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팀타율 .259 (7위) → .252 (9위)
팀출루율 .347 (5위) → .333 (6위)
팀장타율 .376 (7위) → .364 (9위)
팀홈런 91 (8위) → 94 (9위)
팀도루 97 (6위) → 63 (9위)
팀득점 722 (4위) → 621 (8위)
팀BB% 10.5 (6위) → 9.3 (4위)
팀K% 18.6 (8위) → 18.3 (6위)
팀RAA주루 5.29 (1위) → 3.31 (4위)
팀DER .683 (6위) → .689 (3위)


푸이그를 데려온 건 희망찬 요소였으나 김준완-강민국을 제외하고 별다른 보강이 없었으니 잘될 거라는 걸 기대하는 게 양심이 없었던 타선이었고, 결국 그대로 실행되었다. 이정후의 KBO 초토화와 최고의 도우미 푸이그의 지원사격 속에서도 팀 타선 생산력은 시즌 내내 한 번도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바닥을 기었는데, 특히 1번 타순 기록 .192 .315 .226과 2번 타순 기록 .252 .319 .330은 경악할 만한 수치다. 리그 최악의 1번과 최악 바로 위의 2번을 두고도 113타점을 쓸어담은 이정후가 신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나마 작년에 좀 적극적으로 바뀌었던 스윙빈도를 줄여봤지만 딱히 득점을 많이 내는 데는 소용이 없었고, 몇 년간 팀의 공격 루트 중 하나였던 도루도 김혜성을 제외하면 두자릿수를 기대하는 게 힘든 타자들의 영향으로 폭락했다.


(S) 이정후 (WAR* 9.23, wRC+ 182.5)
.349 .421 .575
627타석 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5도루, 66볼넷 32삼진

인간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고, 이미 발을 들이고 있다. 193안타는 개인 최다안타 타이 기록이며, (1) 20홈런을 넘기면서도 삼진 비율을 5%대로 유지한다 (2) 외야 WAR* 9를 넘긴다 라는 시즌 전에 들었으면 터무니없는 농담이라고 여겼을 고지마저 점령했다. (KBO 역사상 단일시즌 WAR* 9를 넘긴 외야수는 2003년 심정수 한 명뿐이다.)

더 많은 공을 외야로 보냈는데도 (외야 타구 58.5% → 60.5%) BABIP는 작년의 .373에서 .339로 낮아졌다.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낮아진 외야 타구 타율과 연결지어본다면 (.627 → .571) 올해의 이정후는 오히려 운이 안 좋았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좌타 상대 슬라이더 타율은 .218로 데뷔 후 6시즌 중에 가장 낮으나, 포심 및 투심 상대 타율은 각각 .377, .372에 달한다. 유인구에 대한 약점을 각오하고 끌어올린 장타율도 주목해야 하는 요소다.

이정후의 구종별 장타율

수비는 작년부터 이미 풀타임 중견수에 어울리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이제 중견수 자리에서도 최고급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즌 중에 두세 번 정도 실수가 있긴 했으나, 144경기 전체를 놓고 볼 때 타구판단, 송구능력, 판단력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다.

장담한다. 현재 KBO 레벨에서 올해의 이정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선수는 내년의 이정후밖에 없다.


(A) 김혜성 (WAR* 4.80, wRC+ 123.9)
.318 .373 .403
566타석 516타수 164안타 4홈런 48타점 34도루, 47볼넷 83삼진

2루수로 옮기면서 송구의 약점이 커버되고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았다. 시즌 종료 후 KBO 역사상 최초로 내야 키스톤 두 자리에서 모두 골든글러브를 받은 선수가 된 것은 덤으로 따라온 영광이다. 부상과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올해 34개의 도루에 성공했고, 삼진 비율은 데뷔 이후 가장 낮다. 대체로 높은 코스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가운데 직구나 낮은 코스에는 약했다. 수비에서는 실책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아직 분위기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

의외의 사실. 김혜성의 시즌 타구속도는 134.2km/h로 이대호(134.0) 구자욱(133.9) 양석환(133.4) 박동원(133.1) 같은 타자들보다 높다. 어느 날 갑자기 두자릿수 홈런을 치게 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별로 신기하진 않은 사실. 데뷔 초에 김혜성의 Comparison을 '유격수 보는 김종국' 정도로 잡았다. 지금은? 한 시즌만 더 뛰면 김종국의 통산 WAR*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김혜성 통산 15.10, 김종국 통산 19.46) 2년을 더 뛰면 KBO 2루수 역대 Top 10에 입성할 것이다. 김혜성은 올해 겨우 만23세 시즌을 치렀을 뿐이며, 앞으로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같은 나이에 정근우는 내외야 유틸을 돌며 WAR*로 마이너스를 찍고 있었고, 김성래는 고작 70타석에 들어선 대타 요원이었다. 안치홍과 박정태도 만23세 시즌까지 WAR* 10을 돌파했으나, 김혜성의 페이스에는 미치지 못했다.


(B+) 푸이그 (WAR* 3.78, wRC+ 143.4)
.277 .367 .474
547타석 473타수 131안타 21홈런 73타점, 58볼넷 100삼진

전반기에는 296타석 .245 .331 .410으로 실망스러웠으나, KBO 선수들의 바깥쪽 유인구에 적응한 이후에는 성적이 한결 좋아져 후반기 251타석에서 .316 .410 .552를 기록하며 타선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우투 상대 중앙-바깥쪽 존에 강했고, 특히 직구와 슬라이더에 모두 강점을 보였다. (우투 상대 직구 .311 / 슬라이더 .309) 반면 좌투들이 던지는 직구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좌투 상대 직구 .164)

예상했던 항명 문제 등은 터지지 않았으나, 수비에서 1루 주자가 3루로 뛰면 무조건 3루에 다이렉트 송구를 하려는 경향을 여러 차례 보였고 상대팀들이 이를 시리즈 내내 이용했다. 홈런성 타구를 감상하며 걷다가 2루에서 태그아웃을 당하고 다음날 문책성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B) 이지영 (WAR* 1.26, wRC+ 75.6)
.267 .303 .331
450타석 420타수 112안타 2홈런 37타점, 20볼넷 44삼진

137경기 994.2이닝을 포수로 소화하며 든든하게 안방을 지켰다. 물론 지난 2년간 한 차례도 없었던 포일을 4개 기록하며 가끔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나타내는 Pass/9 수치는 .371로 2018시즌(.370) 이후 가장 낮다.

밀어치는 타구 비율이 당겨치는 타구 비율을 역전했고, 2018-2019년 21%대를 기록하며 '초구지영'의 명성과는 괴리를 보였던 초구 스윙률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스윙비율 53.1%, 초구스윙률 29.3%) 직구 .286, 투심 .406으로 아직 빠른 계열 구종에 스윙할 수 있는 반응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B) 김태진 (WAR* 0.29, wRC+ 77.5)
.268 .315 .295
276타석 254타수 68안타 20타점, 17볼넷 30삼진

트레이드 당시에는 지명권과 현금에 붙은 영수증 정도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1년을 쏠쏠하게 버틴 선수 중 하나였다. 5월에는 월간 타율 3할을 치며 괜찮았지만, 우측 발목 인대 파열로 이탈했다가 복귀한 이후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다가 8월 27일 LG전부터 9월 7일 삼성전까지 20타석 넘게 무안타를 기록하며 급격하게 부진했다. 이러다가 다시 9월 13일 KIA전부터 9월 21일 삼성전까지는 8경기 연속 안타를 쳤고, 하루 쉬고 다시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9월을 마감했다.

작년 KIA에서는 주로 3루수였지만 수비하는 스타일이 2루에 더 어울린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이적 후에는 1루수로 가장 먼저 출장했고 시즌 통틀어 총 38경기 253.2이닝에서 1루를 지켰다. 물론 경험부족과 떨어지는 신체사이즈 때문에 이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고, 가끔 미들인필더 출신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호수비 몇 번을 제외하면 정면강습타구 수비나 홈 수비 판단, 내야송구의 포구 등 모든 면에서 평균 아래였다. 9월에는 김혜성의 부상으로 2루수로도 출전했지만, 좌우수비범위도 아쉬웠고 포구도 썩 깔끔하지는 않았다.

반면 포스트시즌에는 최고의 타자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48타석에서 딱 .333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는 세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안정적인 상수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한 포지션을 쭉 지키기보다는 만능백업요원으로 주전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면 그 가치가 더욱더 빛날 것이다.


(C+) 김휘집 (WAR* 1.58, wRC+ 93.6)
.222 .326 .336
393타석 333타수 74안타 8홈런 36타점, 39볼넷 115삼진

펀치력이라는 게 있다는 건 체감했는데, 반대급부로 먹는 삼진이 너무 많았다. 올 시즌 김휘집은 5월부터 9월까지 단 1개월조차도 삼진 개수가 안타 개수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8월 91타석에서 5홈런을 칠 때도 삼진은 24개였으며, 9월 이후 77타석에서는 단 8안타(2루타 4, 홈런 1)에 그치면서 삼진을 또 24개나 당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통령이 부유층에게 김휘집 성장세마냥 세금을 물렸다면 이 나라는 진작에 요람부터 무덤까지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다.

수비는 작년보다 정말 조금 나아졌다. 정면타구를 뒷걸음질하면서 잡는(!) 경악스러운 모습은 없어졌으며, 적어도 제 자리에서 공을 잡기는 했다. (물론 전진대시하며 나가는 경쟁자 신준우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그러나 운동능력과 BQ가 유격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그게 아예 근거없는 폄하가 아닌 거 같다는 점이 큰 문제다.

상대 투수들이 내년부터는 한가운데나 하이패스트볼 혹은 슬라이더 실투를 맞혀서 쉽게쉽게 장타를 만들 수 있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후반기에는 과정까지는 잘 진행했으나 결국 마지막에 공을 컨택하지 못해서 실패하지 않는 타석이 너무 많았는데, 내년에 반드시 이 점을 개선해야 한다.


(C) 송성문 (WAR 2.01, wRC+ 88.1)
.247 .302 .371
601타석 547타수 135안타 13홈런 79타점, 45볼넷 65삼진

수비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3루수로 성장한 대신, 공격에서는 리그 잔루 1위(285)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남겼다. 최근 5년간 이만큼 잔루를 만든 선수는 팀 동료였던 2018시즌의 김하성밖에 없는데, 그 시즌 김하성의 WPA가 1.01인데 올 시즌 송성문의 WPA는 -1.23이다. 형편없는 성적에 기여한 제1원인은 외야로 탈출하지 못하고 내야에 갇히는 타구. 작년 20.2%였던 내야뜬공이 올해 39.8%까지 튀었다.

송성문 2022시즌 코스별 타율

상대가 일단 하이패스트볼로 상대하면 거의 안타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약했던 반면, 가운데로 들어오는 실투는 무난하게 잘 쳐냈다. 타격기술이나 펀치력 어느 하나가 크게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줘야 한다.


(D) 전병우 (WAR* -0.31, wRC+ 68.2)
.203 .288 .315
231타석 197타수 40안타 5홈런 21타점, 17볼넷 68삼진

포스트시즌에는 영웅이었으나 정규시즌에는 왜 히어로즈 같은 팀에서 1루 대수비를 60경기 이상 봐야 하는지 심각한 고찰을 하게 만들었던 선수. 직구에는 어느 정도 대처했으나 커브 같이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에는 쥐약이었고 (커브 상대 타율 .057) 그나마 가지고 있던 참을성도 사라졌다. (볼넷 비율 12.7% → 7.4% / 스윙 비율 40.2% → 46.9% / 초구스윙률 22.7% → 35.5%) 뜬금포와 1루 수비라는 두 가지 툴은 확실히 좋으나 타석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크게 의미가 없다. 1루수라면 최소 리그 평균 수준의 타격은 되어야 한다.


(D) 김준완 (WAR* -0.13, wRC+ 74.9)
.192 .339 .246
398타석 317타수 61안타 1홈런 28타점, 64볼넷 71삼진

올해 팬덤 내에서 벌어진 가장 격렬한 논쟁 중 하나는 김준완에게 1번을 맡겨도 되느냐였다. 찬성하는 자들은 김준완의 타출갭 및 형편없는 다른 하위타선들의 출루율에 초점을 맞췄고, 반대하는 자들은 주전 중 바닥에서 1,2위를 달리는 OPS와 낮은 타율에 더 주목했다. 김준완에겐 죄가 없다. 그를 400타석 가까이 내보낸 감독이 잘못일 뿐이다.

원래도 공격력을 바라고 영입했던 선수는 아니나, 경기에서 보여준 실적은 더 심각했다. 그나마 칠 줄 아는 공은 좌투수가 몸쪽에 꽂아넣는 공인데, 그거 하나를 보고 기용하기에는 타석에서의 생산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기대했던 수비는 NC 시절 걔는 바꿔치기당했냐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공을 잘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흘리기도 하고 (최원태의 멘탈을 박살내놓은 시즌 후반 두산전 바로 그 경기다) 어깨는 2루 주자들이 모두 홈을 노리면서 달려가는 수준이었다.


(D) 이용규 (WAR* -0.41, wRC+ 67.7)
.199 .326 .221
326타석 271타수 54안타 21타점 12도루, 45볼넷 42삼진

가장 형편없는 타자였고, 가장 훌륭한 주장이었다.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76.6% → 70.9%) 내야에 갇히는 타구가 많아졌다. (내야 타구 비율 48.2% → 63.3%) 5월 견갑골 부상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부상 이전이나 부상 이후나 타구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재료들인 타구 속도, 발사각, 땅볼 비율 등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부상 직후 6월에는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이 되는 모습이 나왔다. 이용규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던 만큼, 내년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F) 김웅빈 (WAR* -0.05, wRC+ 81.5)
.226 .326 .313
135타석 115타수 26안타 1홈런 11타점, 13볼넷 38삼진

김웅빈의 성장은 박병호 이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였고, 완벽하게 실패로 끝났다. 리뷰를 쓰면서 열심히 찾아봤다. 도대체 어떤 요소를 긍정해야 하는가? 못 찾아서 할 말이 없다.


(기타) 박찬혁, 김수환, 임지열, 이주형
박찬혁 175타석 .211 .274 .354 wRC+ 81.8
김수환 168타석 .179 .297 .307 wRC+ 74.9
임지열 148타석 .275 .331 .344 wRC+ 91.2
이주형 85타석 .169 .294 .211 wRC+ 55.7

박찬혁은 4월만 해도 87타석에서 .241 .310 .468의 우수한 성적을 선보이며 신인왕 레이스의 선두로 치고 나가는 듯 했으나, 5월부터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며 결국 1군에서 사라졌다. 장타력은 1군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으나, 약점이 많고 수비 또한 보완이 필요해 내년에는 2군에서 시작하는 게 최선일 듯 하다.

김수환은 괜찮은 2군 성적과 한결 나아진 1루 수비를 기반으로 1군 풀타임 멤버에 도전했으나, 5월 말~6월 초의 반짝 활약을 끝으로 서서히 페이스가 내려가며 끝내 형편없는 기록을 남기며 시즌을 끝냈다. 역시 장타력은 준수하니 1군 수준의 직구에만 적응이 끝난다면 상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임지열은 8월 말부터 2번 타자 겸 좌익수 혹은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하며 148타석을 소화했다. 2군 성적이 뛰어난데도 그 동안 잘 기용되지 않았는데, 이전과 달리 공수 양면에서 분명히 레벨업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형은 5월에 주로 집중적으로 기용됐으나 큰 소득이 없이 한 해를 마무리했다. 고졸 2년차치고 훌륭한 2군 성적을 냈고 타격기술이 괜찮은 타자인데도 유리한 카운트에 들어오는 공을 그냥 흘려보내는 빈도가 잦았다는 게 아쉬운데, 빠르게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면 2025시즌쯤에는 라인업 한 자리가 준비되어있을 것이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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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가 이전과는 달리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팀 역사상 11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FA를 영입했고 (이택근이 리턴에 가까웠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이도 모자라 퓨처스리그FA 하이재킹에 이어 100만 달러 외국인까지 데려오며 불꽃튀는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이 혹독해진 겨울도, 따뜻한 무브로 전혀 춥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푸이그의 재판 과정과 요키시의 불투명한 재계약 여부는 여전히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요소다.

 

출처: 키움 히어로즈

 

1. 원종현 FA 영입

11월 19일 NC 투수 원종현과 4년 25억에 계약했다. 조건은 계약금 5억과 연봉 5억이다. 물론 만36세 시즌을 맞게 될 불펜투수에게 4년 계약을 준 것은 상당히 위험한 무브지만, 올해 전반기 ERA 1위(3.23)를 달성했다가 후반기에 ERA 8위(4.68)로 추락한 불펜진 사정을 감안하면 25억에 약점을 메운 것은 오히려 싸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정훈이나 송신영도 만36세 시즌까지는 멀쩡했고, 최영필과 박정진은 만40세 이후에도 리그에서 준수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원종현이 이들의 뒤를 잇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2015년 암 수술로 시즌아웃된 걸 제외하면 지난 9년 중 8시즌 동안 꼬박꼬박 최소 50경기-50이닝 이상을 출전했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이다. 직구 구속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146~147km/h 선을 오가고 있고 (스탯티즈 기준이다) 피장타율이나 허용한 타구의 질, 타구속도 등을 봐도 아직까지 이상 조짐은 찾기 어렵다. 급격하게 꺾일 수도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별다른 위험신호가 없다면 굳이 미리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이다.

 

방출과 수술로 인한 시즌아웃 및 복귀 등 다양한 일을 겪었고, 마무리 및 셋업으로도 모두 뛰어봤다는 것도 또다른 강점이다.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FA 선수 2명을 제외한다면 최고령이 별다른 경험이 없는 1991년생들인 히어로즈 투수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셋업으로 2년 정도 최고의 활약을 해주고, 이후 2년간 마무리를 잘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게 원종현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다.

 

 

2. 이형종 퓨처스FA 영입

11월 24일에는 한화와의 계약에 가까워보였던 퓨처스FA 이형종을 하이재킹했다. 총 규모는 4년 20억으로, 조건은 1년차인 2023시즌 1.2억, 2024시즌 6.8억, 2025-2026 2년간 6억. 사실 이형종의 가치는 클래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불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극히 적다(..)는 데 있었는데, 지나치게 계약규모가 커지는 느낌이 들어 그냥 발을 빼길 원했지만 20억 전액보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조건을 걸며 데려왔다.

 

올해 키움은 좌타석에서는 .264 .715 wRC+ 105로 리그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지만 우타석에서는 .234 .673 wRC+ 92로 한화 다음으로 우타석 성적이 안 좋은 팀이었다. 코너외야 우타자로 통산 .281 .796, wRC+ 115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투수 상대 1207타석에서 .265 .751, 좌투수 상대 649타석에서 .325 .932로 좌투수에 훨씬 강한 이형종의 영입은 팀의 좌타 편중 현상을 완화해줄 적절한 선택이다.

 

타선의 좌우 편중 말고도 올해 키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소위 '파워 포지션'이라고 불리는 1루-코너 외야-DH에서의 공격력 부족이다. 우익수는 그나마 푸이그가 정착하며 괜찮았지만, 지명타자 자리에서 키움의 공격력은 리그 10위, 1루와 좌익에서는 리그 9위였다. 이형종이 이 세 자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정착해준다면 지난 3년간 우하향하고 있던 타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이형종의 단점을 꼽으라면 1) 코너외야에서의 안 좋은 수비력 2) 유리몸 3) 좌우 스플릿 현상의 심화 4) 최근 3년간 강한 타구 비율과 타구속도는 줄고 (135.7km/h → 132.6km/h → 131.4km/h) 팝플라이와 뜬공이 늘었다는 것 등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겠다. 1번과 2번은 어차피 이형종을 쓰는 한 감수해야 하는 세금이고, 3번과 4번이 걸린다. 이형종 본인은 출전 기회 부족으로 인한 타격감 저하라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이게 실제 실력의 반영이라면 굉장히 난감해진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박주홍-이주형-박찬혁 등의 신예 중 어느 하나가 자리잡을 때까지 2년은 버텨주는 게 기대치다.

 

 

3.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계약

11월 25일 도미니카 우완 아리엘 후라도(1996년생)와 연봉 8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계약을 완료했다. 제이크 브리검과 비슷한 타입이란 얘기도 있고 그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상 코너웍 좋은 투심패스트볼 하나로 마이너에서 쭉 살아남았고, 2019년에는 텍사스 빅리그 무대에서 로테이션 선발을 돌면서 122.2이닝을 던진 적도 있다. 변화구 없는 1툴 선수의 한계를 보이면서 ERA 5.81에 그치긴 했지만, 떨어지는 보조구종 완성도가 MLB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더라도 KBO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으리라 본다. (후라도에 대한 더 자세한 프로필은 이 글을 참고하자.) 아예 얼토당토없이 망하지는 않을 거 같고, 못하면 NC 라이트(WAR 2 초반대)-중박이면 브리검의 2019시즌(WAR 3 후반대)-대박이 터진다면 KIA 브룩스(WAR 7+)를 예측해본다. 애런 브룩스는 후라도의 프로필을 서번트에서 검색해보면 가장 유사한 선수로 나오는 투수이기도 하다. 자세한 건 시범경기부터 봐야 말할 수 있겠지만, TJS 경력은 요새 투수들이 다 겪는 수술이니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내년 만27세 시즌으로 투수로서는 전성기에 들어가는 시점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4. 방출선수 영입 (임창민, 홍성민, 변시원, 정현민)

11월 28일 방출선수 4명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야수 정현민은 군대를 다녀온 후 재입단을 한 케이스인 듯 하니,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주로 살펴보자.

 

임창민은 통산 436경기 450.1이닝에서 ERA 3.86을 기록하고 있는 불펜투수로, 원래 히어로즈 출신이었으나 2012년 11월 차화준과 함께 김태형을 상대로 NC에 트레이드된 이후 10년 만에 복귀했다. 원종현과 마찬가지로 마무리와 셋업 경험이 모두 있고, 재작년과 작년 성적을 보면 아직까지 KBO 1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선수다. 우완 정통파가 모자랐던 키움의 불펜 사정상 일정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면 1군에서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성민은 올해 부상으로 1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커리어 초기 KIA-롯데에서 불펜진의 한 축을 맡아줄 수 있는 괜찮은 투수로 경기에 꾸준하게 나섰다.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은 31경기 31이닝 2.90인데, 역시 작년 정도의 성적(53경기 41.1이닝 ERA 3.92)만 보여주더라도 1군에서 완주를 할 잠재력이 있어보인다.

 

변시원은 데뷔 초 3년을 제외하면 1군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낸 적은 없으나, 지저분한 무브먼트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사이드암이라는 특성상 한현희를 대체하며 김동혁-양현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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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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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키움 히어로즈

어제 키움 히어로즈는 KIA 타이거즈와 포수 주효상을 내주고 KIA의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원래 좋아하지 않았던 선수라서 처음에는 만세! 를 불렀지만 하루가 지나니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을 거 같아 또 끄적끄적해본다.

 

 

1. 의외의 강점들

주효상은 2016 신인드래프트에서 히어로즈에 1차 지명되었던 선수다. 문제의 2016 드래프트는 히어로즈 역사상 최악의 드래프트로, 이 중에 1군이라도 밟아본 선수는 주효상을 제외하면 2차 5라운드에 지명된 투수 유재훈과 2차 8라운드에 지명된 외야수 채상현뿐이다.

 

원래 외야수로 뛰던 주효상은 고2때 포수를 시작하여 빠른 성장세를 보였는데, 특히 타격에서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포수로서는 팝타임이 짧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명 이후 2년차인 2017시즌에는 박동원을 대신해 상당한 시간을 선발로 출장했지만 공수 모두에서 수준 이하라는 것만 밝혀지며 악평을 듣다가, 2018시즌 박동원의 성폭행 연루 사건 때 백업 포수로 나서면서 볼배합 등 포수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승선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 포수였던 이지영이 삼각트레이드로 이적하면서, 2019-2020 두 시즌 동안에는 간혹 브리검이나 한현희의 전담포수를 맡는 정도에 그치다가 2021시즌 초 군에 입대했다.

 

주효상의 강점을 살펴보면 일단 첫 번째로 타격을 꼽을 수 있겠다. 1군에서는 405타석에서 .203 .279 .267에 그쳤지만, 2군 529타석 .303 .419 .458의 기록은 KIA의 포수 유망주인 신범수(763타석 .275 .349 .399) 한준수(441타석 .301 .354 .410) 권혁경(193타석 .285 .358 .448)보다 조금 더 좋다. 군대에 가기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0시즌에도 101타석에서 .190 .296 .238에 불과했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능력과 볼넷을 얻는 능력은 어느 정도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2018-2021 프레이밍 득점 합산, 출처는 본문에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장점은 프레이밍이다. 주효상의 수많은 낮은 존 덮밥을 보던 히어로즈 팬들은 '이게 무슨 개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4년간 프레이밍 득점 수치를 보면 (출처 링크) 주효상은 -7.4점으로 이는 4년간 KIA에서 뛰던 김민식(-16.7) 한승택(-19.4) 그리고 새로 합류한 박동원(-27.5)보다도 좋은 수치다. (박동원은 저 수치에서 매년 하위권을 찍었기 때문에,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블로킹 역시 괜찮다. 2017-2020 4년 동안 Pass/9 수치를 보면 주효상의 블로킹은 0.579(342이닝)-0.442(366.2이닝)-0.136(66이닝)-0.376(191.1이닝)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한승택의 Pass/9는 지난 3년간 0.618(597이닝)-0.397(589이닝)-0.362(299.2이닝)이며, 지난 5년간 KIA 포수진의 Pass/9는 0.427에서 0.624를 오갔다. 즉 블로킹에서 마이너스를 만들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도루저지도 나쁘지 않다. 2020년에는 191.1이닝 동안 39.1%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KBO 공식사이트 기준) 지난 3년간 박동원의 도루저지율이 20.0%-25.5%-35.5%이며, 한승택은 22.2%-35.6%-29.2%이다.

 

 

2. 치명적인 약점

여기까지 얘기하면 '그러면 이렇게 괜찮은 선수를 대체 왜 트레이드한 거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주효상은 포수 경력이 너무 짧다. 그가 프로에 입단하기 전까지 포수를 경험해본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포수를 맡았던 선수들조차 프로에 들어오면 어느 정도 쓸 만한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최소 5년은 걸리는 게 현실이다. 지금 20대 중반 아래 포수들 (좀더 심하게 얘기하면 20대 전체조차도) 중에서 팬들에게 대단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그 커리어마저 연속성이 없다는 거다. 2020시즌 2군에서 주효상은 지명타자로 적지 않은 경기에 출장했는데, 이는 히어로즈에서도 주효상이 포수 포지션을 유지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지 않았나 의심할 수 있는 사례다.

 

요새야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오는 야구선수들이 많아 이 문제가 별것 아니라 느껴질 수 있겠지만, 10개 구단 1,2번 포수 중에서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온 선수는 아무도 없다. 못 믿겠으면 직접 세어봐도 좋다. 그래서 나도 항상 '박동원과 이지영이 있으니 포수 세대교체는 좀더 어린 친구들에게 맡기고 주효상은 1루수나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게 옳다'라고 주장해왔다. 어제 페잉에는 '주효상은 4-5라운드급이라 무조건 이득인 트레이드다' 라고 썼는데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아닌 거 같고... 그래도 한 3-4라운드급은 되지 않을까? 2라운드를 반대급부로 받아온 것은 키움 입장에서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는 아니다.

 

군복무시절(2021년 9월) TJS 경력이 있는데 투수도 아닌데 수술한 게 왜 이리 많이 언급되는지 좀 의아하다. 야수의 토미존 수술이 크게 의미가 있었던가? 그 외 워크에식이 안 좋다느니 술을 좋아한다느니 여성팬에게만 사인을 해준다느니 그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확인되지도 않는 사항들을 굳이 단점으로 열거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좀 4차원적인 면이 있어보이기는 하는데 어차피 과묵한 선수들보다는 자기 캐릭터가 확실하고 살짝 또라이같은 선수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겠다.

 

 

3. KIA에서 데려간 이유는

장정석 단장이 감독 시절 직접 써본 포수라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일단 포수가 가능하기만 한다면 주효상은 3번 포수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선택이고, 만약 백업 포수 수준의 수비력에 머물러도 추후 타격의 발전이 있다면 절망적으로 타격을 못하는 한승택은 무조건 밀어낼 수 있을 거다. 포수가 아닌 1루수나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더라도 공격력에서 발전할 여지가 있으므로 긁어볼 수 있는 로또고.

 

박동원의 다년계약 협상 기간과 겹쳐서 다소 분위기가 험악하긴 한데, 어차피 박동원급의 포수가 뻔히 FA 대박이 예상되는 상황에 시즌 중에 장기계약을 맺어줄 일은 거의 없으므로 주효상 트레이드로 박동원과 KIA의 계약은 무산되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 상황을 대비한 보험의 측면이 0%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강민호가 있는데도 작년 김태군을 심창민과 맞바꿔서 데려온 삼성 라이온즈의 사례도 있지 않았나. 만약 박동원과 계약한다면 한승택-주효상이 백업으로 앉게 되므로 안정적이고, 추후 주전 경험도 있는 한승택을 트레이드카드로 쓸 수 있는 선택지도 만들 수 있다. 반면 박동원 혹은 그에 걸맞는 레벨의 FA 포수와 계약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동적으로 주효상은 주전을 노리는 백업 포수 레벨로 올라가는 것이고.

 

지금까지 장정석 단장이 한 무브를 정리해보면 이민우-이진영-김민식-김태진-한승혁-장지수 및 신인지명권 2장을 내주고 김도현-김정빈-임석진-박동원-변우혁-주효상을 데려왔다. 신인지명권 2장을 함께 태워서라도 결코 A급은 되지 않을 견적이 확실히 나온 선수들이나 성장이 제한된 선수들은 내보내고, 대신 든든하게 뎁스를 확충하면서 하이리턴이 가능할 선수들을 영입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악평이 자자하지만 방향성이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게까지 나쁜 트레이드들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시간이 좀더 지나봐야 결과를 알게 될 테고, 무엇보다도 박동원을 못 잡으면 시즌 중에 현금과 신인지명권까지 더해가면서 트레이드를 한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겠지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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