윤길현 이현승 29

유원상 이명우 28

윤근영 27

안지만 김성배 26

박근홍 25

의 순이다. 그럼 잘 막았을까?


진해수 .333

정대현 .067

윤길현 .310 이현승 .379

유원상 .286 이명우 .250

윤근영 .259

안지만 .423 김성배 .346

박근홍 .280


리그 평균이 36.7%고, 작년 개막부터 6월까지의 IRS는 34.9%였다. (개인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평균적인 선수는 대략 35% 정도 들여보낸다고 계산해도 무방할 거 같다. 이현승(.379)과 안지만(.423)을 제외하면 잘 막은 셈. 기타 Trivia를 언급해보자.


2. 마무리투수들의 IRS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박희수 .133 / 김진성 .143 / 봉중근 .154 / 임창용 .167 / 윤규진 .222 / 김승회 .231) 단 NC 김진성과 두산 이용찬 (.000, 6명 중 0명)은 다른 선수들보다 표본이 적다. 1+이닝을 던져줄 수 있는 아주 강한 마무리는 아닌 셈이다. 9회만 잘 막아도 밥값하는 것이 마무리이긴 하지만. (두산 이용찬은 작년 시즌을 수술로 접었으니 올해 조금 못해도 참작의 여지가 있다.)


다만 손승락 (.429)과 어센시오 (.636)는 심각하게 승계주자실점률이 높다. 작년 전반기까지 비슷한 경향을 보인 손승락은 그렇다 치고, 1+이닝 투구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는 어센시오는 KIA 입장에서 좋은 외국인 투수인지 조금 의문스럽다. 물론 1이닝을 확실히 막아줄 수 있는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는 좋은 투수지만, KIA 불펜 상황상 중무리라도 감수해줄 선수가 필요하고, 또한 외국인 선발투수 하나를 포기하고 데려온 것 아닌가...


3. 굳이 어센시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KIA 불펜진의 IRS는 심각한 수준이다. 신창호-임준혁-박성호-최영필 4명은 합쳐서 48명의 승계주자 중 30명을 들여보냈다. 언제나 불펜이 약점인 팀이었는데, 올해 역시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4. 이와 제일 반대되는 팀을 꼽으라면 롯데일 것이다. 6월 IRS가 롯데보다 낮은 팀은 넥센밖에 없다. 김승회-강영식-정대현은 17명의 승계주자 중 어느 누구도 들여보내지 않았으며, 김사율도 7명 중 1명, 이명우도 6명 중 2명을 들여보내는 데 그쳤다. 특히 정대현은 올 시즌 30명의 승계주자 중 단 2명만을 들여보냈는데, (.067) 승계주자 10명 이상을 놓고 투구한 불펜투수 중 실점률이 가장 낮다. (2위 LG 신재웅, 11명 중 1명 / 3위 롯데 강영식과 한화 박정진, 19명 중 2명)


5. 기타 성적이 좋은 선수로 위에 언급한 강영식/박정진과, 정찬헌 (15명 중 2명) 마정길 (21명 중 3명) 등이 있다. 반면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로는 송창식 (22명 중 12명) 정현욱 (20명 중 11명) 오현택 (21명 중 12명) 등등. 송창식은 작년 혹사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정현욱은 심히 절망적이다.



p.s : 불펜투수를 ERA로만 평가할 수 없기에, 승계주자실점률은 꽤나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모든 상황이 실점했느냐/아니냐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무사 만루에 올라온 불펜투수와, 2사 1루에 올라온 불펜투수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각자 다른 기대치를 갖기 마련이다. 전자의 투수에게는 보통 한 점 정도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차곡차곡 잡아서 이닝을 끝내길 바라겠지만, 후자의 투수에게는 보통 무실점을 기대할 것이다. 주자와 아웃카운트 외에 득실차까지 더해지면 더욱더 복잡하다. 1:0 2사 1루에서 주자를 들여보낸 투수와 5:0 2사 1루에서 주자를 들여보낸 투수에 대한 평가는 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상황별 기대득점을 계산하는 RE24나 기대승률을 계산하는 WPA 등의 스탯이 있으면 좀 더 불펜투수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거 정리하는 것도 꽤나 힘들었는데 그것까지 하면 필자는 힘들어서 기절할 것이다...






p.s 2 : 새벽부터 글을 쓰고 있었는데 좀더 길게 쓸 생각도 들지 않고 소재도 떠오르지 않는다. 화려한 선수는 아니지만 올해로 프로 19년차를 맞았으며 2번 소속팀 유니폼을 갈아입고, 3번의 우승과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경험한 좌완 투수가 있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야구팬 한 명이 있'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글을 보면 그와 그가 좋아했던 좌완 투수를 한번쯤 기억해주시길.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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