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가 포심의 비율을 20% 중반대까지 끌어올리면서 레퍼토리를 바꿨다. 예전과 달리 회전수가 잘 나와서 노병오 투수코치가 포심을 던질 것을 권유했다는데, 여기에 투심이 낮은 쪽으로 제구가 잘 되고 체인지업도 낮은 쪽으로 제구가 되면서 KIA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이라는 보기 드문 광경이 나왔다. 앞으로 계속 이 모습이 유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
요키시는 시즌 3번째 선발등판에서는 이전보다 좋은 투구를 보였다. 지난 2경기에서는 커브로 유도한 헛스윙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 날도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이닝이 지날수록 안정되면서 커브로 헛스윙을 뺏어내는 데 성공했고, 7이닝 2실점이라는 만족할 만한 성적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요키시는 투심+커브+체인지업의 레퍼토리에서 한계를 느낀 모양인지 작년 중후반부터 커터의 구사 비율이 꽤 늘어났는데, 아직까지 2021년 이래로 계속되었던 좌/우타 편중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요키시의 올 시즌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냥 시즌 중 계산 서는 평범한 선발이냐 아니면 지난 몇 시즌 동안 인상적이었던 에이스냐에서 후자의 길을 걸으려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2. 기용
박찬혁을 말소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현재 외야 수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고, 작년에 그나마 보여줬던 장점인 '존 안에 들어오는 공 엄청 세게 휘둘러서 때리기'도 이번 시즌엔 사라졌다. 2군에서 좀더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송재선을 택한 건... 시범경기 10경기, 퓨처스 2경기 나온 신인이 과연 괜찮을지 모르겠다. (아니나다를까 이 글을 완성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화요일 저녁 벌써 펜스플레이 못해서 추가진루를 허용했다...)
3. 타선
이정후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러나 일요일 연장전 끝내기의 주역이기도 했고, 타구속도는 개인 최고인 145km/h 수준을 찍고 있기 때문에 과정은 전혀 나쁘지 않다) 안타 4개와(2루타 3개와 홈런 1개다) 볼넷 8개를 더해 진정한 OPS히터(.182 .400 .455)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휘집과 토요일 타임 부르다가 얼떨결에 윤영철에게 프로 첫 홈런을 선사한 임병욱(.310 .310 .448) 그리고 저번 주 1루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3안타(+3루타) 경기를 펼친 박주홍(.294 .381 .412)이 타격에서 괜찮았다. 이들이 팀의 미래가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형종(.250 .333 .417)의 꾸준한 장타 생산과 변함없이 강력한 공격 옵션인 김혜성(.351 .356 .456 6도루)도 좋았다. 다만 러셀이 빠져 우타 중심타자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공격은 다소 좋아진 거 같으나 수비는 형편없는 걸 생각해보면 사실 아쉽지 않을지도...?)
김동헌이 요키시-후라도와 연이틀 선발 포수로 호흡을 맞췄는데 시즌이 지나가면서 약점을 보이겠지만 아직 '풋내기'에 불과한 고졸 1년차 신인포수가 이 정도의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주는 건 고무적인 일. 아니 고무적이란 표현을 넘어 이례적이다. 현재 리그에서 자리잡은 90년대 중후반생 포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4년생 포수가 도루저지, 블로킹, 경기운영에서 모두 제 몫을 하고 있는 건... 히어로즈를 넘어 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선수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4. 기타
작년 피안타율 4할을 넘어 5할 가까이 갔던 포심을 버리고 투심을 던지고 있는 김성진의 변화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좌타자를 상대할 무기는 필요할 거 같다.
강병식을 1군에서 쫓아낸 이후 5연패를 끊고 4연승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온 건 좋으나 팀의 전반적인 타격 기조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없으니 그냥 시즌 중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싸이클인 거 같고... 뽑아오는 재능의 문제인지 키우는 시스템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확인해보기 위해 이 참에 강병식과 이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227 .753 친 간판 타자는 늙었다고 버리는 주제에 작년 398타석에서 .189 .580 기록한 1번 타자를 연봉 80%나 올려주는 미친 구단에 존재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개막 8경기 지난 현 시점에서 팀 타격 성적이 .228 .581이다. 작년의 .252 .697보다도 훨씬 못하다. 물론 이런 얘기 하면 또 구구절절 구단의 사정 설명과 얇은 뎁스 어쩌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도 알아! 안다고! 이 팀이 당시에 돈이 없었고! 박병호 시즌 중에 주장 못하겠다고 던져서 나이를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른 애가 주장 하고! 딱히 리더쉽 있는 것도 아니고! 김준완이 이렇게 많이 나올 정도로 팀에 변변찮은 외야수가 없었던 것도 맞는데! 그러면 '합리적'으로 움직였으면 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작년 .581 / .610 친 쌍김 듀오가 합쳐서 연봉 2.1억을 먹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김재웅이 연봉 2.2억, 정은원이 연봉 2.18억, 배제성 엄상백 박찬호 강승호가 연봉 2억인 세상이다. 돈을 아껴야겠다면서 그런 선수들한테 연봉 바리바리 퍼주는 건 또 말이 되나.
김준완은 통산 1052타석, 김태진은 통산 1457타석 들어섰다. 이 친구들 타격에도 주루에도 전혀 장점 없는 걸로 검증 완료됐다. 펀치력 있는 애들은 2천 타석 지나서도 여전히 터질 희망이 있다. 근데 500~1000타석 더 먹인다고 이 둘이 갑자기 박해민이나 정근우가 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믿을 만 했던 게 김준완은 수비, 김태진은 멀티포지션이었는데 현실은 김준완은 NC에 있던 그 녀석은 동명이인이었는지 의심스러운, 박주홍이나 변상권보다도 못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고 김태진은 어느 포지션에 넣어놔도 한결같이 아쉽다. 자기가 풀타임으로 뛰던 포지션에서도 실책이 쫙쫙 터지면 어쩌란 말인가? 이러면 이제 다음주나 다다음주부터 김태진이 맹타를 치기 시작할 건데, 그럼 거봐 김태진이 김휘집보다도 낫다 그랬지? 하고 누군가들은 또 기세등등할 수도 있다. 그러고나서 시즌 끝나면 김태진 OPS는 잘해봐야 0.650 정도에 있을 거고, 시즌에서 그 포지션이 망한 것은 대체 유망주 발굴이라는 근본적인 수술을 안 하고 쌍김이라는 모르핀을 잔뜩 맞은 것이 원인이지만 이게 다 대체자를 못 키운 홍원기 탓이다! (맞긴 하다) 아니면 열받아서 손등 박살낸 송성문 탓이다! (역시 맞다 이놈은 진짜 다친 경위를 보면 이가 갈린다) 하면서 시즌이 끝날 거다.
이런 한심한 패턴을 깨야 한다. 어떤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하나? 이왕이면 어린 선수, 검증된 선수, 툴이 있는 선수,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는 선수, 뭔가 하나라도 잘하는 선수, 상위지명자에게 우선 기회가 가야 하는 것이다. 위 이미지를 다시 보고 오자. 오영수, 2000년생에 '18 2차 2라운드 드랲이다. 상무 진작에 다녀왔고 첫 해부터 퓨처스 259타석에서 .374 쳤다. 오장한, 2002년생에 '21 2차 3라운드 드랲이다. 첫 해는 별 거 없었지만 2년차부터 퓨처스에서 제대로 터져서 313타석에서 17홈런 날렸다. NC가 이렇게 두 번째 사이클의 (첫 번째는 당연히 창단 1세대들이다) 야수들 키워낼 동안 우리는 뭐 했나? 응 니들은 김하성 이정후 없지~ 이러고 있었나 혹시? 그건 팬들이나 할 소리고 프런트는 왜 이 팀에 김주원도 없고 오영수도 없고 권희동도 없고 김성욱도 서호철도 없는지를 머리 빡빡 굴려가면서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 우승하는 팀은 S급 스타 한 둘이 아니라 전체적인 뎁스가 강해야 한다. 그런데 이 팀은 A급 이상만 있으면 해외로 팔아먹거나 다른 구단 보내서 빠르게 보상픽 먹을 머리나 굴리고 있었고, 중요한 뎁스 강화를 소홀히 한 탓에 팀이 개박살나게 생겼다. 이거 모양새가 데이비스가 장기집권해서 이용규 살 때까지 내내 대체자 찾기에 골몰했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한화 외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이영우가 2004년 병역비리 사건으로 같이 날아갔던 거까지 생각하면 한화 같은 경우에는 근 15년간 외야수 육성에 실패한 것이다... 지금 이 팀 1루수랑 코너 외야에서 그 짝이 나게 생겼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간에... 그래서 김준완보다는 당연히 임병욱, 박주홍, 예진원, 박찬혁, 주성원에게 그리고 김태진보다는 임지열, 김웅빈, 김수환, 이주형(그런데 얘는 상무 갈 거니까... 화이팅!)에게 먼저 기회가 가야 하는 것이다. 한 달 50타석씩 찔끔찔끔 먹여놓고 아 ㅠㅠ 얘가 도저히 1군에 적응을 못해서 안되겠네 하고 내리고, 또 2군에서 올라온 애 일주일에 4경기쯤 대타로 1타석씩 세워놓고 삼진 3개 땅볼 1개 먹으면 아 ㅠㅠ 얘가 도저히 1군에 적응을 못해서 안되겠네 하고 내리는 그런 정신나간 짓도 그만둬야 하고. (이건 특히 박주홍 얘기다 원기야 제발)
어쩌라는 건가?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외야/1루에서는 임병욱과 임지열에게 최대한 타석을 몰아줘야 한다. 이미 임병욱에 대한 기대를 많은 사람들이 포기했겠지만, 망한 1차 지명자 대신에 김준완을 (마침 말소됐다. 고맙다!) 외야에서 치울 유일한 희망, 이정후 없어지면 내년에 차기 중견수! 라는 시선으로 바꿔서 바라보라. 선녀같을 것이다. (이정후가 리그 지표를 왜곡시킨 탓에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원래 중견수는 wRC+ 90만 쳐도 밥값은 하는 포지션이다) 그럼 임지열은? 걔가 어느 커뮤니티를 가나 인기가 없는 건 아는데 (김하성 앞에 뽑힌 주제에 아직도 노망주여서일 수도, 못생겨서일 수도, 음주운전을 해서일 수도, 혹은 셋 다일수도 있다) 당장 작년에 한국시리즈에서 폰트한테 홈런 치고, 시즌 말로 갈수록 수싸움이나 배트 휘두르는 거나 다 발전하던 거 생각해보자. 외야 수비도 예전엔 정말 못했는데 작년에는 그래도 눈이 약간 상하는 수준으로까지는 올라왔다. (이제 1루수 되면 외야 볼 일도 없겠지만... 근데 내야 출신이라 1루에 대한 감각이 나쁘지 않다)
(2) 김준완은 1군에 올라오면 안 되고, 김태진은 철저히 백업으로 내보내야 한다- 위에서 입아프게 설명했다. 수비 못하는 김준완은 박준태보다도 필요없다. (모든 면에서 상위호환임이 이제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지난 2년 동안 홍원기 체제에서 박준태는 철저히 탄압받았다) 김태진은 김혜성이나 김휘집 휴식이 필요하면 그때 나오면 된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한 가장 쓸데없는 짓 중 하나가 김태진 유격수 세운 일이다. 진짜 다들 단체로 돌아버렸나... 아무리 답이 없어보여도 그 자리는 김휘집이나 신준우 같은 유격수 유망주들 긁어서 당이냐 낙이냐 결정해야 하는 자리지 무슨 균열 간 벽 땜질하듯이 김태진을 세울 자리가 아니다.
(3) 김수환은 최대한 빨리 군대, 박주홍은 1군에서 긁기- 너무 당연한 일인데, 김수환은 작년에도 올해 시범경기에도 별달리 성장했다고 할 만한 구석을 찾지 못했다. 우리가 고만고만한 빠따 유망주가 너무 많기 때문에 김수환은 빨리 군대부터 다녀오는 게 낫다. 박주홍은 반면에 그나마 질롱에서 좀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는 성적을 냈다. 그러므로 매년 1군에서 되도 않는 50타석 먹이기 간잽이질을 그만하고, 넉넉하게 타석을 줘보는 편이 낫다.
2. 경기의 무력함
그나마 이지영의 실책이나 김동헌의 포일이야 세월의 무상함 혹은 경험의 일천함을 원인으로 삼아 한숨쉬면 족할 일이겠으나, 송성문이나 김혜성이나 이정후 같은 선수들이 정줄을 놓고 플레이하는 걸 보고 있자면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이다. 특히 이정후... 중계플레이도 설렁설렁하고 앞에 굴러오는 공도 글러브 제대로 안 대서 놓치고 걍 진짜 총체적 난국이다... 지금 수비는 진짜 임병욱이 왼쪽으로 꺼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안 그래도 땅볼러들을 잔뜩 채워놔서 빈약한 공격력은 이정후까지 땅볼 굴리고 이형종이 헛스윙하기 시작하니까 주간 9득점이라는 경악할 수준의 수치로 떨어져버리고, 후라도는 갑자기 시범경기에서의 제구는 잊고 심판이 잡아주는 좌우 존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불펜은 안 그래도 개박살났는데 감독이란 자가 무슨 변시원을 8회 1점차 열세 박빙승부에 올리지 않나... 우승도전이 어쩌고 한 팀에서 볼 만한 게 김동헌이 붕붕 스윙해서 안타 만드는 거랑 도루저지하는 거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말이 되냐는 말을 이 글에서만 지금 세 번째 썼다.
타격은 꼴찌 수비도 최다실책이라 꼴찌 그렇다고 투수진이 강하지도 않아... 안우진의 2경기 연속 12K와 (이쪽은 이제 노히트노런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별달리 감흥도 없다) 최원태의 첫 경기 6이닝 1실점을 제외하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선발진도 까보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요키시는 첫 경기에서 심각할 정도로 우타자 상대 피안타 억제가 안 되는 모습이었는데, 작년에도 약간 조짐을 보이긴 했으나 한 해는 더 믿어볼 수 있을 듯 하여 재계약을 외친 건데 과연...? 우승 도전 외치는 시즌에서 요키시가 혹시 페넌트레이스 중도탈락급 피칭을 계속 펼치더라도 이 팀이 과감하게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 시즌 들어서 시작부터 제 몫 하는 용병은 러셀뿐이라는 기가 막힌 현실 속에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올라올 놈들은 올라오겠지만 디테일에서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홍원기의 야구... 3년차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피홈런과 볼넷은 딱 리그에서 평균적으로 줄어든 만큼 줄었고, 선발/불펜 평균자책점 역시 마찬가지다. 투수 WAR에서 각각 1위(7.92)와 3위(5.68)를 차지한 안우진-요키시 원투펀치와 구원 WAR 3.62의 경이적인 페이스를 보인 김재웅이 그나마 돋보인 시즌이었다. 요키시의 비중이 압도적이던 선발진에서 안우진이 스텝업하며 쌍두마차로 나섰지만, 여전히 다른 선수들은 팀에 별 보탬이 되지 못했다. FA 로이드를 기대했던 정찬헌과 한현희는 각각 부진-잔부상으로 나란히 실망스러웠으며, 애플러와 최원태는 후반기에 모두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며 풀타임 소화에 실패했다. 전반기만 해도 ERA 1점대 트리오 3명(김재웅 40.2이닝 1.11 - 이승호 38이닝 1.89 - 문성현 34.1이닝 1.57)과 하영민-김태훈의 선방까지 겹치며 괜찮아보였던 구원진은 후반기 그야말로 멸망. 양현(23.2이닝 6.85) - 김선기(22.2이닝 5.56) - 윤정현(19.1이닝 4.19)이 셋업맨으로 번갈아 나설 정도로 망가지고 말았다. 이러한 불펜진 뎁스의 부족은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SSG에게 패배하는 이유가 되기도.
(S) 안우진 (WAR 7.92)
15승 8패 2.11
30경기 196이닝 131피안타 4피홈런 59사사구 224탈삼진
.188 .250 .268
21세기 선발 시즌 5위(WAR 기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2위 달성, 10년 만에 국내투수로서 200탈삼진 달성, 기타 등등... 학교폭력 이슈만 없었더라면 더 압도적인 표차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것이다.
원래도 좋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던 투수였지만, 슬라이더를 정교하게 존에 넣었다 뺐다 할 줄 알게 되면서 리그 최고의 선발로 올라섰다. 작년 불리한 카운트(볼>스트라이크)에서는 직구 69.4%, 슬라이더 26.1%를 구사했지만 올해는 직구 53.2%, 슬라이더 41.9%를 던졌다. 좌타자를 상대로 존 안에 들어가는 슬라이더도 36.9%에서 45.1%로 증가했고, 직구도 4% 가량 더 많이 존에 넣었다. 상대 타자들이 커브에 스윙한 비율은 28.1%에서 39.3%로 급격하게 올라왔다. 우타자 상대 작년 타율 .271 장타율 .542를 기록했던 슬라이더 성적은 올해 타율 .176 장타율 .248로 떨어졌다. 정규시즌 30회의 선발등판에서 24회의 QS를 기록했고, 단 한 번도 5회 이전에 내려가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도 물집 이슈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선발로 활약했다. 올해의 피칭이 운이 아닌 클래스라는 걸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A) 요키시 (WAR 5.68)
10승 8패 2.57
30경기 185.1이닝 169피안타 8피홈런 38사사구 154탈삼진
.244 .282 .331
역시 한국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찍었다. 안우진만큼은 아니었지만 정규시즌 30경기 선발 등판에서 23경기 QS를 기록했고, 조기강판도 8월 23일 KIA전 단 한번뿐이었다. 승수는 지난 4년간 가장 적지만 개인 최다 이닝과 최다 탈삼진을 기록했고, 안우진과 김광현에 이어 투수WAR 3위에 올랐다. 데뷔 초에는 슬라이더를 일정 비율 이상 던졌으나 첫 해 12.2%였던 슬라이더 구사율은 5.3%까지 낮아졌으며, 이제 좌타자를 상대로는 사실상 투심-커브 두 구종만 가지고 승부를 보는 투수로 바뀌었다.
작년 우타자를 상대로 .291 .759, 좌타자를 상대로 .189 .452를 기록했는데 올해 성적도 우타자를 상대로 .277 .704, 좌타자를 상대로 .194 .465를 기록하며 좌우 스플릿이 심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내내 좋은 투수였지만 8월에는 피안타율 3할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웠는데, 일단 체인지업으로 강한 타구를 허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던 걸로 미루어볼 때 (2itracking 기준) 우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마땅찮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 커브 타율도 작년에는 우타자 상대 1할 7푼대였지만 올해는 .301이다. 시즌 말로 갈수록 투구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커브를 던지는 타이밍이 점차 읽히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아래 이미지 참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커브가 충분히 낮게 떨어지지 않아 상대 타자들이 요키시가 무슨 공을 던질지 예측하고 타격하던 장면을 보면 일리가 있다고 본다.
(A) 김재웅 (WAR 3.62)
3승 2패 27홀드 13세이브 2.01
65경기 62.2이닝 39피안타 4피홈런 33사사구 56탈삼진
.179 .287 .280
승계주자실점률 28.6% (4/14)
구원WAR 3위, 구원WPA(3.51) 1위로 KBO를 평정했다. KBO 최초 한 시즌에 20홀드-10세이브를 기록한 구원투수가 되기도 했다. 올해도 역시 효자구종은 체인지업. 우타자 바깥쪽 아래로 완벽하게 꽂히는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091에 불과했으며, 올해 우타자 피안타율 .165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작년 심각했던 제구 문제도 올해는 약간이나마 개선됐다. (BB/9 5.57 → 4.17)
큰 움직임의 수직무브먼트를 자랑하는 직구는 올해도 피안타율 .186으로 강력한 무기였으며, 높은 코스에 던졌을 때 효과가 좋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VAA(Vertical Approach Angle)이란 개념으로 김재웅의 호투를 설명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VAA는 홈플레이트에 공이 어떤 각도로 들어오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공의 궤적이 홈플레이트와 이루는 각도가 낮을수록 직선에 가깝다는 뜻이고, 릴리스포인트가 낮은 선수가 공을 높은 코스에 던질수록 타자가 공을 배트에 맞히기 어렵다.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김재웅은 이런 타자들을 카운터칠 수 있는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다. (수직무브먼트가 높다 = 공이 덜 떨어진다 / 그런데 그런 공을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높은 코스에 던진다 → 타자가 컨택하기 더더욱 까다롭다)
아직 슬라이더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 좌타 상대로 간혹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점만 개선된다면 더더욱 무서운 구원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B) 이승호 (WAR 1.49)
3승 2패 10홀드 10세이브 3.58
53경기 50.1이닝 44피안타 7피홈런 30사사구 44탈삼진
.249 .354 .418
승계주자실점률 40.9% (9/22)
전반기에는 구원진의 영웅이었고, 후반기에는 그냥 구원진의 싹 난 감자였다. (전반기 39경기 ERA 1.89 피OPS .642 / 후반기 14경기 ERA 8.76 피OPS 1.152) 우타자 바깥쪽-좌타자 몸쪽 코스의 결과물이 특히 좋지 않았다. 8월에 옆구리 통증을 느끼며 이탈했는데 직전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은 통증의 여파로 보이나, 임시마무리를 맡았던 6월에도 12이닝에서 볼넷 8개를 내줄 정도로 제구는 좋지 않았다. 1군 투수로서 갖출 수 있는 무기는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남은 과제는 영점을 잡는 것뿐이다. 이승호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의 위용을 다시 보여주며 좌완 선발을 맡아줘야 팀이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다.
(B) 문성현 (WAR 1.23)
1패 9홀드 13세이브 3.27
45경기 41.1이닝 34피안타 3피홈런 15사사구 32탈삼진
.224 .293 .316
승계주자실점률 22.2% (2/9)
7년 만에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고, 김태훈이 4월 말 충수염 수술로 빠지면서 마무리까지 맡았다. 5월 중순 이승호와 보직을 맞바꾸어 다시 셋업으로 돌아갔다가, 6월 중순 이승호가 부진하자 다시 마무리로 복귀했다. 이후 14일 두산전부터 7월 26일 KT전까지 세이브 10개를 기록했지만, 7월 말 삼성-KT와의 3경기에서 박병호의 끝내기 투런을 포함해 5실점하고 8월 말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아웃되었다. 1군에서 쌓은 경험과 좋은 구위로 불펜진의 상수가 되나 했으나, 2015년 91.2이닝 이후 1군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투수가 시즌을 완주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직구-슬라이더 딱 두 구종만 던졌으나 다른 좌상바 투수들과는 다르게 슬라이더로 스윙을 끌어내는 솜씨가 탁월했고 (슬라이더 스윙률 우타 50.3%, 좌타 53.5%)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어낸 비율도 28.4%에 달했다. 좌타자 몸쪽 아래와 우타자 바깥쪽을 노리는 정교한 로케이션도 호성적의 원인 중 하나였다. 1년을 꾸준하게 던질 수만 있다면 내년에도 힘이 될 수 있는 투수다.
(C+) 김태훈 (WAR 1.19)
3승 2패 10홀드 9세이브 3.14
43경기 43이닝 40피안타 3피홈런 22사사구 34탈삼진
.255 .339 .357
승계주자실점률 66.7% (6/9)
작년 조상우를 백업하다가 올해 처음 풀타임 마무리를 맡았으나, 김헌곤의 투땅 병살타와 푸이그의 보살 등으로 대표되는 4월 삼성 시리즈로 어렵게어렵게 출발했다. 4월 말 충수염 수술로 1군에서 이탈했다가, 6월 초 1군에 복귀했다. 볼넷과 땅볼이 많은 투심피처의 숙명을 변으로 삼더라도 결코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투구내용이 많았다. 내년에는 마무리 대신 셋업맨으로 돌아가는 게 현명해보인다.
(C+) 애플러 (WAR 1.33)
6승 8패 4.30
33경기(25선발) 140.1이닝 172피안타 13피홈런 46사사구 86탈삼진
.304 .355 .437
초반 두 달은 순조롭게 질주하며 팀의 3선발로 제 역할을 다하는가 싶었고, 5월 27일 롯데전 완봉승으로 절정에 올랐다. (4-5월 10경기 ERA 2.72) 그러나 가장 높이 올라간 시점은 내리막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6월에는 5경기 20이닝에서 20실점을 하며 부진했고, 이후 7월부터 선발과 구원으로 번갈아가며 등판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피칭은 있었으나 근본적으로 시즌 내내 결정구 부재로 인한 피안타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체인지업은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고, 시즌 중 추가했던 포크볼도 제구가 정교하지 않으며, 직구와 슬라이더 이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직구 구속이 빠른 것도 혹은 리그 내 다른 우완과 비교했을 때 움직임에서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원태-정찬헌-한현희 등 누구 하나 제 몫을 하지 못한 후순위 선발들에 비해 이닝을 꾸준하게 먹어줬다는 점은 좋으나, 딱 가성비로 쓰는 투수의 성적을 냈다. 타국에서의 행운을 빈다.
(C) 최원태 (WAR 1.20)
7승 5패 3.75
26경기(20선발) 105.2이닝 93피안타 5피홈런 45사사구 63탈삼진
.237 .313 .338
4월 5경기에서 1점대 ERA를 기록했는데도 1군에서 말소당해 세간의 의문을 자아냈으나, 철저하게 BABIP신의 도움으로 쌓은 성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후 5월에는 제구와 카운트싸움 등 세부내용에서 개선된 면을 보여주며 로테이션에서 자리를 잡나 싶다가, 6월부터 예년의 모습을 그대로 보이며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8월 말 결국 골반통증으로 이탈했다. 9월 23일 두산전에서 무사 만루를 틀어막으며 복귀했으나 결국 잔여시즌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운빨피칭을 이어가다가 플레이오프부터 환골탈태, 김재웅과 셋업-마무리 자리를 나눠맡으며 필승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팀의 허약한 불펜진 때문에 단기간에 너무 굴러 결국 김강민에게 5차전 끝내기 홈런을 맞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지난 4년간 제구는 계속 안 좋아지고 있고, 탈삼진 비율도 낮아지고 있으며, 소화한 이닝도 가장 적다. 로케이션이 시원찮아지는 체인지업 비율을 줄이고 (25.7% → 23.1% → 16.9%) 130km/h대 중반, 불펜에서는 140대 초반까지 나오는 슬라이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10.6% → 17.9% → 24.5%)
프런트라인 선발로 갈 수 있는 잠재력과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경기 내에서 일관성있는 투구를 하지 못하는 게 3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이제 한국에서도 변형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져 최원태의 투심패스트볼은 '생소함'으로는 딱히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구속이 올라가도 못한 적이 있기 때문에 구속 상승은 해결책으로 적절한 답안은 아니며, 결국 한 경기 내에서 한결같이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는 침착함을 유지하느냐가 앞으로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의 불펜 경험이 훗날의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C) 하영민 (WAR -0.15)
5승 3패 2홀드 3.43
41경기 39.1이닝 35피안타 4피홈런 21사사구 23탈삼진
.235 .322 .396
승계주자실점률 58.8% (10/17)
원래는 D로 가야 하는 레벨이나, 오랜만에 복귀했다는 걸 감안해서 옛정으로 C 부여. 시즌 초에는 새로운 필승조 발견? 이라는 느낌으로 설레발을 떨게 했으나 5월부터 분식과 주자쌓기로 일관하더니 결국 말소.
과거 선발을 하던 가락으로 이 구종 저 구종 많이 던지기는 하나 (2itracking 기준으로 무려 6가지 구종을 던진다) 어느 것도 1군에서 특장점으로 꼽을 만한 것이 없다는 게 문제. 덕분에 우타자 상대로는 괜찮았으나 (.177 .520) 좌타자 상대로는 배팅볼러였다. (.294 .915)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1군의 좌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와야 한다.
늘 치를 떨게 하던 듀오였으나 올해는 9월에 좀 던졌기 때문에 역시 C 부여. 물론 이 정도 던진 걸로 C를 주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대감이 없는지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선기는 시즌 초에는 대체선발을 준비하다가, 8월에 롱릴리프로 던지다가 9월부터 셋업으로 전업. 윤정현도 9월에 셋업이나 그에 준하는 보직으로 자주 등장.
김선기는 9월에 13경기에 등판하며 나름 안정된 제구를 보였으나, 그 이외의 기간에는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장재영이나 이명종급에게나 지적해야 할 '유인구 코스로 가지 않는 슬라이더' 얘기를 만31세 투수에게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황당할 뿐이다. 평균 145km/h의 좋은 직구를 가지고도 직구 피안타율이 3할이 넘는 이유다.
윤정현은 좌투수인데도 좌타자에 약한데 (우타 상대 54타석 .250 .646, 좌타 상대 52타석 .366 1.012) 역시 움직임이 큰 투심패스트볼 외에 마땅한 구종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팔각도를 내리기 전이나 내린 후나 체인지업 하나는 승부용으로 먹혔던 김성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D) 양현 (WAR 0.04)
3승 2패 5홀드 2세이브 5.15
25경기 36.2이닝 39피안타 4피홈런 18사사구 14탈삼진
.273 .348 .392
승계주자실점률 40% (2/5)
작년의 제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타자들은 양현이 뭘 던질지 알고 있다. 지난 3년간 1군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어느 정도 전력분석이 된 상태일 것으로 짐작된다.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활용하는 투수라 존 확대에도 그다지 영향을 안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필승조보다는 롱릴리프 자리에서 좋았던 시절의 피칭을 다시 찾는 데 주력하는 게 좋겠다.
(F) 정찬헌&한현희 (WAR -0.24 / 0.36)
5승 6패 5.36 / 20경기 87.1이닝 106피안타 13피홈런 34사사구 42탈삼진
6승 4패 4.75 / 21경기 77.2이닝 83피안타 9피홈런 32사사구 59탈삼진
명예회복을 노리는 FA 듀오였으나 나란히 실패. 두 명이 던진 성적을 합쳐놓으면 그래도 로테이션 선발 한 명의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아보이는데, 이걸 합쳐서 연봉이 5억이 넘는 선수들이 로스터 두 자리를 차지하고서 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정찬헌은 구위의 약점이 두드러지는 한 해였고, 본인은 로테이션 선발로 자신이 있다고 하나 내 눈에는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 동안 고생한 점을 생각해서 사트로 풀어줘도 좋겠다. 한현희는 변화구 얘기를 몇 년째 하고 있는데, 그 동안 나아진 게 없으니 그냥 미계약 상태로 쭉 처박아놓으면 워크에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타) 김동혁, 이영준, 박승주, 이명종, 김성진, 장재영
김동혁 24경기 26.2이닝 ERA 4.73
이영준 26경기 21이닝 ERA 4.29
박승주 27경기 25이닝 ERA 4.32
이명종 27경기 27.1이닝 ERA 5.27
김성진 23경기 21.2이닝 ERA 7.89
장재영 14경기 14이닝 ERA 7.71
김동혁에게 가장 주목할 점은 구속의 엄청난 상승. 2itracking 기준으로는 128.8km/h에서 135.7km/h로, 스탯티즈 기준으로는 130.0km/h에서 136.3km/h까지 패스트볼 구속이 뛰어올랐다. 작년 82이닝에서 고작 3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26.2이닝에서 18개의 삼진을 뺏어내며 K/9 비율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고, 몸에 맞는 공의 개수도 14개에서 1개로 줄였다. 기존에도 좌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체인지업을 던지던 투수였던 만큼, 내년에 커브와 체인지업 두 구종을 잘 갈고 닦는다면 필승조 불펜으로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
이영준은 1년의 재활을 거쳐 복귀했으나 안정되지 않은 제구력 (BB/9 5.57, 피출루율 .424)으로 믿음을 주는 투수는 아니었다. 2020년 5-6월 보여주었던 좌완 셋업맨으로서의 우위는 올해 상당 부분 사라졌는데, 다시 1군에서 통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보조구종의 발전이나 구속 회복 중 어느 하나가 필요하다.
박승주는 커리어 최고인 27경기 25이닝에 출전하며 1군 상수로 진입을 노렸으나, 보조구종 부재로 인한 극심한 좌우스플릿 (우타 상대 59타석 .152 .578 / 좌타 상대 55타석 .295 .971)과 25이닝에서 24사사구를 내줄 정도로 심각한 제구력이 발목을 잡았다. 프로야구에 우타 상대 원포인트라는 보직은 없기 때문에,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를 계속 영입하고 있는 팀 사정상 기회를 많이 줄 수 없다. 김재웅에 비견할 수 있는 수직무브먼트의 직구를 던진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좌타자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해보인다.
이명종은 2군 수준에서는 21경기 33.1이닝 ERA 3.24로 준수한 결과물을 만들었으나, 1군에서는 6월 초심자의 행운이 마감된 이후 7월부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타 상대로는 괜찮은 슬라이더를 던지지만 직구 구속이나 구위(혹은 수직무브먼트) 어떤 점에서도 특별히 강점이 없었다. 그나마 쫄아서 볼넷을 내주는 타입이 아니라 제구력이 부족해서 볼넷을 내주는 타입인 게 긍정적으로 볼 만한 요소. 내년에는 올해 드러낸 약점을 극복할 만한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김성진은 작년 행운으로 수비수에게 걸렸던 타구들이 올해 수비수 사이를 뚫고 지나가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직구 피안타율이 5할에 가까운 현재의 스탯은 차마 말이 안 나오는 수준. 대졸 투수라 그렇게 많은 시간여유가 있지 않으므로 일단 군대에 다녀오는 게 어떨까 싶다.
장재영은 직구 제구에서 조금 발전이 있었으나, 공이 존에 들어가니까 이번에는 타자들에게 두드려맞는 약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슬라이더나 커브 중 어느 하나만 존 비슷하게 가도 성적이 훨씬 개선될 텐데, 질롱 코리아에서의 발전을 기대해보자.